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이후 오랜만에 만져보는 도톰한 신문이었다. 창학기념일에 맞춰 어느 정도 힘이 들어가 있는, 특집호에 어울리는 기사들로 채워져 있었다.
특집면의 <창학 94주년, 당신의 애교심은 몇 점인가요?> 기사와 <광고로 본 우리대학 10년> 기사는 창학특집호의 취지에 맞게 학우들이 참여했고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학교 홍보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단순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기사를 보았을 때 그냥 ‘아, 통계구나’ 하는 생각과 그동안의 광고를 쭉 나열만 한 느낌이었다. 변천사를 알기 쉬운 점은 좋았지만 학우들이 바라는 광고에 대한 생각을 조사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우리대학 홍보에 대한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제시되고 있고, 굳이 창학특집호라고 해 이런 문제를 쓰지 않으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자칫하다가는 단순하게 창학을 기념하기 위한 형식적인 기사가 될 수도 있다.
여성면 기사인 <도 넘은 여성 혐오, 인터넷 넘어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시켜야>는 기자가 이 문제에 대해 확실한 관심을 가지고 쓴 것이 느껴졌다. 한창 여성 비하적인 대중가요가 인기 가도를 달릴 무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가볍게, 그저 재미로 웃어 넘겼지만 그 속에 내재돼 있던 ‘여성 혐오’라는 문제를 잘 집어내어 기자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번 고민하고 칼을 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든다면 신문 한 면이 모자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장 큰 해결방책 중 하나인 ‘현상의 공론화’를 내걸어 적절한 요점으로 여성 혐오 현상을 꼬집어내었다. 막혔던 속이 좀 뚫리는 기사였다.
대학면의 <불분명한 목적의 사립대학 적립금, 사립대학의 자기 배 불리기인가> 기사에서는 실질적인 학우들의 의견이 부족했다. 많은 학우들이 우리대학 적립금 문제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학생총회와 같은 공간에서 늘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이다. 우리대학 적립금 구성에 대한 기사에서 학우들의 질문을 모으거나 익명으로라도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에 더 와닿는 기사이지 않았을까. 비단 이 기사뿐만 아니라 대학 내의 학우들과 적극적으로 인터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대학을 대표하는 언론이니 학우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만들어가는, 그런 기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저번 독자소리에서 생활체육학과 문제가 가볍게 다뤄진 것 같다는 의견을 말했었다. 이번 보도면에서 <생체과 군기 논란, 아쉬운 대책위 결과로 종결>의 기사로 그 답을 들었다. 하지만 기사를 읽으면서 ‘과연 이 사건이 종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결과는 ‘아쉬움’이었다. 한 번 세워진 군기라는 악습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탑과 다름없다. 똑바로 눈 뜨고 보시길. 그렇다고 저 인터넷 한 구석에서 자극적인 기사 하나를 쓰겠다고 달려드는 ‘찌라시’ 기자들의 태도는 절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나는 덕성여대신문 기자들의 눈과 펜이 녹슬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저작권자 © 덕성여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