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지기(浩然之氣), 자존의 원천
호연지기(浩然之氣), 자존의 원천
  • 김은희(국어국문) 교수
  • 승인 2012.12.03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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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자>에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천하에서 가장 넓은 집〔인(仁)〕에 살고, 천하에서 가장 바른 자리〔예(禮)〕에 앉으며, 천하에서 가장 큰 길〔인의(仁義)의 도(道)〕을 걷는다. 남이 알아주면 함께 그 길을 걷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홀로 그 길을 간다. 부귀(富貴)도 그의 뜻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빈천(貧賤)도 그의 뜻을 움직이지 못하며, 위무(威武)도 그의 뜻을 굴복시키지 못한다.” 이곳을 읽으면 마음속에 맑고 건강하며 강직한 기운이 차오르고 가슴이 활짝 열리며 ‘긍지를 지닌 품위 있는 자존의 인간’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세속적인 기준에 흔들리며 불만과 열등감으로 자주 절망하는 나를 당당하게 만드는 원리, 자존의 원천이 들어있다. 

  ‘그’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가진 사람’이다. 호연지기는 맹자가 말한 바, ‘직(直)’ ‘무자기(毋自欺)’의 수양을 오래 쌓은 사람에게 보이는 위대하고 굳센 기개를 말한다. ‘직(直)’은 솔직·강직·질박·성실·순진의 뜻으로, 순진하고 솔직하며 거짓을 꾸밀 줄 모르는 사람, 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그런데 ‘직’은 대인관계에서는 정직, 솔직이지만, 자기에 대해서는 ‘무자기(毋自欺)’, ‘자기를 속이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남에게 정직하기는 쉬우나, 자기를 속이지 않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선비들은 인격수양에 있어 이 ‘무자기’에 가장 힘써 왔다. 자기를 속이는 것은 모든 죄악의 뿌리이다. 자기를 속이고도 마음의 가책, 아픔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자기에 충실하지 못하고는 도덕이 생겨날 수 없다. 먼저 자기를 알고 다음에 자기에 충실해야 한다. 자기를 속이면 마음 한구석이 늘 불안하여 심적 동요가 생기기 쉽다. 그러나 자기에 충실한 사람은 마음이 항상 편하므로 심적 동요가 생기는 일이 적다. 마음의 안정을 얻은 사람은 행동에 있어서 견정(堅定)·확고(確固)하고 광명정대(光明正大)한 기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바로 호연지기를 가진 사람에 대한 표현이다.

  이는 내 스스로 나 자신을 어떻게 세우는가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인격수양을 통해 주체적 인간으로 우뚝 설 때, 사회적 편견이나 질시, 냉대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상처받지 않는다. 자존감은 행복한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월감이나 이기심과는 다르다. 나를 사랑하며, 남에게 보이는 나보다 스스로 긍정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가기를 권유한다. 주체가 서면 금력·외모·학벌·권력 등 어떤 외적 조건에도 휩쓸리지 않는 강직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자존감은 자신을 세우는 일에 더하여 정신적·심리적으로 충족된 상태이다. 자존은 자족이며, 자족은 행복감으로부터 온다. 과연 지금 내가 행복한가. 내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응시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긍지에 도달하게 된다.

  덕성의 정체성, 덕성다움은 무엇인가. 자율성과 주체성, 민족사학이라는 자존의식이 그것이다. 이 자부심이 덕성인들의 삶과 연결되는 긍정적이고 당당하며 건강한 덕성 전통의 근간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현실에 좌절하지 않는 용기,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 난관을 극복하는 지혜를 지녔음을 덕성인들 스스로 믿기 바란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아름답고 따뜻한 인재, 공동체의 행복에 관심 갖는 참 인간으로 우뚝 서게 될 것임도 확신한다. 덕성은 실패한 경험이 있으나 그것을 극복하여 자신감을 획득하였고, 일치된 힘과 약자에 대한 사랑으로 권력의 횡포에 맞서 싸워 승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호연지기이며, 우리 자존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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