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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학술문예상 시·시조 심사평>
2015년 11월 24일 (화) 16:05:12 이명찬(국어국문) 교수 -

 아주 뚱뚱한 빵을 굽는 시간  
  하나. 시는 자위(自慰)에서 출발하지만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내 안의 울울한 것, 얼얼한 것, 잉잉거리는 것, 징징대는 것들을 풀어보려 할 때 시를 쓰고픈 마음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감정들을 말하는 데만 집중하다보면 시가 온통 삭히지 못한 감정들로 넘쳐나 일렁거리게 된다. 뜨겁지만 그것은 자신만의 에고여서 남들에겐 불편하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자신은 잘 알고 있겠지만 그것을 실어 보낼 매개를 발견하지 못한 탓에 무엇을 말하는지 두루뭉술하고 뚱뚱하다. 독자로서는 삼킬 길이 없는 것이다. 내 안에 일렁거리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단박에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 사물을 찾아실으려 노력할 것. ‘사람들이 제 몸을 먹고 있는 중에도 여전히 뻐끔거리는 활어회의 입’을 빌려 말이 돼지지 않는 자신의 속내를 답답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 시도 최소한의 정보를 줘야 전달이 가능해진다. 화자가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 그 상황에서 화자가 취하려고 하는 마음이나 행동의 방향이 어떤 것인지를 최소한의 정보로라도 알려줘야 나머지 공백을 채워 독자는 즐거운 읽기를 감행하게 된다. 시는 함축적이고 암시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호한 덩어리를 만들어 던지는 것은 말로 하는 테러와 다름 없다. 할아버지와 영결(永訣)하는 식장에서도 국으로 나온 육개장이 맛있어 두세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는 자기를 혐오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상황이라는 정보를 줘야 독자들은 거기 진술된 감정들이 절절한지 적절한지를 평가하며 읽을 수 있다. 아 이 친구는 참 표현이 신선하군, 감정 표현이 무섭게 솔직하군, 와 참 잘 쓰는 군, 다음에 다시 이 사람 글은 찾아봐야지 하는 마음들 모두 그러한 판단을 가능케 하는 정보들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셋. 시작서부터 김새게 이런 뻘 소리를 늘어놓은 이유, 올해 시들이 유난히 재미도 없고 패기도 없고 눈에 띄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안다, 시는 이미 재미가 많이 적은 장르라는 것. 그런데 그건 이미 산문의 시대가 진주해 온 뒤부터 늘 그래왔던 조건이다. 아무리 소설, 영화, 드라마, 연극들이 판을 쳐도 그 틈새에서 햇빛 보지 못하고 자라는 목이 길쭉한 오랑캐꽃처럼 시적 언어에 촉수를 들이밀고 있는 기묘한 영혼들 몇 있는 법인데, 다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서른 편 가운데, <문제점>, <비명 없는 겨울
>과 <맥주를 위한 시간>을 두고 저울질했다. 오래 생각해봐도 <문제점>은 1, 2번에, <비명 없는 거울>은 2번에 걸려 넘어졌다. 특히 후자는 ‘옆방’이 있는 건물의 이름만이라도 정보를 줬으면 바로 우수상이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조건이 비교적 잘 갖추어진 <맥주를 위한 시간>을 우수작 없는 가작으로 선정한다. ‘비교적’일 뿐이기 때문이다. 정진들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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