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숨기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기자석] 숨기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 류지형 기자
  • 승인 2014.09.15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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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대학 이미지에 좋지 않은 기사를 쓰는 의도가 뭔가요?” “예민한 학내 사안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학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을 취재할 때마다 기자는 학내 취재원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기자를 향한 불신의 눈초리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일부 취재원은 해당 사안에 대한 기자의 입장을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뷰가 끝난 후 기자의 학과와 학번을 적어가기도 한다. 신문에 내기 전 기사를 보여주면 자신이 기사를 확인하고 수정할 내용을 알려주겠다는 취재원의 사전 검열과 같은 발언을 들어본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불쾌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이해관계에 놓인 당사자들의 당연한 반응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기성언론 기자였으면 이런 대우를 받았을까?’라는 생각까지 들면서 학보사 기자라는 자부심이 무너져 내린 적도 많았다.

  한 번은 우리대학의 한 학과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취재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사안과 관련된 여러 취재원들을 만났고 취재는 무사히 마무리됐다. 그러나 취재 이후 기자는 연이어 걸려오는 항의 전화에 하루 종일 시달려야만 했다. 항의 전화를 한 취재원은 “학교에 안 좋은 일이 있으면 학내에서만이라도 조용히 있어야지 왜 학내 기자가 들쑤시고 다니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심지어는 기자에게 기사의 의도를 캐묻고 “그런 보도가 왜 필요하냐”며 언론 탄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학보사에서 활동하는 학생 기자로서 가장 힘든 점은 우리대학, 혹은 학내 구성원의 잘못을 지적하는 기사를 쓰고 쓴소리를 해야 할 때이다. 나 역시 우리대학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예민한 학내 문제를 파헤치고 학내 사람들을 찾아가 민감한 질문을 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 또한 이러한 사안에 대해 답변을 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취재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일부 취재원의 태도는 과연 학보사가 엄연한 언론기관임을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조차 의문이 들게 한다.

  기자의 의무는 진실을 알리고 사회를 비판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학내 사안에 대한 사실을 알리고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학보사 기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을 숨기려고만 하는 일부 취재원들의 태도를 보면 과연 학내 언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일부 취재원의 바람대로 예민한 학내 사안을 보도하지 않는다면 학보사는 비판 기능을 상실한 홍보지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감추는 것만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며 비판이 두려워 숨으려고 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가 아님을 우리대학의 구성원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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