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공개와 소통은 안정적 시스템의 전제
[사설] 정보공개와 소통은 안정적 시스템의 전제
  • -
  • 승인 2014.05.12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많은 인명을 앗아간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허술한지 보여주는 징후이다. 이번 사건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이 얼마나 치명적인 위협, 위험이 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최근 며칠 동안 우리가 본 것은 이익만을 챙기려고 서류를 조작하고 사실을 은폐하기 바빴던 회사, 승객들을 구하는 책무는 무시한 채 자기 목숨만을 지키는 데 급급했던 선원들, 재난상황에 우왕좌왕하면서 초동대처에 실패한 정부,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했으나 결국은 무능과 의도적인 외면으로 화를 키운 감독기관과 해경 등 총체적인 문제가 축적된 결과였다. 

 
대한민국의 재난관리시스템과 관련하여 정보와 소통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의 확산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특정 정보의 내용과 그것의 소재(所在)는 간혹 정치적 자원이 되기도 한다. 즉 특정 정보의 내용과 소재를 독점한 일부의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 그 정보를 사용할 경우 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저해하거나 함께 사는 삶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훼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 사고는 정보가 적절한 순간에 소통되지 못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해경은 해상사고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해 우왕좌왕했고 회사와 선원들은 허용치보다 몇 배나 더 많은 화물을 실었다는 정보를 숨겼으며, 선원들은 자신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숨긴 채 자신들만이 아는 통로를 이용했고 해경 역시 석연치 않은 행동들에 대해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와의 직접적인 비유가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현재 우리 사회의 교육 역시 위기의 상태에 있다. 구조조정, 특성화 사업 등으로 한국의 교육계 전체가 몇 개월째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학교, 학교의 구성원들이 모여 대학교육이라는 하나의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현재 우리는 이 시스템의 향방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각 요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평등하게 소통하여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방향으로 조정되어 갈 텐데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 있다. 교육부는 정책적 실패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학교는 구성원들과의 충분하고도 평등한 소통을 위해 크게 노력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만으로 대책과 결정을 밀어붙일 경우 교육이라는 시스템은 진정한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순간만 넘기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들이 모여 되돌릴 수 없는 참사를 만들어낸 것을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 이미 목격하지 않았는가. 세월호 사고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보의 투명한 흐름과, 논의과정의 투명성에 기반한 구성원들의 충분한 소통과 상호이해가 교육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