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제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해 각 당들은 어떤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지 그리고 지난 16대 선거에서 제시했던 공약은 얼마나 지켜졌는지에 대해 선거를 3일 앞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17대 국회의원 선거는 다른 여느 선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다. 여성정치인들이 정계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이나, 4·15총선을 앞두고 탄핵안이 가결된 후, 당 지지도가 갑작스레 확연히 변해버린 민주당은 붕괴의 위기에 있다. 세간에서는 이번 선거가 노대통령에 대한 심판이 될지 한·민·자에 대한 심판이 될지가 최대의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혼란에 빠진 나라를 잠잠하게 만들 정치인을 뽑을 줄 아는 유권자의 현명함도 필요하겠지만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상, 여성 관련 공약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정치인이 그리고 어떤 당이 정권을 잡느냐의 문제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로 가득 찬 한국사회 여성과 관련한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느냐다. 이것은 ‘친노·반노’의 문제보다 훨씬 더 실질적으로 여성과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과거 또는 현재에 여성을 위한 공약에는 어떤 것이 있었고 얼마만큼의 발전이 있었을까. 가장 가까운 16대 국회에서 각 정당들이 내세운 공약을 간단히 살펴보자면, 한나라당은 여성권익향상을 위한 국가기구를 강화하고 여성고용의 확대와 안정화를 약속했었고, 민주당은 여성부 신설과 여성의 공직 진출 확대를 위해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와 승진비율을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 그런데 17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둔 현재, 16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제시된 여성관련 공약 중 시행되고 있는 것은 민주당이 공약을 세운 여성부의 신설밖에 없다. 여성부가 신설되어서 양성평등실현과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정책을 마련하는 등 그나마 실제 생활에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방안이 마련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많이 미약한 수준이다.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나 출산·육아에 관한 공약에 있어서는 별다른 발전 없이,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에 대한 지원이나 여성 복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17대 선거에도 반영되고 있다. 즉, 17대 선거에도 여전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한나라당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여성고용 확대 및 안정화와 같은 추상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선거에서 다른 당과 차별화된 공약을 제시해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민주당에서는 스토킹방지 제거법을 제안하고 있고, 민노당에서는 아동수당을 지급하여 마음놓고 아이를 키우자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여성유권자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정치인을 지지하기보다는 그간의 정당의 노력과 공약을 살펴보고 차별적인 지지를 해야 한다. 무턱대고 여성후보를 찍으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여성후보자가 많아져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므로 이왕이면 여성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약을 보고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자는 말이다.
이번 선거에 불어닥친 여성파워는 투표를 앞둔 여성유권자에게도 투표 참여에 있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 여성 정치인이 대거 등장한 이상, 이러한 여세를 몰아 여성들의 활발한 투표참여 유도를 통해 17대 총선을 여성의 지위를 한층 더 향상시킬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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