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만 밀어대는 교육부의 구조조정
앞으로만 밀어대는 교육부의 구조조정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4.09.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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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지는 교육부의 정원감축 바람, 그 사이 갈 길 잃은 대학과 학생들

  지난 7월 교육부는 작년과 달리 2015학년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에 정원감축률을 가산점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기본 지표만을 관리해온 대학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지만 현재 교육부의 구조조정 방식은 의문을 낳고 있다.


 

 정원감축 안 하면
 재정지원 안 한다
   우리대학이 2015학년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됐다.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이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하위 15% 커트라인에서 우리대학은 0.82점이 부족했다. 평가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취업률 관리가 불리한 해였고 타 지표 관리도 미흡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교육부가 평가에 새롭게 적용한 구조조정 가산점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교육부는 정원감축을 하거나 할 계획이 있는 대학에 정원감축률의 1/10을 가산점으로 부여했다. 예를 들어 정원을 7% 감축한 대학에게는 0.7점을, 10% 감축한 대학에게는 1점의 가산점을 준 것이다. 커트라인에는 근소한 차이로 대학들이 밀집돼 있어 가산점 1점일지라도 커트라인 탈출에 충분히 영향을 끼친다. 우리대학은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에 대한 질의답변’을 통해 이번에 우리대학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것은 우리대학과 비슷한 지표 수준을 갖고 있던 대학들이 대규모 정원감축을 추진한 것이 상대적으로 우리대학에 불리한 평가로 작용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우리대학은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가지정 후 정원감축을 요구하는 정부의 유예 조건을 따르지 않으면서 끝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확정됐다.

   지난 5월 우리대학에서도 정원감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우리대학은 교육부의 특성화 사업을 지원하면서 입학정원의 4%인 52명을 감축한다는 정원감축안을 사업계획서와 함께 제출했다. 그러나 특성화 사업에 탈락하면서 정원감축 계획도 무효가 됐다.

   올해 들어 교육부는 특성화 사업의 경우처럼 재정지원을 받고자하는 대학에게 정원감축 계획과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ACE 사업, LINC 사업, BK21 플러스 사업 그리고 이번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교육부는 재정지원이라는 무기로 모든 대학에게 정원감축을 들이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맘대로 세우게 해줬다가, 
맘대로 없애버리기?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문대를 포함한 총 407개의 대학교가 존재하고 그 입학 정원은 56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 정원은 2018년에 고교졸업생 수를 넘어서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른 사회적 피해를 막고자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대학이 넘쳐나게 만든 주범은 교육부이다. 1996년 ‘대학설립 준칙주의’라는 이름으로 대학 설립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꾼 것이다. 이는 땅, 학교, 교원, 수익용 재산 등 최소 4가지 기본요건만 갖춰 신고하면 대학 설립을 허용해주는 것으로 이로 인해 1997년부터 2011년까지 63곳의 대학이 신설됐다. 이런 이유로 현재 교육부의 구조조정 계획은 정부정책의 실패를 다시 정부정책으로 만회하면서 그 책임을 무고한 대학에게 돌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우리대학의 한 교수는 “우리대학은 정원을 늘리려 한 적도 없고 오히려 밀착 맞춤형 교육을 하는 소규모대학으로서 모범이 돼왔는데 정부의 비논리적인 정책으로 희생양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심해질 정원감축 바람
   올해까지 교육부는 정원감축을 대학의 ‘자율 아닌 자율’에 맡겼지만 내년부터는 보다 강제적으로 정원감축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월 발표된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2년까지 대학 입학정원 16만 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현재 대학 입학정원 56만 명을 유지할 경우 예상되는 미충원 규모가 2017년 3만 8천 명, 2020년 8만 8천 명, 2023년 16만 명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22년까지 주기를 나눠 1주기(2015~2017학년도)에는 4만 명, 2주기(2018~2020학년도)에는 5만 명, 3주기(2021~2023학년도)에는 7만 명의 정원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정원감축을 위해 교육부는 주기마다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대학들을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의 5개 등급으로 나눈다. 최우수 대학의 경우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정원감축을 자율에 맡기고 그 외 나머지 등급의 대학들은 강제적으로 정원을 차등 감축하게 된다. 2회 연속 매우 미흡 등급을 받은 대학은 퇴출시킬 계획이다. 1주기 평가는 올 하반기부터 시작되며 실제 정원감축은 2016년에 이뤄진다.

밀어붙이는 구조조정으로 
대학과 학생은 혼란 속으로
   정원감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해 대부분의 대학들은 이제 정원감축이 불가피함을 인식했다. 그러나 대학은 정원감축을 쉽게 결정지을 수 없다. 대규모 대학은 당장 정원을 줄여도 대학 운영상의 위험이 적다. 그러나 우리대학을 포함한 소규모의 대학은 정원을 감축하게 되면 막대한 등록금 손실액이 발생해 학교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우리대학과 함께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유예 조건을 받은 서울 내 대학의 경우 모두 대규모 정원감축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정원이 5천 명 조금 넘는 우리대학보다 평균 2천 명 정도 정원이 많아 정원감축할 여유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을 받고자하는 대학에게 정원감축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대학은 교육부의 특성화 사업에 지원하면서 프리팜메드학과 폐과로 52명을 감축하고자 했다.


   정원감축을 선택하면 그 밖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대학이 정원감축을 위해 학과를 통폐합하고자 하는데 그 대상은 취업률 등의 지표에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학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대학이 특성화 사업에 지원하면서 필요한 정원감축안을 만들 때도 이 같은 논리가 적용됐다. 당시 대학은 프리팜메드학과의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등이 대학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3, 4학년의 휴학으로 재정적 손실이 크다며 정원감축분 대부분을 프리팜메드학과의 폐과로 충당하려 했다. 정부의 구조조정 요구를 받은 대학들 역시 학내 구성원과 충분한 의사소통 없이 정원감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

정권 따라 바뀌는 구조조정 방안
떠오르는 기대감 또는 불안감
   현 정부 대학 주요 과제로 구조조정이 꼽히고 있지만 부처의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 평가 방향, 세부지표들이 변화돼 일부 대학에는 기대감을, 또 다른 대학에게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

  지난달 8일 신임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구조조정 평가 주체와 방식이 변화될 것임을 내비쳤다. 황 장관은 이명박 정부부터 실시해온 경영부실대학의 퇴출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며 대학들이 일괄적으로 정원을 줄이고 대학이 퇴출될까 걱정하는 부담은 덜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장관의 의지에 따라 정부의 구조조정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 기대하는 의견도 있고 한편에서는 구조조정 방향이 다시 바뀔까 혼란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의 귀추를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현재 많은 대학들이 교육부의 무자비한 정원 감축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대학은 일단 정원을 지키기 위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의 길을 선택했지만 앞으로의 진행 상황은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다. 우리대학은 구조조정에 관련한 법안과 교육부의 구조조정 방향을 명확히 파악해 또다시 다가올 정원감축의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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