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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학술문예상 시·시조 심사평>
2014년 11월 26일 (수) 19:16:26 이명찬(국어국문) 교수 -

  다른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글쓰기에만 매달리는 문학 과잉의 시대는 불행하다. 삶의 무변대한 가능성에로 확산되어 나가지 못하고 명민한 머리와 불같은 가슴들이 웅숭그리고 모여들어 11월의 신문사 신춘문예 접수창구나 기웃거리는 장면은 분명 불쾌하다. 세상의 뒷목을 쥔 누군가가 청춘들의 물꼬를 그 방향으로만 틀어놓고 히히덕 거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의 1980-90년대가 그러하였다.

  그런데 문학 따위 개나 줘버린 이 시대도 심히 마뜩찮긴 마찬가지다. 물신에 목매는 한심한 영혼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여 지켜보는 마음이 자꾸 배배꼬인다. 일찍이 문학 과잉 시대의 선봉에 섰던 시인 이성복이 그랬다. 문학도 하지 않고, 아니 사람이라면서 시도 쓰지 않고 어떻게 살아가는가. 아이들을 키울 때 입만 열만 좋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고 큰 인물 되라고 가르친다면서 시나 소설책을 읽고 있으면 나부랭이라는 언사로 아이들의 기를 꺾어버리는 이 시대의 강퍅한 어른들. 그 인두겁들을 향해 시인은 도대체 뭐라고 궁시렁거리며 종주먹을 들이대고 있을까.


  이제는 시마(詩魔)가 대학에서도 떠나가려는 징후인가. 40회나 되었다는 덕성여자대학교 신문의 학술문예상 시 부문 응모작이 기껏 7명이 부쳐온 24편으로 끝이다. 난감하다. 풍요로운 시의 결을 누비며 목관악기 같은 가을을 화사하게 누려 보려던 마음, 대번에 금이 갔다. 귤처럼 익은 언어들 속에서 기성의 생각이나 표현들에 보내는 싱싱한 야유를 톺아보려던 기대, 발목이 꺾였다.

  <호우주의보>는 비에 젖은 느낌을 그럴싸하게 살려낸 능력을 살만했다. 그러나 그 자체를 충실하게 즉물적으로 도드라지게 하는 쪽으로 더 밀도 있게 밀고가지 못하고 ‘거짓 없이 맨몸으로’나 ‘개구리, 물고기’처럼 의미 영역에 발을 걸친 이미지를 문득 끌고 들어와 버려 시를 버렸다. 나머지 두 시에는 필요한 정보가 부족했다. 말을 하려다 문득 멈추어버린 형국이다.

  <직진 할매>를 가작 없는 우수작으로 결정한다. 나머지 4편에도 깎고 다듬고 애쓴 부스러기들이 흥건하다. 사실은 그 부스러기들도 거두어 내야 하는 것이다. 작위가 살아 있으면 독자는 불편하다. <직진 할매>는 ‘빵’과 ‘직진’, 둥근 것과 바른 것의 교직을 통해 우리 삶의 모난 데를 고스란히 끄집어낸 수작이다. 다만 ‘소/보/로’와 부호들의 사용이 다소 걸린다. 제 기능이 다 살아있는지 다시 탈탈 털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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