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사라진 정치
[백미러] 사라진 정치
  • 최한나 기자
  • 승인 2015.11.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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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사회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교과서 국정화가 아닐까 한다. 많은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국정화 문제는 현재 가장 큰 논란거리이다. 캠퍼스 곳곳에는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자보나 전단지가 붙어있고 서명운동을 받으러 다니거나 시위에 참가하는 학생들도 보인다. 국정화 찬반 논란을 떠나서 정치적인 문제가 대학생들의 대화 속에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오랜만인 듯하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더라도 그렇다. 매일 국정화와 관련된 글이 하나 이상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국정화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꽤 신선한 포착이다. 예전에는 정치적인 일이 이슈가 되더라도 결국에는 소수만이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닌게 아니라 대학생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 대학생들은 예민한 정치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충돌하는 것을 꺼려한다. 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지말자’는 글도 종종 있었다. 매 선거 때마다 20대의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이야기는 20대의 정치 무관심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러나 정치란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에서 논하는 문제는 모두 우리의 삶과 연결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단지 이를 정치적이라고 판단해 관심을 끊기보다는 자신의 소신을 갖고 이를 비판하고 항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장차 사회를 이끌어 갈 대학생으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하며 사회가 변화되도록 애 쓴 사람들 가운데는 대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정의를 외쳤다. 대학생들이 어느 순간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린 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판의식과 정의를 가르쳐야 할 학교는 취업을 위한 학원으로 변질됐다. 스펙 쌓기와 취업 준비로 바쁜 학생들에게 정치는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우리사회의 어른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밀어내고 서로 낙인을 찍어가며 싸우는 모습도 대학생들이 정치 무관심이나 정치혐오를 갖게 된 이유이다. 여기에 대학생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걸 좋지 않게 보는 시각도 한 몫 했다. 이러한 모난 돌이 정 맞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대학생들도 정치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게 됐다. 결국 정치는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이 사는 세상의 이야기가 됐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다행히 많은 학생들이 국정교과서 문제를 단지 어른들의 예민하고 지루한 정치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는 것 같다. 대학생들은 이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좋은 쪽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국정교과서 논란이 썩 기분 좋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번 국정화 문제에 있어서 대학생들이 정치 무관심으로부터 벗어난 것은 다행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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