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불편함이 세상을 바꾼다
[기자석] 불편함이 세상을 바꾼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6.04.11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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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헤이, 부러워서 그랴. 얼마나 좋냐. 생일 때 선물을 양짝으로 받잖아. 이게 재테크여” 이는 지난 3일 케이블 채널 tvN의 예능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의 새로운 코너 ‘충청도의 힘’에서 나온 대사로 한부모 가정의 아이를 개그 소재로 삼으며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이 외에도 아버지가 서울에서 두 살림을 차렸다거나 부모가 아이 때문에 갈라섰다는 내용의 대사도 등장했다. 또한 아동 성추행을 미화하는 내용도 등장했다.“어이구, 우리 동민이 장손 고추 따 먹어 보자. 이 할매가 이제야 숨통이 트이네”라는 대사뿐만 아니라 코너 초반부에는 “우리 나이 때는 목돈 만들려면 그 수밖에 더 있냐”, “할머니 앞에서 고추 깔 거다”라는 식의 대사도 나왔다.

  이 코너에 등장하는 장동민을 비롯한 3명의 개그맨은 대중들에게 “약자를 개그 소재로 삼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또한 ‘차별 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연합’은 한부모 가정을 비하한 것에 대해 모욕죄로 그들과 프로그램 관계자를 고소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나도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지만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개그는 개그로 봐라” “이런 걸로 상처받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냐”는 식의 발언을 하며 비난하는 사람을 지나치게 진지한 사람으로 매도했다.

  얼마 전 등장한 신조어 중 ‘프로불편러’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매사에 진지하고 예민하게 대처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말이다. 프로불편러와 비슷한 단어로는 ‘선비충’, ‘진지충’이 있는데 이들 모두 일상생활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진지하게 반응한다. 그들은 여성 혐오적 요소가 들어가 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SNS에서 이뤄지는 외모와 관련된 비하 발언을 보면 부당함을 지적한다.

  여태껏 우리사회는 반복적으로 여성, 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개그 소재로 사용해 왔으며 타인의 외모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이 잦았다. 이에 대한 불편함과 부당함은 논의되지 않은 채 재미있으면 괜찮고 그게 당연하다는 논리가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개그맨들의 이번 발언에 대해 프로불편러들은 그 ‘불편함’을 지적했고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때로는 그들이 말하는 ‘불편함’이 지나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 것들을 지적하는 그들이 보기 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들 사이에서 우리사회의 ‘불편함’이 논의된다면 그로 인해 앞으로 상처받는 사람이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불편함’으로 인해 우리사회가 더 이상 약자를 웃음거리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서로를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이해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들의 ‘불편함’ 지적은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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