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4.10 월 17:58
 
선거 세칙, 학술문예상
> 뉴스 > 기획
     
우리가 모르는 서울의 밤, 심야버스를 타다
밤에도 계속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
2014년 09월 15일 (월) 13:00:12 이원영 기자, 최한나 기자 tozzz94@duksung.ac.kr, hanna951108@naver.com

  서울시내에 어둠이 찾아오면 올빼미족들을 위한 ‘올빼미 버스’가 나타난다. 올빼미 버스라는 애칭을 가진 심야버스는 새벽 12시부터 5시까지 서울시내 곳곳을 돌며 밤에도 깨어있는 서울시민들을 싣고 달린다. 그렇다면 모두가 잠든 시간 깨어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어둠이 내려앉은 서울의 밤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모르는 서울을 만나기 위해 기자는 심야버스에 올랐다.


[AM 12시 45분/우이동 차고지]
누군가는 퇴근을, 누군가는 출근을
  1시에 출발하는 심야버스를 타기 위해 우리대학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우이동 동아운수 차고지로 향했다. 넓은 차고지에는 운행을 마친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버스운전기사들은 하나둘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동이 꺼진 버스들 사이 오직 한 버스만이 불을 켜고 어두운 차고지를 밝히고 있었다. 오늘 새벽 운행을 하게 될 N10번 심야버스였다. 불이 켜진 버스에는 버스운전기사 조의준 씨(이하 조 기사)가 버스 내부를 쓸고 닦으며 승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버스가 워낙 크기 때문인지 한 대를 청소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버스 안을 구석구석 쓸고 닦은 조 기사는 마지막으로 버스 앞창까지 닦은 후에야 청소를 마무리 했다. 심야버스를 운전한 지 1년 정도 됐다는 그는 1시부터 3시, 3시부터 5시까지 새벽 동안 왕복 노선 2바퀴를 운전한다고 했다.
   

  작년부터 서울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심야버스는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심야버스는 서울 시내에서 총 9개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그중 N10번 버스는 우이동부터 서울역 환승센터까지 강북의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버스이다. 기점부터 종점까지 2시간이 걸리는 다른 심야버스에 비해 비교적 짧은 노선이지만 강북의 핵심지역 곳곳을 누비는 알찬 버스이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 1시가 되자 조 기사는 버스에 시동을 걸었다. 그때 차고지 사무소에서 첫 번째 승객이 달려왔다. 삭발한 머리에 스스로를 ‘도선사 스님’이라 소개한 그는 버스 운행을 마치고 퇴근하는 주간버스 기사였다. 도선사 스님이 버스 요금이라며 조 기사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넨 후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교황님이 온다나, 그거 준비하느라고 오늘 낮에는 광화문이 꽉 막히더라고.” “아, 그래요? 저는 새벽에 운전하니까 막힐 일이 없죠. 근데 기사님은 저처럼 야간버스 운전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두 기사는 서로가 모르는 낮과 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AM 1시 15분/국립 4.19 묘지 입구]
대리운전의 세상
  국립 4.19 묘지 입구를 지날 때쯤일까 버스에 중년의 남성들이 하나둘씩 타기 시작했다. 그들은 조끼를 입고 크로스백을 메고 있었으며 다들 한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똑같은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버스 안은 어떠한 소리도 없이 고요했지만 군데군데 ‘띵동’하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알고 보니 그 중년의 남성들은 대리운전기사들이었다. 한 대리운전기사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지금 한 건 하고 오는 길입니다. 오늘은 적당한 콜이 들어오지 않네요. 가는 길에 적당한 콜이 있으면 한 건 더 하고 없으면 노량진에 있는 집에나 갈까합니다.” 다른 대리운전기사는 “낮엔 일을 하고 밤에는 하루 3~5건의 대리운전을 해요. 벌이는 많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심야버스의 등장과 함께 이를 이용하는 대리운전기사들은 늘어났다. 심야버스가 생기기 전 대리운전기사들은 보통 ‘셔틀’을 이용했다. 셔틀이란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대에 개인이 코스를 정해놓고 대리운전기사들을 승합차로 실어 나르는 일종의 대리운전기사들을 위한 버스였다. 그러나 불법적으로 운행되는 셔틀은 위험천만했다고 한다. 셔틀에 비해 안전하고 값도 저렴한 심야버스는 대리운전기사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스마트폰 앱에는 수많은 대리운전 콜이 뜨지만 수익이 될 만한 콜이 없다고 그들은 말했다. 대리운전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대리운전기사도 많아지다 보니 경쟁이 심해져 요금이 자꾸만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그들은 또다시 대리운전을 하기 위해 종로쯤에서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스마트폰 바탕화면에는 아내와 자식의 사진이 담겨있었다.

[AM 2시/서울역]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도심으로 나오니 서울 시내는 낮보다 고요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간판과 차들의 불빛으로 환한 모습이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가 다니는 도로까지 나와 택시를 잡았다.

  버스가 서울역 환승센터에 다다르자 남아있던 모든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렸다. 이후 버스는 다시 방향을 돌렸다. 버스가 서울역을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텅 비었던 버스는 또 다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서울역에서 버스를 탄 한 모녀는 “지방에 내려갔다가 지금 집에 가는 길인데 늦은 시간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두 모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였다.

[AM 2시 15분/종로 4가]
출퇴근 시간보다 더한 만원버스
  곧이어 버스는 종로 4가에 도착했고 버스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출퇴근길의 버스처럼 앉을자리가 없어 많은 사람들은 빽빽하게 통로에 서 있었다. 버스 앞쪽에 사람들이 꽉 차자 조 기사는 승객들에게 조금씩 뒤로 가달라고 소리치고 뒷문을 열어 사람들이 탈 수 있게 했다. 더 이상 사람이 들어설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사람들은 계속 꾸역꾸역 버스에 올라탔다. 내려야 할 정거장에서 미처 내리지 못한 승객들도 있었다. 사람이 많아져 승객들이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노래를 듣는 사람, 핸드폰을 만지는 사람,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 졸고 있는 사람,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곤해 보였다. 서서 가면서도 눈을 감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앉아있는 사람들마저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눈을 감았다. 모두가 버스에서 잠시나마 눈을 감으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AM 3시/다시 우이동 차고지]
계속해서 달리는 버스, 반복되는 일상
  우리대학을 전후로 많은 승객들이 내렸다. 오늘 심야버스에는 약 130명 정도가 타고 내렸다. 새벽 1시부터 3시까지는 심야버스 승객의 60%가 집중되는 시간이라고 한다. 차고지에 도착하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승객들이 모두 내렸고 이를 끝으로 오늘 밤 첫 번째 심야버스 운행이 끝났다. 조 기사도 기지개를 펴며 좌석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버스 뒤편에 여전히 내리지 않고 잠을 자는 사람이 있다. 차고지에서 출발할 때 버스에 탄 사람인데 중간에 내리지도 않고 다시 차고지로 돌아온 것이다. 조 기사는 “저런 사람들은 잘 곳이 마땅치 않아서 버스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에요”라고 말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는 잠잘 곳도 없이 이곳저곳을 헤매다 오늘도 버스 안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조 기사에게 심야버스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보수가 주간버스보다 적지만 밤엔 일을 하고 낮엔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일을 마치고 아침에 집으로 돌아가면 자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잠깐 자고 일어나면 일반 직장인들이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조 기사는 잠깐의 쉬는 시간 동안 담배 하나를 피고 다시 출발할 준비를 했다.

  밤에도 사람들의 일상은 계속됐다. 누군가는 자신의 직장인 버스를 움직였고  누군가는 도시의 쓰레기들을 청소했다. 하루 종일 식당에서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고 뒤늦게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심야버스에서 볼 수 있었다. 심야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평범한 서민들이었다. 심야버스는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다리가 돼주고 있었다.

이원영 기자, 최한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덕성여대신문(http://www.dspress.org)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청소년보호정책
132-714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신문사 | 전화 : 02-901-8551,8 | 팩스 : 02-901-8554
메일 : press@duksung.ac.kr | 발행인 : 이원복 | 주간 : 조연성 | 편집장 : 박소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소영
Copyright 2007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spres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