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마지막’이라는 말이 참 어색한 나에게 마지막 기자석의 내용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오랜 고민에 빠져 있던 끝에 지난 2년 반 동안의 기자 생활을 정리하며 몇 가지 후회되는 것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반성의 글을 쓰려 한다. 이제와 말하면 무슨 소용인가 싶겠지만 신문사를 떠나는 발걸음을 가벼이 하려는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과, 후배들이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우선 매번 모든 열정을 다하지 못한 것에 반성한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나의 마음은 당찬 포부로 가득 차곤 했다. 단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기사를 쓰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음에 새긴 다짐이 무색하게도 학기만 시작되면 과제에, 기사에, 그 외 신문사 일에 치여 바람 빠진 풍선 마냥 축 쳐져 있기 일쑤였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편집 작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있자면 ‘다음 호에는 내 모든 걸 쏟아 부으리’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머릿속에 가득했다. 결국 그 아쉬움은 매 호, 매 학기 켜켜이 쌓여 덜 수 없는 마음의 짐이 돼 버리고 말았다.
다음으로 조금 더 대담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한다. 학내 이야기를 다룰 때면 글자가 날카로운 창이 되는 기사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사안을 둘러싼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게 됐다. 항상 매서운 눈으로 허를 찔러야 하는 기자로서 너무도 부족한 부분이었다. 학보사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들은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학생기자의 특권은 기성 기자에게 가해지는 각종 족쇄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특권을 완전하게 누리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편집장으로서 한 학기를 보내며 그에 걸맞은 포용과 책임을 다 하지 못한 것에 반성한다. 편집장이 되기 이전의 나는 내 앞만 보고 달리기에도 벅찬 사람이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그런 나에게 ‘덕성여대신문사 편집장’이라는 타이틀은 때때로 부담스럽고 무섭기도 했다. 당장 앞에 닥친 일들에 바빠 기자 한 명 한 명에게 신경 써 주지 못하고 조금 더 세심한 편집장이 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마음 한 곳을 짓누르고 있던 후회의 말들을 뱉어내니 조금씩 마지막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2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신문사의 일원으로 남아 있었다는 게 새삼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비록 더 잘 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그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소란스럽던 마감 주의 신문사 풍경, 편집일이면 함께 시켜먹던 짜장면, 회의 사이사이 나눴던 담소들, 이제 ‘우리의 것’이 아닌 ‘너희의 것’이 되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덕성여대신문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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