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광장을 밝히는 시민의 촛불
어둠의 광장을 밝히는 시민의 촛불
  • 김민정 기자
  • 승인 2004.03.29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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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악한 밤의 광장, 탐욕과 배신과 살인의 광장, 이게 한국 정치의 광장이 아닙니까? 선량한 시민은 오히려 문에 자물쇠를 잠그고 창을 닫고 있어요.’ 최인훈의 소설 <광장>중 한 부분이다. 1960년대 씌어진 소설로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정치는 세월도 비껴가는지 그 묘사가 오늘날 우리의 정치 광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선량한 시민들이 문을 잠그고 자신만의 밀실에서 안주하는 대신 추악한 밤을 밝히기 위하여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였다는 것이 아닐까?
 언제나 그래왔듯 정치적인 상황에 있어서 문제를 일으키며 싸우고 분열하는 것은 소수의 집단이지만 결국 그에 따른 결과는 국민들의 몫으로 희생을 강요당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점점 정치에 국회에 정부에 무감각해지고 자신만의 밀실을 만들어 개인의 행복과 안녕을 추구하며 광장으로 나오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그 자신만의 밀실에서만 오래 머물 수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촛불 시위는 솔직히 나 살기도 바쁜 이 시대에 시민들이 개인의 이익은 잠시 미뤄둔 채 자신만의 공간에서 나와 한국의 정치 광장을 직접 바꾸어 보겠다는 시도가 아닐까 싶다. 일부에서는 촛불시위가 다가올 총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과연 한 개인으로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생각을 직접 행동으로 내보이는 문제를 법이 판단하고 물리적인 힘으로 저지할 수 있는 부분인지는 의심스럽다. 국민들이 하는 행동은 대통령이나 어느 한 당만을 편들기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뭘 잘했다고, 뭐가 예쁘다고 편을 들어주겠는가! 국민들의 눈에는 모두 진보·보수라는 이름 앞에 정작 중요한 민생 안정은 잊고 자신들의 이익에 힘쓰는 언제나 골칫거리인 존재들일 뿐이다. 따라서 밀실의 문을 열고 한국 정치의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지로 광장으로 모인 시민들의 선택을 친노·반노라는 어린아이 편 가리기식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대립의 아픔을 겪어보았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의 잔인성을 그리고 그 이분법의 논리가 가지고 있는 모순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통일이 되지 않는 한 평생 외팔, 외 다리의 불구를 원죄처럼 지녀야 하는 우리들이다. 그런데 진보니 보수니 하는 또 다른 편 가리기식의 대립을 조장하는 것은 아직 아물지도 않은 곪은 상처를 터뜨리는 일뿐이더되겠는가?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은 진보· 보수 그 무엇도 아닌 국민의 편이 될 수 있는 국가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뜻을 스스로 이루어 내기 위해 시민들은 하나 둘씩 어둠의 광장을 밝힐 촛불을 들고 나서기 시작했다. 박수를 쳐주지는 못할망정 그 진실을, 굳건한 의지를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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