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치열하게 고민하기
[학생칼럼] 치열하게 고민하기
  • 김보현(문화인류 3) 학생칼럼 위원
  • 승인 2014.03.31 2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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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릴랜드 대학의 애닐 굽타 교수는 방글라데시에서 정부와 연구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일하면서 가난한 과학자들의 연구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그 과학자들의 지식을 통해 어떻게 연구 기술을 개발할지에 대한 자문을 했다. 굽타 교수는 자신이 자문위원으로 일하면서 받은 임금이 적혀있는 소득신고서를 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이 중에 얼마 정도가 이 지식을 제공한 사람들에게 돌아갔을까?’ ‘내가 정말 사회적 기여를 한 게 맞나?’ 교수는 사채업자들이 서민들을 착취하는 것처럼 본인도 이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에게 지식을 나눠 준 사람들에게 그 지식과 신념을 다시 나눠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교수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온갖 사회과학 연구에 있어 윤리적인 딜레마에 대한 논문을 100편 넘게 읽고 썼다. 그러다 교수는 꿀벌을 보고 영감을 얻어 사람들에게서 배운 모든 것은 반드시 그 사람들의 언어로 공유해야 한다는 ‘꿀벌 네트워크’를 생각해냈다.

  굽타 교수의 이야기에서 나의 마음을 울렸던 대목은 “극심한 고통과 시련의 시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회과학과 연구 관리에 있어 가치 충돌과 윤리적인 딜레마에 대해 검토하고 100여 편의 논문을 쓰고 읽었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굽타 교수가 자신이 처해있는 문제 상황 앞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애썼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신이 처해있는 문제 상황을 그저 ‘숙제’로 남겨놓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 스펙 경쟁, 높은 취업 장벽 등 대학에 오고 나서 우리는 여러 학자와 사람들의 말을 빌려 ‘더욱’ 그럴듯하게 문제들을 꺼내 놓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정작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물으면 ‘고민해봐야 할 문제 인 것 같아요’ ‘도저히 답이 안 나오네요’라며 다들 입을 다물어버리기 일쑤다. 문제 상황에 대한 말조차 내 말이 아닐 때가 많다. 그저 학자들의 말을 ‘빌리기만’ 한 것이다. 내 언어가 아니면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입에서 맴맴 돌고 만다. 문제 상황에 대해서조차, 어떻게 말을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 말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이 빠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책이 나올 거라는 보장은 없다. 꼭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당연하게 보이는 사물들조차 누군가의 치열한 고민의 산물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 주변의 사물을 보면 도저히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물건들이 있는 반면에 선물처럼 꽤 괜찮은 물건들이 있기도 하다. 이렇게 열심히 고민하다 보면 가끔은 꽤 멋진 물건들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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