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내가 강해지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길을 내 밖에서 찾아왔다. 그러나 그 길은 내 안에 있다. 항상 거기에 있다’라는 안나 프로스트의 말이 머리를 강타했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나를 끊임없이 내몰며 상처 주고 고통 받았던 20대 초반을 되돌아봤다. 남들보다 더 높은 곳에 있고 싶고, 남들보다 더 완성된 모습을 갖춰야 하고…. 남들보다 한 끗이라도 더 잘나 보이려 애썼기에 뒤처지고 못난 나를 볼 때마다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왜 난 이것밖에 안 되는지, 왜 나만 이런 우울을 겪어야 하는지 자책하고 원망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남들은 모두 앞서가는 것만 같은데 혼자 뒤처지는 것만 같아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을 것이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자신을 누구보다 믿고 사랑하기에, 남들보다 뒤처지는 모습에 우울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슬픈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누군가와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를 사랑해주는 것. 스스로에게 못된 말로 상처 줬다면 ‘이제까지 잘 달려왔어’, ‘얼마나 힘들었니’라는 말 한 마디를 자신에게 건네보면 어떨까.
2년 전 여름방학을 앞두고 2살 어린 동생에게 쪽지를 받은 기억이 있다. 알찬 방학은 어떤 것인지 물어보는 쪽지였다. 갓 대학을 입학한 동생이 벌써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이 놀랍고 기특했다. 그러나 나는 4학년이기 때문에 잘 알 것 같다는 동생의 말에 부응할 수 없었고 결국 답을 해주지 못한 채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흘러간 시간만큼 머리가 굵어져 그 동생은 아마 스스로 깨우쳤을 것이다. 늦어서 미안하지만 지금이라도 말해주고 싶다. ‘누구 보다 알찬 방학을 보내기보다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게 어떨까…?’라고. 꼭 바쁘지 않아도 되고 무언가를 해야만 하지도 않으니 얽매이지 말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라고 답장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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