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요”
“마술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요”
  • 류지형 기자
  • 승인 2015.05.18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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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둘, 셋! 동전이 사라졌습니다.” “당신의 생각이 이곳에 나타날 것입니다.”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하는 마술, ‘마술’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최현우 마술사(이하 최 마술사)이다. ‘한국의 데이비드 카퍼필드’라 불리는 그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마술 인생 20여 년, ‘여전히 마술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하는 최 마술사를 만나 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연히 접한 마술,
  마술의 매력에 빠지다
  “어렸을 때는 제가 커서 마술사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매직샵’에서 처음 마술을 보게 됐어요. 마술사가 제 손에 동전 다섯 개를 올려줬는데 주먹을 쥐었다가 펴니까 동전이 제 손안에서 사라졌더라고요. 제 손 위에서 마술이 일어난 거죠! 너무 신기했어요. 이날 이후 마술에 흠뻑 빠지게 됐어요.” 최 마술사가 평생 마술사의 길을 걷게 된 시작점이었다. 그는 이후 본격적으로 마술을 배우게 된다. “동전 마술과 카드 마술 등 작은 마술부터 연습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우리나라 1세대 마술사인 이흥선 선생님의 마술팀과 교류하면서 마술을 조금씩 배워나갔죠. 이때까지만 해도 취미에 불과했어요. 그러나 20살이 된 이후 마술을 직업으로 삼기로 결심했죠. 마술이 저와 정말 잘 맞았거든요(웃음).”

  이흥선 마술사의 문하생이 되다
  그러나 최 마술사는 부모님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대학을 그만두고 마술을 한다고 하자 부모님께서 저보고 그냥 집을 나가라고 하셨어요. 저는 부모님을 설득하기 시작했죠. 당시 미국에서 굉장히 유명했던 데이비드 카퍼필드라는 젊은 마술사가 있었는데요. 부모님께 저도 나중에 데이비드 카퍼필드처럼 텔레비전에 나오고 공연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저를 혼내시면서 하신 말씀이 있었어요. ‘너 이 자식! 어느 서커스단에서 일하려고 그래!’ 아버지는 제가 서커스단에 들어갈 줄 아셨나 봐요. 그때 당시 서커스는 세계에서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주류 예술 중 하나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주류에 속해 있었어요. 아버지는 마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셨던 거예요. 제가 아무리 설명해 드려도 마음을 돌리지 않으셨죠. 결국 그대로 집에서 쫓겨났어요. 그날 3호선 압구정역에서 잠을 청했죠(웃음).” 

  그는 다음날 곧장 이흥선 마술사를 찾아가 그의 문하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최 마술사는 문하생 시절,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온종일 마술에 매달렸다고 한다. “선생님께 제자로 받아달라고 본격적으로 청했어요. 당시 매일 연습을 해야 했지만 마술을 하는 것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그땐 젊었으니까요(웃음).”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다
  이후 그는 명지대 축제에서 첫 무대를 가지게 된다. “세 명이 무대에 올랐는데 당시 한 사람당 10분의 시간을 부여받았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까 너무 떨리는 거예요. 눈앞이 캄캄했죠.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는데 너무 긴장해서 어떻게 마술을 하고 내려왔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그때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일까. 최 마술사는 2002년 국제마술협회 마술컨벤션 코미디, 클로즈업, 쇼맨십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2009년에는 FISM 월드 챔피언십에서 오리지널리티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각종 대회에 참가해 상을 휩쓸기 시작한다. 그의 강점은 클로즈업 마술과 멘탈 마술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멘탈 마술을 시도한 마술사이기도 하다. “마술은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세분화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중에서 제가 좋아하고 특화된 분야가 있다면 가까운 곳에서 보여주는 카드 마술과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멘탈 마술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이제 마술을 ‘마법’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비둘기 마술을 보더라도 ‘비둘기가 나타났다’고 표현하기보다 ‘숨겨놓은 비둘기를 도대체 어디서 꺼내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거죠. 기존의 마술과 다른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멘탈 마술이에요. 멘탈 마술은 특정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심리를 통해 마술을 보여주는 거예요. 흔히 사람의 마음은 트릭이라 생각하지 않거든요(웃음).”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마술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인어공주 마술’이라고 답했다. “2003년에 이 마술을 가지고 마술 올림픽에 나갔어요. 그런데 마술을 하던 중 조명이 꺼져서 완전히 깜깜한 상태에서 마술을 진행했죠. 대회에서는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아요. 결국 4위에 머물고 말았죠. 그러나 2009년에 다시 이 마술을 선보여 마술 올림픽에서 우승을 했어요. 무려 6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죠. 그래서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아요.”

  꾸준한 노력이 지금의 그를 만들다
  현재 최 마술사는 10년 넘게 그의 이름을 걸고 마술 콘서트를 열고 있다. “마술 콘서트를 열기 2년 전부터 공연 기획을 시작해요. 시놉시스와 스토리가 만들어지면 장소를 대관하고 미국에서 공연팀을 만나 회의를 하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마술 도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물건을 공수해와요.” 그는 많은 사람들이 마술과 관련된 직업에는 마술사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마술사 이외에도 마술 프로듀서가 있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인벤터가 있죠. 그리고 마술을 만드는 빌더가 따로 있고요. 또 그걸 예쁘게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있어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서 마술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그는 매 공연 재치 있는 말 솜씨와 화려한 쇼맨십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가 재치 있는 달변가였던 것은 아니다. 최 마술사가 마술을 시작했을 무렵 내성적인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가장 먼저 마술을 그만두게 될 것이다’고 말하곤 했다.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말을 잘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어요. 3개월 동안 2호선 지하철을 돌면서 껌을 팔았죠. 정정하신 아버님이 아프시다는 등 말도 안되는 사연을 지어냈어요(웃음). 덕분에 이젠 사람들이 많이 있을 때도 떨지 않아요. 지금도 가끔 동창회를 가면 친구들은 제가 마술을 하는 게 신기한 게 아니라 방송이나 공연장에서 말을 잘하는 게 신기하다고 말해요.” 그의 꾸준한 노력이 지금의 최 마술사를 만들어낸 셈이다.

  마술이 여전히 재미있어요
  “저는 지금까지 슬럼프에 빠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신기한 일이죠. 저는 마술이 정말 재미있어요. 마술은 무궁무진해요. 새로운 마술이 1년에 4백 개 이상 만들어져요. 이걸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죠.” 최 마술사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묻자 그는 “기립박수를 받는 그 몇 초도 안 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라고 답했다. 그의 목표는 ‘버티는 것’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마술을 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예술가로서 갈 수 있는 최고의 길이 아닐까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기자는 그에게 마술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최 마술사는 ‘아직 빈칸으로 남겨놓았다’고 답했다. 그는 “마술에 대해 정의를 내리려고 하면 매번 바뀌더라고요. 또 제 자신이 오만해질까 봐 마술에 대한 정의를 아직 빈칸으로 남겨놨어요. 그러나 그 빈칸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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