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사설]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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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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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재난과 수난의 여름이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인터넷을 달구며 우리대학이 구설수에 오르더니 개학을 앞두고는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앞의 재난은 피하기 어려운 천재지변이었지만 뒤의 수난은 미리 예측하고 피할 수 있었던 인재였다. 이유가 어찌됐든 간에 2013년 3월에 출범한 홍승용 총장 체제가 학교에 남긴 멍에는 오랫동안 우리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를 것 같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새로운 평가지표를 발표했다. 이로써 대학의 여건을 무시하고 몇 개 안되는 획일적인 잣대를 전가의 보도인 양 들이대며 여러 대학들을 곤궁에 빠뜨렸던 평가지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에 과다한 정성지표로 구성되어 있는 새로운 평가 방식이 공정할 수 있겠냐는 볼멘소리가 수도권과 지방 대학 간에 음을 달리하며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새로운 평가지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정원 감축과 그 방식이다. 대학을 5개 등급으로 비율에 따라 ‘상대평가’했던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대학의 등급을 ‘절대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우수 평가를 받은 경우만 ‘자율적’으로 감축하고 나머지 하위 4개 등급은 의무적으로 등급에 맞추어 정원을 감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대학구조개혁 1단계의 목표에 맞추어 4만 명가량을 감축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어쨌거나 많은 대학들이 강제적인 정원 감축으로부터 벗어날 길은 적어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최종 평가편람이 확정되는 올 11월 초에 1주기 평가가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2학기가 중반에 접어든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정작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은 적어 보인다. 한 여름의 소낙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견뎌야 할 뿐이다.

  그런데 학교의 상황은 어떠한가? 8월 말 ‘비상 전체 교수회의’를 개최하며 당장이라도 세상이 요절날 듯 호들갑을 떨었던 대학본부는 공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내 구성원과 이사회, 더 나아가 총장 사이의 의견이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문제로 한 달을 허송세월했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결국 홍승용 총장이 사임하고 지난 1일부로 박상임 이사가 총장 직무대리로 임명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신임 총장이 취임한 것은 학내 구성원들이 축하하고 격려해 주어야 할 경사이다. 그러나 학교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상당수 구성원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며 냉소적이고 이사회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우리대학이 갖고 있는 여러 특수상황을 고려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수렴하는 최소한의 형식이라도 갖추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도 임기가 제한된 새로운 총장 직무대리가 걸어야 할 길도 평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전 총장이 벌려놓은 여러 일들을 수습하기에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텐데 언제 대학 구성원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며 개혁의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더 나아가 시대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대학발전모델’을 제시할 여력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기대와 염려 속에 신임 총장의 행보를 말없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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