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싸우는 현재, 과거로부터 배울 점은?
메르스와 싸우는 현재, 과거로부터 배울 점은?
  • 공가은 기자
  • 승인 2015.09.01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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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예방 모범국에서 메르스 민폐국으로 전락한 우리나라

 지난 5월부터 급속도로 퍼진 중동호흡기증후군 (MERS)(이하 메르스)으로 인해 한동안 국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2년 발생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이하 사스)의 경우를 기억하는가? 당시 우리나라는 철저한 사전 예방으로 세계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으로 인정받았다. 사스 예방 모범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오늘날 다른 국가에 피해를 끼치는 메르스 민폐국으로 전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비슷한 증세 비슷한 발병 원인  그러나 전혀 다른 결과
  사스와 메르스는 본래 박쥐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고열, 기침, 호흡 곤란 등 심한 호흡기 증세를 나타낸다는 점이 비슷하다. 다만 치사율과 감염률에서 차이가 있는데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치사율은 메르스가 약 네 배 정도 높지만 감염률은 사스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메르스의 발생지역은 중동지역인데 반해 사스의 발생지는 우리와 근접 국가이고 왕래가 많은 중국이었다.

  발생지와 거리만 고려해보면 우리나라는 사스 감염자가 메르스 감염자보다 많아야 한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실제 사스의 감염자는 총 4명에 불과했고 메르스의 감염자는 186명으로 사스에 비해 46.5%나 높았다. 또한 사스는 초기에 사건이 종결됐지만 메르스는 2차 감염자부터 4차 감염자까지 나왔으며 총 3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초기 대응 철저한 사스 정부
  초기 대응 허술한 메르스 정부

 사스가 유행한 2002년, 정부는 국내에 사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스방역대책본부’를 출범시켜 사스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국내 항공사에 이동식 열감지기를 설치해 사스 환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사스 감염지역에서 온 탑승객의 경우 한 명 한 명 직접 체온을 쟀다. 또한 사스 의심 환자 및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은 모두 10일간 강제로 격리시켰다. 중국이 8천 4백의 감염자와 8백여 명의 사망자를 내는 동안 우리나라는 정부의 빠른 판단과 행동 덕분에 4명의 감염 환자만 발생한 채 한 달 만에 사스를 종식시킬 수 있었다.

  반면, 오늘날 정부의 메르스 대처는 이보다 훨씬 늦게 출발 시점에 섰다. 국내 첫 메르스 감염자인 A씨는 ‘바레인’에서 귀국한 후 메르스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자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환자를 “바레인은 메르스 감염지역이 아니다”는 말과 함께 아무런 조치없이 돌려보냈다. 그러나 A씨는 몇 번에 걸친 요구 끝에 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 결국 국내 첫 메르스 확정환자로 판명이 났다. 정부는 뒤늦게 A씨와 접촉한 사람 중 같은 병실을 사용한 환자들과 의료진 10명을 격리시켰다. 그러나 이미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A씨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후였다. 환자의 자진신고 후 메르스를 올바르게 대처 했다면 적은 피해로 사건을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돼버렸다.

  사스 정부의 공개적이고 정중한 부탁
  현 정부의 메르스 비밀주의

  국내에 첫 사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당시 정부는 첫 감염자를 신속하게 격리시켰다. 그 후 사스로 의심되는 사람들 역시 10일 동안 강제 격리시켰다. 또한 전국 41개 의료기관을 사스 격리병원으로 지정하고 격리병상을 확보했다. 당시 정부는 “사스 확정 환자나 감염의심자라면 가족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필요시 격리 조치에 동
의해달라”고 부탁하며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격리시켰고 그 결과 감염자 4명, 사망자 0명이라는 결과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었다.

집중 감염 시기를 비교한 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메르스 감염환자는 사스 감염환자보다 10배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메르스는 첫 환자 발생 후 빠르게 퍼져 현재까지 총 186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고 그 중 36명이 사망했다. 정부의 메르스 초기 진압 실패로 메르스 감염자는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정부의 대처는 메르스 앞에서 무능했다. 메르스가 막 확산되던 시기에 메르스 확진자가 있던 평택성모병원은 병동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속출하자 정부에 병원을 통째로 격리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그러나 정부는 이를 거절했고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정부의 미숙한 조치로 메르스에 감염됐거나 메르스 환자와 직간접적인 접촉이 있던
사람들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감염을 막기 위해 환자를 강제 이송시킨 정부의 판단이 메르스가 더욱 확산되는 발판이 된 것이다.

  메르스 병원을 감춘 정부의 비밀주의는 나머지 시민들을 공포에 빠뜨리기도 했다. 당시 우리대학의 최지연(정보통계 1) 학우는 “메르스에 대한 병원을 정부가 정확히 알려줬다면 안심하고 다녔을것이다”며 “내가 다니는 병원이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두렵다”고 말했다. 이렇듯 정부가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자 시민들 사이에서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의 이름들이 유언비어처럼 퍼졌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유언비어 유포자 들을 처벌하라 명했고 이에 시민들은 “메르스 차단보다 유언비어 차단이 먼저인가”라며 잘못된 방향으로 대응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병원의 이익을 위해 병원명을 신속하게 공개하지 않은 점에도 논란이 일었다. 이로 인해 메르스 감염자가 급속히 증가했으며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건강보다 병원의 이익이 국가에겐 더 중요하다”며 분노했다.


  후에 메르스에 대한 예방책으로 정부는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할 것’,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를 먹지 말 것’ 등의 방침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현실성 없는 정부의 예방법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의 한 학우는 “우리 나라는 낙타와 접촉할 일이 거의 없는데 왜 그런 쓸데없는 방침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사스때 고건 국무총리가 사스 예방을 위해 시민들에게 협조를 정중히 부탁했던 것과 달리 오늘날에는 최경환 부총리가 유언비어 유포자의 처벌을 명했다.


  과거보다 발전한 의료 과학
  그러나 과거보다 뒤처지는 질병관리

  지난 26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메르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취임 1년 9개월 만에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안지는 못했다. 현재 메르스 사태는 사실상 종식 선언됐지만 아직까지 격리자 인권 문제나 재발 방지 대책, 피해 보상 문제 등 여러 과제들이 남아있다. 메르스 감염에 따른 격리 조치로 가족의 장례에 참여하지 못한 유가족들도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심적 고통이 클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세계 각국의 비난도 피할 수 없었다. 뉴욕타임즈는 “한국 정부의 대응 미숙은 세월호 이후 새로 생겨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는 과거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메르스 사태를 풍자하기 위해 그린 만평으로 남한으로 갔던 탈북자가 한국의 메르스 발생으로 인해 북한으로 되돌아오는 장면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허술한 보건의료체계와 방역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2003년의 방역시스템은 현재의 방역시스템보다 훨씬 떨어졌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해야 하는 까닭은 잘못된 과거의 모습을 닮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 사태는 과거로부터 아무 것도 얻지 못함으로써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했다.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과거를 모델로 삼아 바이러스 국내 유입 차단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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