날개를 달고 여행하는 책, 북크로싱
날개를 달고 여행하는 책, 북크로싱
  • 황유라 기자
  • 승인 2012.09.24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쟁영웅이자 지독한 독서광으로 잘 알려진 나폴레옹. 한 번 읽은 책은 대부분 버려 다른 사람들이 가져다 읽을 수 있도록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그로부터 몇 백 년이 흐른 지금, 현대판 나폴레옹이 나타났다. 바로 책 돌려 읽기 운동인‘북크로싱’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좋은 책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이 운동을 통해 수많은 책들이 날개를 달고 여행 중이다.



  이 책은 여행 중입니다
  회사원 정소현 씨. 퇴근길 버스에서 주인 없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겉표지에 적혀 있는 ‘이 책은 여행 중입니다’라는 문구. 무심코 열어본 첫 장엔 인터넷 사이트 주소, 책을 읽은 소감과 함께‘이 책이 더 많은 곳을 여행하길 바란다’는 글이 예쁜 손글씨로 적혀 있다. 그리고 검색한 사이트에는 ‘북크로싱’에 대한 글이 가득하다. 북크로싱이 대체 무엇일까. 사이트를 둘러보던 정씨는 자신이 가져온 책의 주인이 올린 글을 발견한다. 글을 읽은 정씨는 책을 발견했다는 답글을 남기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틀 뒤, 책에 대한 코멘트를 짤막하게 적은 후 집 앞 공원 벤치에 책을 내려놓는다. 그렇게 책은 또 다른 주인을 기다린다.

발견자를 기다리고 있는 책 한 권

  책이 여행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북크로싱’은 온라인을 매개로 한 릴레이 독서 운동으로 여러 사람이 책을 돌려 읽는 것을 말한다. 책을 읽은 사람이 메시지를 적은 책을 공공장소에 놓으면 그 책을 발견한 사람이 책을 읽고 다시 다른 곳에 놓아둬 책이 계속 순환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책이 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북크로싱은 2001년, 미국의 론 혼베이커가 읽기(Read)·쓰기(Register)·양도(Release)라는 3R을 주장하며 만든 북크로싱 사이트로부터 시작됐다. 북크로싱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이 3R이다. 책을 발견하면 해당 사이트에 발견 메시지를 남기고, 책을 읽은 뒤 인상 깊은 구절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어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 이를 통해 사람들은 나와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의 사연과 생각을 공유하고 소 통할 수 있게 된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내는 색다른 재미와 사람 사이의 교류. 이것이 바로 북크로싱이다.

 
  북크로싱은 현재진행중
  2004년, 우리나라에도 처음으로 북크로싱 사이트가 생기며 이후 다양한 모습으로 북크로싱이 진행돼왔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 북크로싱 관련 사이트는 대다수가 폐쇄됐거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채 온통 스팸 글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이뤄지던 북크로싱을 오프라인으로 가져와 여전히 다양한 방법으로 책의 여행을 이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정소현 씨는 몇 년 전 우연히 시작한 북크로싱에 흥미를 느껴 현재까지 북크로싱 운동에 참여 중이다. 그러나 책의 여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이트나 시스템이 없어 현재는 책을 선물하는 개념으로만 진행하고 있다고. “예전엔 북크로싱 사이트가 있어 모르는 사람과도 책을 공유할 수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북크로싱 참여가 어려워졌어요. 하지만 북크로싱의 취지가 너무 좋아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현재는 친구들끼리, 직장 동료들끼리 집에 있는 책을 맞교환 하거나 책에 관한 사연을 적어 선물하는 것을 이어 나감으로써 다른 형태의 북크로싱 운동을 하고 있죠.”

  북크로싱을 도입한 카페도 있다. 홍대에 위치한 카페‘이누’에서는 카페 내에 서재를 마련해 ‘책을 두 권 가져 오면 카페에 있는 책 한 권을 마음대로 골라 가져갈 수 있다’는 규칙 하에 손님들의 책 기증으로 책장을 채워가고 있다. 카페 매니저 김희금씨는 “한 번 읽은 책을 책장에서 썩히는 것이 아까워 책을 기증하고 서로 교환하는 문화를 카페에 정착 시켰다”며 “손님들의 반응도 좋고,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입소문을 내는 경우도 많아 참여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카페 '이누'의 서재

  최근에는 북크로싱 어플도 생겨 스마트폰을 이용해 쉽게 북크로싱을 실천할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독서캠프, 페스티벌, 도서관 등에서도 북크로싱이 진행돼 보다 더 많은 책들이 여러 사람과 여러 곳을 거치며 여행하고 있다.


  책장을 비우는 즐거움에 빠져보자
  북크로싱의 가장 큰 가치는 독서를 활성화 시키자는 본래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더 나아가 북크로싱은 우연을 통한 인연을 만들어내며 타인과의 교류와 소통을 이끌어낸다. 여행 중인 책을 주워 책뿐만 아니라 책에 적혀 있는 메시지와 생각을 공유하고, 다시 그 속에 나의 느낌을 적으며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책을 통해 만날 사람을 기대하게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북크로싱이 가져다주는 기쁨이자 일상의 활력이라 할 수 있다.

  책장에 잔뜩 쌓여 있는 책들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면, 이제는 책장을 비우는 즐거움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공공장소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 여행 중인 책이라면, 주저 말고 그 여행에 함께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책을 읽고 느꼈던 재미와 감동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함은 물론 책을 돌려 읽는 나눔까지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해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강수경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정해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