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만 써보는 기자들의 일기
오늘 하루만 써보는 기자들의 일기
  • 덕성여대신문사 기자단
  • 승인 2014.11.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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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성여대신문사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를 자축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아주 황당하면서도 감동스럽고, 부끄러우면서도 기억에 남는 아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해보려 합니다. 독자 분들께서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실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너그러운 독자 분들께서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50주년을 함께 한 독자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천국과도 같은 그곳의 존재

  저녁 6시. 시침과 분침이 정확하게 6과 12를 가리키면 우리는 수화기를 든다. 전화기가 닳을 정도로 많이 눌러서 이미 외워버린 그 번호. 때로는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친숙해서 오랜 친구처럼 안부 인사를 물을 것만 같다. 그곳은 바로 김밥천국이다. 모든 메뉴를 구비하고 있는 그곳은 신문사 기자들에게 진정한 천국과도 다름없다.
신문사 기자들은 밤낮 할 것 없이 바쁘게 기사를 쓰고 고친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들은 밥을 먹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그러나 마감에 시달리기 때문에 외식을 하거나 좋은 음식을 먹지는 못한다. 그래서 배달음식으로 매 끼니를 때우고 있다. 그러나 배달음식이라고 해서 매번 똑같은 음식을 시켜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백 가지가 넘는 메뉴를 보유하고 있는 그곳에 전화를 건다.

  처음에는 김밥천국과 매우 사무적인 관계였다. 그러나 1년 동안 우리의 마감을 지켜보다시피 한 배달아저씨는 이제 기자들과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기자들도 저 복도에서 들려오는 아저씨의 발소리와 구수한 음식 냄새를 맡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는 늘 그 목소리와 그 냄새를 그리워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6시가 찾아왔다. 우리는 또 다시 그곳에 전화를 걸어 그 친숙한 목소리를 듣겠지? 이렇게 우리의 하루도 저물어 간다. 
  - 뿌야 엄마

  그냥 친구입니다, 친구라구요!

  다양한 기획기사들 중에서도 독특한 소재였던 ‘여대 다니는 남자’ 기획, 금남의 구역인 우리대학에 다니고 있는 다양한 남자 학우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획이었다. 우리대학 대학원생과 중국에서 온 교환학생이 취재에 흔쾌히 응해줘 인터뷰는 화기애애한 가운데 마무리됐다. 문제의 시작은 나와 중국인 유학생의 연락처 교환이었다. 중국인 유학생은 인터뷰 중 “한국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어서 왔는데 한국 대학생들은 너무 바빠서 친구를 만들기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럼 나와 친구하자”고 별 뜻 없이 번호를 주고받았다. 평소 격무에 시달리느라 남자 관련 가십이라고는 일절 없는 기자실은 난리가 났다. 문자를 주고받을 때마다 동료 기자들은 “잘 해봐라, 그 친구랑 사귀면 좋겠다”고 소란을 떨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눈이 하늘에 붙어있던 나는 됐다고 비웃어댔다. 기사가 나간 후에도 한동안 다른 기자들이 놀려대는 통에 나는 그와 점점 거리를 뒀고 외국인 친구 좀 만들어보고자 했던 시도는 어색함만 남긴 채 흐지부지 끝났다.

  몇 달 뒤, 교환학생들이 자국 요리를 선보이는 축제 부스에서 그 남학생을 다시 만났다. 그는 오랜만에 만난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종이컵 가득 요리를 담아줬다. 사실 그 교환학생에게 그 즈음 여자친구가 생겼지만 한동안 덕성여대신문사에서는 나를 놀릴 때마다 끌려나왔다. 이 자리를 빌어 엉뚱한 여자와 농담으로라도 엮이게 한 점, 그 남학생에게 사과 드리고 싶다. 그리고 덧붙이고 싶다. 정말 그냥 친구입니다! 정말로! 
  - 신문사 철벽녀

  잊히지 않는 그때 그 사람


  수습기자를 졸업한 지 어언 3개월이 흐르고 드디어 인터뷰면을 맡게 됐다.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인터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A 씨는 이런 인터뷰 요청은 문자로 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A 씨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시간이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인터뷰 날짜를 잡아야 했기 때문에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호통이 내리쳤다.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모르니? 너랑 전화통화를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중요한 전화 못 받으면 니가 책임질거니?” 나는 죄송하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고 드디어 인터뷰 약속을 잡고 A 씨를 만났다. 그러나 A 씨는 바쁜 일이 있다며 기자에게 잠시만 기다리라 말하고 밖을 나섰다. A 씨는 한 시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상황을 알게 된 신문사 선배들은 그냥 돌아오라고 말했지만 오기가 나서 A 씨를 끝까지 기다렸다. 드디어 1시간 반 만에 A 씨가 돌아왔다. A 씨는 미안한 기색 없이 오늘 밤에 전화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A 씨가 질색했던 전화로 말이다! 게다가 A 씨는 우리를 배웅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했던 인터뷰를 다 읽어보고 이제까지의 인터뷰에서 나오지 않은 내용만 질문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약 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인터뷰면을 한 번도 쓰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나는 인터뷰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바로 A 씨 때문에 말이다! 
  - 신문사 비둘기

  길어서 슬픈

  덕성여대신문사에는 두 대의 카메라가 있다. 하나는 렌즈가 짧아 ‘짧카’라고 불리는 카메라이고 다른 하나는 ‘긴카’라 불리는 렌즈가 긴 망원카메라이다. 신문사에서 짧카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반면 긴카는 두대의 카메라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쓰이지 않는 기피대상이자 계륵 같은 존재이다. 

  취재를 하던 중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모두 모였는데 그날 가져간 긴카로 인해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사람들이 다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프레임 안으로 사람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점점 뒤로 갔고 벽에 등이 닿아서야 모든 사람들이 겨우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사람들은 점점 뒤로 가는 나를 보고 웃었다. 너무 창피했다. 그때 한 분이 “왜 망원카메라를 가지고 오셨어요”라고 물었고 나는 “카메라가 없어서요”라고 대답했다. 나를 딱하게 봤던 그분의 눈빛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단체 사진 외에도 찍어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모든 사진이 너무 카메라 렌즈 안에 꽉 차게 잡혔다. 결국 그날 내가 건진 사진이라곤 힘겹게 찍은 그 단체 사진뿐이었다.

  물론 긴카가 쓸모가 있을 때도 있다. 멀리서 찍어야 할 때에는 매우 고마운 카메라이다. 문제는 그런 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일당백은 못 해줘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 나무늘보

  오늘도 신문사를 청소했다


  평소 나는 깔끔한 사람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신문사에만 들어서면 내가 깔끔을 떤다. 책상 위의 물건들은 줄맞춰 세우고 쓰레기가 쌓여있는 광경을 조금도 참을 수 없다. 깔끔병은 나에게로만 그치지 않는다. 동료 기자들이 조금만 신문사를 더럽게 하면 그들에게 핀잔을 주기까지 한다. 그런 나를 동료 기자들이 꼴불견으로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신문사에서 만큼은 약간의 더러움도 나에게는 용납되지 않는다.

  내가 신문사에서 깔끔을 떨게 된 계기는 아마 오랫동안 방치된 음료수 병에 생긴 곰팡이와 신문사를 질주하는 바퀴벌레를 본 후였을 것이다. 이제 신문사 내부 환경이 어떨지 조금은 상상이 가지 않는가? 나는 신문사 안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느 순간부터 청소를 하고 있었다.  
 
사실 청소에 집착하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기사가 쓰기 싫어서이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 꼭 공부하기 전에 책상 정리부터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죽도록 써지지 않는 기사에서 잠깐은 도망치고 싶어 청소를 한다. 그래도 청소를 하고나면 글이 잘 써지는 효과가 아주 가끔은 있다.

  평소에 신문사 청소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청소하는 노력을 취재하는 데, 글 쓰는 데 좀 더 써야겠다. 어지러운 혼란 속에 독자들에게 핵심을 깔끔하게 전달해주는 깨끗한 기사를 쓰고 싶다. 더러운 기레기는 되지 말아야겠다. 
  - 집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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