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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뒤에 감춰진 감정노동자의 눈물
손님들의 폭언과 폭행으로 멍들고 있는 감정노동자
2014년 10월 13일 (월) 16:57:54 최한나 기자 hanna951108@duksung.ac.kr

 
   
캡쳐/ SBS스페셜 가면뒤의 눈물

  작년 4월 한 대기업의 임원이 기내식이 맛없다는 이유로 항공사 승무원을 폭행해 논란이 됐다. 얼마 전에는 한 제빵회사 사장이 주차된 차량을 이동해 달라고 요구한 호텔 지배인에게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수도 없이 손님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고 있다. 속으로는 울고 있지만 겉으로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감정노동자들의 아픔을 들여다보자.

  화장품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우리대학 허우진(사회 1) 학우(이하 허 학우)는 계산 전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에 대해 미리 안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님에게 욕설을 들었다. 허 학우는 너무 놀랐지만 다른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면서 계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백화점 직원 A양은 백화점 고객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 경험이 있다. 한 손님이 A양에게 인사를 받지 못해 기분이 상했다며 본사로 항의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백화점을 그만 둘 수 없었던 그녀는 ‘손님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본사의 명령에 따라 고객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다. A양은 이때 받았던 모욕감과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 손님을 보면 주눅부터 든다.

  여성 근로자 10명 중 3명
  감정노동에 노출돼 있어

  감정노동이란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처럼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숨기고 노동 업무에 필요한 감정 상태를 연출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직무의 40% 이상을 감정노동에 할애하고 있는 사람들을 감정노동자라고 부른다. 감정노동자들은 인격을 무시당하는 발언을 듣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항상 감정을 억제하고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고용인구 1천 6백만 명 중 약 37.5%에 해당하는 6백만 명이 감정노동자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 38%가 중증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80%는 손님으로부터 폭언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노동은 3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노동 형태이다.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항공사 승무원과 각종 민원사항을 처리하고 해결하는 전화 상담원, 환자를 치료하는 간호사 등이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의 예이다. 또한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감정노동에 많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여성 근로자 1천만 명 중 3백만 명이 서비스 및 판매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서비스업 종사자의 약 65%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여성 근로자 10명 중 3명이 감정노동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 감정노동자들의 대다수는 손님의 폭언과 폭행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이하 김 연구위원)은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여성 근로자들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에 거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감정노동이 당연시되고 있기 때문에 여성 감정노동자들의 인권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인간의 감정까지
  상품화되는 현대사회

  서비스업이 발달함과 동시에 손님의 요구사항도 점점 수준 높아져 감정노동자들에게 고도의 감정노동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회사나 매장 내부에서는 나름대로의 지침을 정해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킨다. 한 백화점은 ‘모든 직원은 백화점 주차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퇴근할 때까지 고객과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해야 한다’는 직원 기본 지침을 두고 있다. 또한 직원들을 상대로 고객들에게 가장 상냥하게 대하는 ‘미소의 여왕’을 선발하는 등 감정 생산을 위한 경쟁을 도입하기도 한다. 작은 가게 역시 백화점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허 학우는 “아르바이트 중인 화장품 브랜드만의 인사법과 말투가 있다”며 “다른 일을 하다가도 손님이 들어오면 밝은 목소리로 지침에 따라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내부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직원의 태도를 하루종일 감시하기도 한다.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B양은 “편의점 내부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점장님은 내부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감시한다”며 “한번은 손님에게 인격 모독을 당해 표정이 굳어있자 점장님이 기분이 나쁘더라도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서는 안 된다며 혼을 냈다”고 말했다. 이렇듯 매장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정해진 지침 속에서 하루 종일 긴장된 상태로 손님의 무례한 행동과 인격 모독을 참아내고 있다.

  감정적 부조화로
  심하면 자살로 이어지기도

  감정노동은 실제로 느끼는 감정을 무시하고 거짓된 감정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감정의 부조화를 가져온다. 감정노동자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있으며 수면장애와 불안증을 겪거나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실제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노동환경연구소가 근로자 2천 2백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정노동종사자 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감정노동자의 48.9%가 우울증과 불안증 같은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감정노동을 오래 수행한 근로자의 상당수는 밝게 웃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돼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우울한 상태가 이어지는 스마일마스크 증후군에 걸리기도 한다.

  이에 더해 감정노동자 중 일부는 대인관계에 적개심을 품기도 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직무한다고 생각하는 이중적 자아를 느끼기도 한다. 심할 경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감정노동종사자 건강실태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30.6%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4%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감정노동자들을 존중하는
  ‘착한 소비자’ 의식 필요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감정노동자를 위한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감정노동을 해결하기 위한 기업들이 점차 생겨나고 있는 추세이다. 2005년 프랑스계 기업 로레알코리아가 처음으로 감정노동에 대한 수당을 주기로 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여러 기업에서 감정노동자들에게 감정노동 수당과 휴가를 주고 있다. K기업은 고객이 직원에게 성희롱과 욕설 등을 할 경우 관심 고객으로 분류하여 별도의 관리를 하고 성희롱 고객에 대한 법적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들은 감정노동을 당한 직원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물리치료나 심리치료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감정노동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 연구위원은 “감정노동이 행해지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감정노동에 대해 미리 고지하고 고객이 욕설이나 폭력을 행사할 경우 고소, 고발을 할 수 있는 철저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많은 기관과 시민단체에서는 시민들의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소비자단체와 함께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 개선 캠페인을 전개했다. 또한 서초구에서는 감정노동자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소비자들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대형매장을 순회하며 ‘착한소비자 착한사업주’ 캠페인을 펼쳤다. 한 카페에서는 ‘따뜻한 말 한마디’ 이벤트를 열어 따뜻한 멘트로 주문하는 고객에게 최대 50%까지 할인을 해주고 불친절한 주문의 경우에는 정가를 그대로 받거나 할증을 하는 등의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책이나 대안책이 없더라도 사람들 스스로가 ‘착한 소비자’ 의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들이 감정노동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 대하는 등의 태도를 취한다면 감정노동자들의 고충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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