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콩깍지 벗기기
[학생칼럼] 콩깍지 벗기기
  • 황영진 (사회 4) 학생칼럼 위원단
  • 승인 2015.11.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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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방학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갔다. 갔다 온 뒤 한동안은 후유증을 앓았다. 여행에서 만났던 수 많은 사람들, 아름다운 장관, 맛있었던 음식들, 재밌게 본 공연들의 추억은 나를 현실로 돌아오기 힘들게 했다. 이러한 후유증에서 나를 깨워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여행 당시 기록했던 일기였다. 일기장 속 가장 많이 쓰여진 문장이 있었는데 바로 “힘들다”였다. 일기를 통해서 되돌아본 나의 유럽여행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처음으로 떠나는 유럽여행이었기에 가고 싶은 나라가 많았다. 한 달 동안 7개 국가, 총 11개 도시를 여행했고 무리한 스케줄 탓에 여행의 3분의 1은 이동에 할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유럽 날씨는 폭염의 연속이었다. 뙤약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한 손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한 손은 스마트폰 속 구글 맵을 보면서 숙소를 찾아 가는 것은 고역이었다. 안 타본 이동수단도 없었다. 야간기차부터 야간버스, 심지어 비행기는 무려 여섯 번이나 탔고 배낭여행객이라면 한 번쯤은 해본다는 공항노숙도 해봤다. 언어는 통하지 않고 날씨는 덥고 짐은 많고 길은 생소하고…. 돌이켜보니 여행 내내 고생을 하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추억은 미화된다고 막상 콩깍지가 벗겨진 여행의 기록과 마주하니 한동안 앓았던 여행에 대한 후유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욕심과 미숙한 준비로 떠난 유럽여행은 나에게 고생 아닌 고생이었지만 이 한 달간의 경험은 언젠간 또 떠나게 될 미래의 여행에 큰 조언이 될 것이다. 앞으로 장기간의 여행을 계획할 때는 무엇을 고려해야 하고, 준비를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지 식으로 말이다. 일기장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내 여행의 기억에서 힘들었던 기억은 어느새 희미해졌고 재밌고 좋았던 기억들로만 이뤄져 있었다. 이렇게 콩깍지가 씌인 과거에 계속 안주했더라면 내 미래의 유럽여행은 또 한 번의 고생길이 열렸을 것이다.

  미래라는 존재는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방황하게 하지만 과거는 이러한 미래를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 수많은 실패와 마주치 듯 지난 날의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 성숙한 미래가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콩깍지가 씌인 과거만을 찾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과거는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없게 하고 오히려 발전 없는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투표는 엄연히 미래로 향하는 행동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과거로 향하는 선택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삶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첫사랑을 백날 추억해봤자 눈 앞에 다시 나타나주지 않는다. 첫사랑을 향한 바보 같았던 과거의 행동을 고친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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