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해 사는 것, 아주 멋지고 감동적인 일입니다"
"남을 위해 사는 것, 아주 멋지고 감동적인 일입니다"
  • 황유라 기자
  • 승인 2013.05.14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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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오보이> 김현성 편집장

  ‘동물을 사랑하면서 과장된 환상의 창조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소비를 부추기는 패션 포토그래퍼.’ 패션·문화 잡지 <Oh Boy!>(이하 오보이)의 김현성 편집장이 자기 자신을 표현한 말이다. 동물과 환경, 그리고 패션이라는 다소 모순된 경계에서 자연과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져 사는 작은 별 지구를 꿈꾸는 그를 만나 그가 그리고 만들어가는 세상에 대해 들어봤다.


 

ⓒ 손혜경 기자

 
  똑똑한 잡지 오보이, 동물과 환경을 말하다
 
  오보이는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 문화 잡지다. 오보이에서 다루는 콘텐츠는 패션과 문화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물복지와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가 곳곳에 담겨있다. 

  소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패션과 문화, 그런 소비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 상반된 관계에 아이러니함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김현성 편집장은 말한다. “모순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게 바로 저의 의도였어요(웃음). 동물복지나 환경보호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었죠. 패션과 문화라는 흥미로운 콘텐츠를 통해 동물과 환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일단은 잡지를 집어서 보게 하자는 의도에서 그렇게 만든 거예요.” 패션과 문화라는 일종의 장치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오보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볼 수밖에 없도록, 들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오보이는 참으로 똑똑한 잡지가 아닐 수 없다.

  김현성 편집장은 유년시절부터 동물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길에 버려진 동물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줄 모르는 어머니 밑에서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강아지, 고양이들과 함께 자란 그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받지 않았을 고통을 받는 동물들이 많아 늘 안타까웠다. “이런 문제에 대해 대중들이랑 소통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무모한 계획을 결심했어요. 그 결과물이 바로 오보이입니다.”

  오보이 속에 담긴 그의 철학
  오보이의 모든 것은 김현성 편집장의 머리와 손끝에서 만들어진다. 처음 오보이의 행보가 시작된 2009년부터 4년이 흐른 지금까지 오보이는 인터뷰, 촬영, 디자인 등의 작업이 온전히 김현성 편집장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오보이에는 여느 잡지와는 다른 그만의 철학과 분위기가 담겨있는 듯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을 할 땐 서로의 생각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을 거쳐야 하지만, 저는 제 생각을 제 방식대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 오히려 효율적인 면도 있어요. 하지만 잡지라는 건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매체기 때문에 혼자서 모든 것을 하다 보면 독단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어요. 이제는 제 생각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사람들과 같이 만들어 나가야죠.”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한 호가 만들어진 후 독자들에게 보여지는 과정에서도 그의 철학은 여전하다. 바로 ‘무료 배포’. “잡지를 만드는 사람은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고, 그 제작비용은 광고주가 지원하고, 독자는 싼 가격에 잡지를 보는 대신 그 광고를 보고 광고 효과가 창출되는 것. 저는 그게 가장 이상적인 구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오보이를 돈 받고 팔 생각은 전혀 없어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확고한 대답. 오보이를 만들어가는 그만의 철학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문화 잡지 는 현명한 소비를 통해 자신을 아끼는 만큼 타인과 환경도 생각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만들어진다. 오보이는 광고수익으로 운영되며 수익의 일부는 동물복지를 위해 기부한다. 압구정, 강남, 신촌, 대학로 등 서울 일대 카페, 백화점, 음식점 등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자세한 소식과 배포·비치 장소는 오보이 블로그(http://ohboyzine.egloos.com)에서 확인 가능하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2012년 6월, 그는 오보이의 집약본이자 심화학습서라 할 수 있는 책 <그린보이>를 출간했다. “오보이에 담긴 메시지를 모으고 보충해서 탄생한 책이에요. 오보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부족하나마 책 한 권에 담았죠.” 

  <그린보이>에는 동물복지, 환경보호를 생각하는 그의 배려가 가득 담겨있다. 나무를 아끼기 위한 재생용지 사용,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잉크 사용, 출력 시 잉크를 절약할 수 있게 글자에 구멍을 뚫어 만든 글꼴 사용, 종이를 아끼기 위한 커버와 띠지의 미사용 등 소소하지만 사려 깊은 그의 마음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끔 질문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독자를 고려한 그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동물복지나 환경보호에 관심 없는 사람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저의 주장을 강요하거나 비난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절대로 해결되지 않아요.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키죠. 그래서 저는 항상 ‘내 생각은 이런데 당신은 어떠냐’ ‘나는 당신을 이해한다. 당신도 나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제 생각을 전달하려고 해요. 아무리 그 효과가 작고 반응이 나타나는 시간이 길다 해도 그게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고요.”

  "고통 받는 존재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조금은 이상하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오보이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보니 이제는 오보이의 편집장이 아닌, 김현성이란 ‘평범한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것처럼 저 역시도 제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어요. 나만 행복하면 됐었죠. 그런데 오보이를 만들면서 완전히 바뀌었어요. 내가 아니라 고통 받는 다른 존재를 위해 산다는 게 얼마나 멋지고 감동적인 일인지 알게 됐죠. 그런 마음을 갖게 된 스스로에게 감동할 정도로요(웃음).” 이제야 이런 행복을 알게된 것이 속상하기도 하지만, 늦게라도 깨달았으니 고맙고 다행이라 말하는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 행복함을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기자가 느낀 것은 ‘건강함’이었다. 생각과 마음이 건강하다는 것의 의미를 몸소 보여주고 들려주는 사람이 바로 김현성 편집장이었다. “사람은 자기가 배부르고 평화로운 후에야 동물을 생각하고 환경도 돌아봐요. 고통 받는 존재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 꿈은 ‘세계평화’입니다(웃음).” 오보이를 통해 그 꿈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김현성 편집장. 그가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만들어 갈 작은 별 지구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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