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공정'과 우리의 대응
중국의 '동북공정'과 우리의 대응
  • 사학과 윤정분교수
  • 승인 2004.03.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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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우리의 대응 
사학과
윤정분 교수
    
  2001년 2월 중국에서 출간된『고대중국고구려역사총론(『古代中國高句麗歷史總論』)에 이어 지난 해 10월『고대중국고구려역사속론(『古代中國高句麗歷史續論』)가 발표를 계기로 중국 사회과학원 직속 ‘변강사지연구센터(邊疆史地硏究中心)’이 추진한 이른바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방향과 내용이 국내에 알려짐으로써 국내의 학계는 물론, 시민단체의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이미 여러 언론이나 방송, 전문 학술지, 그리고 국내 유수 잡지를 통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의 ‘동북공정’은 고구려사를 한국과 중국이 공유한다는 ‘일사양용(一史兩用)’의 미명하에 만주지역 관련 한국 고대사를 중국(중원) 중심의 역사로 이해함으로써 고구려사~발해사 등 한국 고대사를 중국(변방)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이념화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현대판 문화패권주의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의 현대판 문화패권주의의 등장은 우리 민족의 형성과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일 뿐 아니라, 향후 우리나라의 통일문제 등 장래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는 문제라 하겠다.
   이에 대응하여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고대사학회 등 한국사 관련 17개 학술단체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대책위원회(회장 최광식, 한규철 교수)’를 구성하는가 하면,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 연대(대표 안영우교수)’와 ‘고구려역사지키기 범민족시민연대(대표 박원철 변호사)’ 소속 130여 개의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고구려사 바로잡기’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결과 관련 학계와 시민단체의 요구로 우리 정부도 지난 해 12월 동북아시아 역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고구려연구재단’ 설립(예산 약 100억 원)을 적극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은 뒤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고구려연구재단’의 명칭과 연구영역 등 구체적인 활동과 연구영역, 연구자 범위를 둘러싸고 아직까지 학계와 시민단체는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관련 학회와 단체가 주최하는 각종 학술대회와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우리 학계나 시민단체에서 이루어진 ‘동북공정’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즉 한국 고대사학회는 고구려사와 발해사 등을 중심으로 한 만주지역 관련 한국고대사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동북공정’의 허구성을 학술적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학술적 연구가 선행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근현대사 연구자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동북공정’이 단순히 학술적 차원만이 아니라, 앞으로 예상되는 북한주민(탈북자 포함)의 만주지역 유입과 이로 인해 파생될 중국내 조선족 문제와 향후 동북아 및 세계질서에 대한 중국의 외교전략 등 정치적 속셈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파악하고 이에 대한 총체적 전략과 방안이 마련되어야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논의를 토대로 중국사 전공인 필자는 ‘동북공정’에 담겨 있는 중국의 전략과 그 실체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모색하기 위해, 아래의 두 가지 점을 첨부하고자 한다.  
 먼저, 고구려사의 중국사 편입으로 대변되는 동북공정은 단순히 한국고대사에 국한되는 ‘역사전쟁’만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북한정권의 몰락과 우리나라의 통일로 인해 예상되는 탈북자의 중국(만주)유입과 이로 인해 조선족과의 민족(역사)적 유대감 형성을 장기적으로 대비한 중국의 소수민족정책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소수민족 문제와 관련하여 지속되어 온 티베트의 독립운동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대만에서도 민진당의 재집권으로 독립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민족의 움직임에 민감해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주민의 만주유입과 향후 북한정권의 몰락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한 일환으로 ‘동북공정’을 치밀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동북공정’의 실체와 속셈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작업과 거시적 안목에서 동북아에서 차지하는 한국고대사의 위상을 이론적으로 정립하는 한편, 현실적인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할  것이다. .
  또한, 최근 일본 사학계를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동아시아사’ 담론에 내포되는 일본의 동아시아상의 의미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기시모토 미오(岸本美緖), 미야지마 히로시(宮嶋博史) 등 일본의 동양사학계에서는 근대이전의 동아시아 역사를 단순히 민족을 중심으로 하는 개별적 역사로 파악하는 종전의 입장에서 탈피하여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새로운 동아시아 역사상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전근대 동아시아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사’의 이면에는 민족사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보편성으로 확대 해체함으로써 일본이 얻을 수 있는 현실적 이익창출이라는 고도의 전략이 내재된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이른바 ‘대동아공영론’의 미명하에 이루어진 일본의 팽창주의와 침략을 역사에서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과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우리 역사 세우기’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와 민족의 위상을 결정짓는 현재와 미래의 종합적 전략이어야 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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