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려가 없어 고된 오늘
작은 배려가 없어 고된 오늘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4.05.12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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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노동 연재① - 청소 노동자

   <연재 설명>
  학문의 전당인 대학, 지식인들이 주인공인 대학이라는 무대 뒷편에서 대학 내 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아는 이가 있을까. 이에 본지는 3회의 연재에 걸쳐 우리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늘 우리대학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미화원들을 우리의 어머니, 엄마와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어머니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에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기자가 미화원들과 함께 우리대학 도서관, 차미리사기념관을 청소하며 그들의 업무를 경험하고 고충을 나눠봤다.

 
  아무도 없는 시간부터
  분주한 빗자루질

오전 7시에 출근하면 우선적으로 강의실을 청소한다.

 

  오전 6시 50분. 아직 어슴푸레하게 해가 뜨고 있을 무렵 아침 청소를 하기로 한 도서관 2층에 도착했다. 도서관은 바닥에 카페트가 깔려 있어 청소기를 사용해 먼지를 빨아들여야 한다. 카페트라 청소기가 잘 밀리지 않았다. 기자보다 훨씬 먼저 출근해 작업하고 있던 미화원은 청소기를 넘겨주며 당부했다. “청소기 소리가 시끄러우니까 학생들 오기 전에 바닥 청소는 다 끝내야 해. 오늘은 조금 늦었어.” 그는 매일 6시에 출근한다고 했다. 강의실이 있는 인문사회관과 차미리사기념관 등의 미화원들도 출근하자마자 청소도구를 챙겨 강의실 책상과 칠판을 정리하고 강의실의 쓰레기를 수거한다. 강의실에 학우들이 도착하는 8시 반 경부터 강의실 청소는 중지된다. 그때까지 미처 치우지 못한 강의실은 해당 강의실이 빌 때 틈틈이 청소해야 한다. 미화원의 정식 출퇴근 시간은 오전 8시와 오후 4시. 법정근무시간이 8시간인 것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시간표다. 그러나 8시에 출근하는 이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청소는 학우들이 등교하는 8시 반이 되기 전까지 마쳐야 하는데 8시에 출근해서는 어림도 없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미화원은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한다. 시간 외 수당 따위 있을 리 만무하다. 그나마 새벽부터 청소를 시작하는 도서관의 경우 오전 7시 출근을 인정받아 남들보다 한 시간 이른 3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전부다.

  모두가 쉬는 카페 앞에서
  쓰레기봉투에 몸을 집어넣고
  8시 반부터는 강의실에서 수거해온 전날의 쓰레기와 하루 동안 쌓인 복도 쓰레기통의 쓰레기를 분리하는 작업을 한다. 기자는 카페 그라찌에가 위치한 ‘차관 가’ 구역의 청소를 맡게 됐다. 강의실이 많고 카페가 위치해 있어 쓰레기가 큰 봉투로 4봉지 가량 나오는 가장 고된 구역이다. 신입 미화원이 오면 으레 지나는 통과점 같은 ‘차관 가’ 구역을 기자도 거쳐가야 했다.

다 마시지 않은 음료수는 분리수거를 고되게 하는 요소다.
  분리수거를 할 때는 작업용 면장갑 위에 고무장갑을 낀 채 쓰레기봉투에 빠질 듯 몸을 집어넣고 잘못 버려진 쓰레기를 찾는다. 그 작업을 가장 고되게 하는 것은 학우들이 먹고 버린 음료수다. 플라스틱용 쓰레기통에서 나오는 음료수 용기 중 열에 아홉은 종이로 된 컵홀더와 음료, 얼음 등이 남은 채 버려져 있다. 이를 꺼내 컵홀더는 종이 쓰레기통에 버리고 안의 얼음과 음료는 따로 모아 처리하는 것이 주된 분리수거 작업이다. “아줌마들은 이런 거 비싸서 먹지도 못해. 비싼 음료수 사면 끝까지 먹었으면 좋겠어. 마신 사람이 그냥 버리면 우리같은 사람들은 더 더러워졌을 때 치워야 하거든.” 미화원들이 퇴근하는 4시부터 분리수거를 시작하는 8시 반까지 길게는 16시간 동안 방치된 음료수들은 악취를 내뿜는다. 용기에서 새어나와 봉투와 주위 쓰레기를 젖게 만드는 음료수는 분리수거를 더욱 어렵게 한다.
 
  오전 청소가 끝난 뒤 주어진 꿀 같은 휴식시간에 기자는 보통의 학생으로 돌아가 딸기주스를 사먹으며 한숨 돌리려 했다. 그러나 딸기주스의 냄새를 맡자 불과 몇 시간 전 쓰레기통에 버려진 꾸덕꾸덕한 딸기 스무디를 컵에서 분리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구역질이 올라왔다. 미처 다 마시지 못한 주스를 화장실에 버리며 한동안 아메리카노 이외의 카페 음료는 먹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매일매일 청소해도
  학생들은 더럽다고 말하죠”

우리대학 화장실은 미화원들이 매일 락스를 사용해 청결하게 청소한다.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었지만 집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화장실 청소를 할 생각을 하니 전날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 우리대학 화장실 변기는 매일 미화원이 락스 희석액을 붓고 변기 안팎을 손으로 직접 닦는다. 변기 뚜껑과 물을 내리는 레버까지 닦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대걸레질까지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여 분. 미화원들은 “아줌마들이 매일 닦아서 사실 집보다 더 깨끗한데 학생들은 같이 쓰는 화장실이라 더럽다고 생각하니까 물도 발로 내리고 쓰레기도 여기저기 버리지”라고 한탄했다.쓰레기통에 가득 찬 뒤처리 휴지들도 집게로 집어 큰 봉투에 모은다. 화장실마다 하나쯤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여성용품이 쓰레기통에 찰싹 붙어있었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기자를 보며 청소를 가르쳐주던 미화원 김씨는 “그건 일상이야. 생리대를 벽에 붙여놓는 경우도 있고 다 쓴 휴지를 쓰레기통에 제대로 버리지 않고 가는 경우도 허다해”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청소일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그날 기자가 입고 간 바지에는 락스 물이 잔뜩 튀었다. 차미리사기념관을 함께 청소한 미화원 홍 씨는 자신의 바지를 버린 것처럼 울상을 지었다. “공용 화장실은 락스를 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으면 그런 일이 자주 있어. 그 옷은 버려야겠네.” 그의 말대로 집에 갈 때 즈음에는 검은 바지에 얼룩덜룩한 물이 들어 있었다. 결국 그 바지는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표시조차 없는 휴게실은
몸 누일 곳도 없이 좁아
 

각자 가져온 재료를 넣고 비빈 밥은 점심식사를 풍요롭게 한다.

  학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복도 벽 한쪽에 뜬금없이 나있는 문이 있다. 폭풍과도 같은 아침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을 갖는다. 미화원들은 보통 점심을 사 먹기보다는 같은 건물을 담당하는 사람끼리 돌아가며 도시락을 싸온다. 기자는 차미리사기념관을 담당하는 세 명의 미화원과 함께 가장 넓은 편인 휴게실에 둘러앉아 양푼에 밥을 비벼 끼니를 때웠다. 넓은 편이라 했지만 여자 세 명이 누우면 꽉 차는 크기였다. 그래도 의자 두 개를 놓고 마주앉으면 무릎이 닿는 다른 휴게실에 비하면 양반이었다.주말에 함께 등산가자는 이야기, 아들이 취직을 했다는 이야기 등 소소한 말들이 오가는 점심시간이 지나면 오후 일정은 조금 여유가 있다. 각자 구역에서 오전에 청소를 마치지 못한 강의실이 빌 때마다 들러 정리하고 화장실과 강의실의 쓰레기를 한차례 더 비운다. 오전에 바쁘게 돌아다닌 곳을 정비하는 수준이지만 학우들이 많은 오후시간이기 때문에 쓰레기통은 금방 차고 화장실은 물 마를 새가 없다. 그렇게 4시까지 학내 곳곳을 돌며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으로 미화원에게 부여된 그날의 업무는 모두 끝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어진 고단한 하루가 지나고 가방을 챙겨 휴게실을 나서는데 복도 한 켠에 놓인 쓰레기통이 눈에 들어왔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저 쓰레기통 한 가득 쓰레기가 찰 것이다. 하루 쉬면 학우들이 불편할 것이기에 노동자의 날에도 교대근무를 하는 미화원들. 그러나 3일간 함께 근무하면서 그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학우를 기자는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스쳐지나가다가 뭐라도 묻을까 피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학우들을 가족처럼 여긴다고 말한다. “다 내 딸 같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이잖아. 힘들지만 깨끗하게 청소한 곳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보면 내가 다 기분이 좋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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