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이 되면 지인들로부터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할 거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일찍부터 하고 싶은 일을 정해놓았으면 모를까, 스스로도 막연한 상황에 서 받는 질문은 안 그래도 복잡한 마음을 때리는 스트레스일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이런 스트레스를 던져놓고 친절하게도 진부한 정답까지 말해주는 사람도 있다. 필자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도 기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글을 통해 그동안 나 자신은 진로선택과 관해서 어떤 의사결정을 거쳐 왔는지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간의 경험과 관련된 것을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해봤다.
첫째, 나는 나고 남은 남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앞으로 할 일에 관해 그다지 자신감도 없고 오히려 불안감에 휩싸여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더 주의가 쏠리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의 사례는 참고 사항일 뿐 기준은 될 수 없다. 확신이 부족한 상황에서의 지나친 비교는 자기 자신의 적성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빼앗고 주로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단점을 찾게 만들어 더욱 자신감을 잃게 만들 뿐이다.
둘째, 사전정보 축적이 선행돼야 한다. “행동은 안 하면서 실패할까봐 겁부터 먹는다.”어느 시절이나 20대를 비판하는 단골 표현 중 하나다. 물론 무엇이든 직접 부딪쳐 보는 것은 귀중한 경험으로 남겠지만 간접경험과 배경지식의 습득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무엇에’ 부딪쳐봐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를 해준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에 대해 막연함을 느낀다는 것은 내가 가진 정보와 지식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말과도 통한다. 진로탐색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쇼핑과 같다고 생각해보자.
셋째, 처음부터 반드시 구체적인 진로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 넌 뭘 잘하니?’ ‘넌 뭘 좋아하니?’라는 질문에 자신 있고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반면에‘넌 뭘 못하니?’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몇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내가 잘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절대로 못하는 것, 하기 싫은 것부터 제외시켜보자. 하고 싶은 일들 중에 하나를 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넷째, 진로결정은 일회성이 아니다. 대학입시를 거치면서 결정한 학과가 자신의 인생 전체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선망했던 직업을 얻게 됐다 하더라도 새로운 현실과 마주하면 그 안에서 또다시 수많은 세부 진로탐색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의 선택과정은 힘든 고민이 될 수밖에 없지만 도박을 하는 것과 같은 지나친 부담감은 피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세상 어디에도 100% 만족스러운 진로, 직업은 없다. 전공을 살릴 수 있지만 보수가 낮은 직종과, 일자체는 큰 재미가 없지만 높은 보수가 보장되는 직업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두 경우 모두 무시 못 할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장점이 본인의 판단에 그 단점을 넘어선다면 어떤 것을 택하든 좋은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장점 때문에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진로를 찾아본다면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미래를 설계할수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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