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의 현실
우리대학의 현실
  • 강명희(교직학부) 교수
  • 승인 2012.10.0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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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 8월 31일 전국 4년제 사립대학 중 23곳을 부실대학으로 확정 발표했다. 해당 대학은 불명예는 물론 부실 정도에 따라 1년간 정부 재정지원 중단, 신입생 대출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됐다. 교과부는 대학경쟁력을 교육의 질과 취업률에 두고 상대평가를 하겠다고 했다. 상대평가 하위 15% 대학에는 반드시 서울 등 대도시 소재 대학들을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과연 우리대학의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결과는 어떠한가. 우리대학의 올해 취업률은 대학 알리미에 공시된 자료에 의하면 48.2%로 아주 근소한 차이로 부실대학의 위기를 모면했다. 지은희 총장은 2010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5.31)에서 기자가 우리대학의 취업률을 묻자 ‘정규 여자대학 중 1위이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지난 수년간 우리대학의 취업률은 연속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다. 중앙일보 교육개발연구소(JED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0년도 45.8%(81위/90교), 2011년도 48.9%(80위/96교)로 매우 심각했다.

  우리대학의 사회적 평판도 또한 전국 최저 수준이다. JEDI가 750개의 국내외 기업, 정부 부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신입사원채용 호감도에서 우리대학은 취업률만큼이나 전국 최하위 수준이고, 또한 업무에 필요한 전공(또는 교양)교육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대학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결국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다. 취업을 목전에 둔 학생들이나 졸업생들의 잠재적 역량이 심히 폄하되면서, 여러모로 고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학내에서는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 사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제3세계 차세대 여성 지도자 육성’ 등을 핵심정책으로 삼아 거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대학의 본질을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사회가 한결같이 대학에 요구하는 것은 전공역량을 길러줄 수 있는 양질의 교육과 인재배출이다. 많은 대학들은 이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정치·사회 운동에 역량을 다 건다면, 대학의 경쟁력과 교육의 질은 더욱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3박 4일간의 행사를 위해 지난 1년간 절대적 시간, 엄청난 재정과 인력이 쏟아 부어졌다. 연구에 집중해야 할 수십 명의 교수들이 동원됐고, 직원들도 행사에 매달리느라 대학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알맹이 없는 포장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 사회는 똑똑하고 냉정하다. 과연 대학이 전공분야의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구축·운영해왔고 그 성과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총장은 어떤 열정과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사회는 거기에 설득되고 감동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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