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청춘 그리고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교수칼럼] 청춘 그리고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 박진수(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6.05.10 1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이 구절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 끊임없이 투쟁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오월의 노래>의 후렴구이다. <오월의 노래>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더불어 대학 입학 후 처음 배웠던 민중가요 중에 하나였다. 고등학교 시절 입시에만 몰두하며 세상일과 담쌓고 살았던 나에게 대학 입학 후 알게 된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이후 대학 시절 동안 매해 5월은 슬픈 역사를 기억하고 시대적 소명을 생각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하던 시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그 시절 많은 청춘들이 역사의 무게 속에서 고민했고 역사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며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자 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월의 노래>는 그렇게 5월을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과 함께한 노래였다.

  괴테가 “태양이 바다에 옅은 빛을 비출 때” 그리고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비출 때” 그의 연인을 생각했던 것처럼, 나는 <오월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청춘을 생각한다. <오월의 노래>를 목 놓아 부르며 잘못된 역사를 기억하고 올바른 세상을 만들겠다고 외치던 용기와 결의, 그것은 아마도 청춘이었기 때문에 허락됐던 것들이었다고, 그리고 이제 기성세대가 된 나에게 더 이상 그러한 용기와 결의가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고 세상 사람들은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의 치열했던, 그리고 찬란했던 그 시절 청춘에 대한 기억은 어른이 돼 버린 나를 다시 한 번 청춘으로 돌려보내 준다. 사무엘 울만은 그의 시 <청춘>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한때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누군가 혹은 무엇으로부터 “아름다움, 희망, 응원, 용기와 힘의 메시지를 받는 한” 우리는 영원히 청춘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오월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매년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나는 과거로부터 청춘의 메시지를 받는다. 비장하고 치열했던 내 젊은 5월의 찬란한 유산이 시들고 지쳐버린 나에게 희망, 용기와 응원을 준다. 매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내 가슴에 (<오월의 노래> 원곡이 의미하는 바와는 조금은 다른 의미의) 붉은 피가 솟는다. 그리고 나는 다시 청춘이 된다.

  우리 학생들은 어떤 5월을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 그들의 5월이 훗날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돼줄까?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혹은 조건 좋은 배우자를 찾기 위해 스스로 청춘으로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헬조선’으로 대변되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젊은 친구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 때문에 청춘으로 사는 것을 포기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2016년 5월을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바라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청춘으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의 청춘이든 상관없다. 청춘은 모두에게 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어떤 이의 청춘은 불꽃 같은 사랑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어떤 이에게 청춘은 무모한 도전의 모습일 수도 있다. 또한 청춘이 반드시 성공적인 필요도 없다. 청춘은 어둠 속에서도 그 자체의 빛을 갖고 있고 청춘은 슬픔조차도 빛으로 만들어낼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학생들이 청춘을 살면서 소설가 공지영이 말했던 것처럼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네가 살아내는 오늘이 되기를, 당연한 것을 한 번 더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 보기를, 아무것도 두려워 말고 네 날개를 맘껏 펼치기를” 희망해본다. 가슴 설레게 하는 일들을 애써 외면하고 뒤돌아서는 삶을 살지 말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당당히 즐기고 열정을 바치는 그런 청춘을 살아보자. 당신이 치열하게 살고 있는 현재의 청춘이 미래의 당신을 계속해서 청춘으로 살게 해줄 것이다. 우리 덕성여대 학생들이 다양한 청춘을 살며 찬란한 청춘의 유산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 찬란한 유산들이 먼 훗날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지치고 나약해진 그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청춘의 붉은 피를 솟구치게 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