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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궁금해하세요
2016년 05월 24일 (화) 16:16:01 최한나 기자 hanna951108@duksung.ac.kr

첫 시작은 막내 디자이너였다. 그러다 여성이 승진할 수 없는 세상에 실력으로 정면 승부했고 이겼다. 26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최연소 실장이 됐고 10년 후에는 전체 본부장까지 올랐다. 그녀는 아직도 쌍문동 캠퍼스가 애틋하다고 말하는 자랑스러운 덕성인이다. 우리대학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기업 ‘쿠팡’의 부사장을 맡고 있는 신명은 동문(이하 신 동문)을 만나봤다.


   

  대학생 때부터 빛난
  그녀의 리더십
  신 동문은 기업의 리더이다. 현재는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의 ‘부사장’으로 패션과 뷰티를 총괄하고 있다. 이러한 그녀의 리더십은 덕성여대를 다녔던 시절부터 돋보였다. “대학교 1학년 초에는 서울에서 가장 좋다는 대학에 떨어진 후 덕성여대를 와서 우울하게 학교를 다녔죠. 그러다가 이왕 다니는 거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정말 열정적으로 학교생활을 했어요. 그러면서 3년 동안 과대표를 맡았어요. 당시에는 데모를 많이 하는 시절이었는데 제가 교수님들을 잘 설득시켜서 휴강을 잘 만드는 과대표로 인기가 많았죠(웃음). 젊을 때 쏟아낼 수 있는 것들을 덕성여대 쌍문동 캠퍼스에서 다 쏟아냈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애착이 커요.”

  디자이너 막내에서
  기업의 리더로
 
대학을 졸업한 후 신 동문은 디자이너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다. “스포츠 브랜드 기업에 공채 디자이너로 입사했어요. 그렇게 4년 정도를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디자인 실장이 됐죠.” 이때 그녀의 나이 26세, 최연소 디자인 실장으로 화제가 된 신 동문은 10년 안에 본부장까지 맡게 된다. “막내 디자이너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MD, 영업,마케팅, 생산까지 전부를 관리했죠. 그 후에는 새로 브랜드를 런칭하는 일을 했어요. 이때 당시 스포츠 의류가 유행했는데 거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스포츠에 캐주얼을 합친 패션스포츠 브랜드를 만들었죠. 그 브랜드가 성공하니까 또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고 그렇게 패션 브랜드들을 런칭해 나갔어요.”

  신 동문처럼 디자이너 출신이 디자인이 아닌 비즈니스 업무로 길을 바꾸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저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싶었어요. 또 일찍부터 옷을 디자인하는 것보다는 패션비지니스에 더 흥미를 느꼈고 고객에게 더 관심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마케팅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는데 고객들이 뭘 좋아하는지를 보면서 저절로 마케팅을 배운 거죠.” 이런 고객에 대한 관심이 그를 이 자리까지 오르게 했다. “신입 때부터 저는 남들과 좀 다르게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시장조사를 시키면 그냥 조사만 하지 않고 ‘왜 저 회사 물품은 잘 팔리고 우린 안 팔리지?’, ‘고객이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와 같은 것을 궁금해하면서 직접 분석하고 또 해결 방안까지 마련했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했어요. 제일 중요한 건 고객 중심이란 것을 몸으로 알았나 봐요. 그러한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얼굴엔 미소를
  가슴엔 칼을
  신 동문에게 여자로서 이 자리까지 오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여자라서 승진도 안되고 연봉도 적을 때가 있었죠. 그래서 회사와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옛날에 한 번은 경쟁회사에서 연봉의 2배를 준다고 오라고 했는데 내가 나가면 회사가 망할 것 같아서 안 나갔어요. 대신 회사한테 지금 연봉이 적으니 오전만 근무하겠다고 했죠. 처음에는 회사가 말도 안 된다고 했다가 그래도 제가 없으면 안 된다고 허락한 거죠. 그래서 6개월 동안 오전만 일했어요. 일을 집에 싸가는 일이 있더라도 근무는 오전만 했죠. 그러다가 연봉이 오르고 회사에서 최초의 여성 승진자도 됐어요. 내가 아니면 안 되도록 한 거죠.”

  그러나 이러한 그녀의 실력 뒤에는 사실 피나는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그럼에도 세상은 아직 여자한테 불리하잖아요. 아이를 낳고 직장을 다니는 것도 힘들죠. 남자 동료가 자녀가 아파서 지각하면 자상하고 좋은 아빠가 되지만 여자가 그러면 ‘여자는 그래서 안 돼’가 돼요. 저는 이런 반응이 너무 싫어서 회사에 절대 아이로 핑계를 대지 않았죠. 아이가 아파서 출근을 못 하면 내가 아파서 못 한다고 말했어요.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이를 악물었죠.” 그녀는 세상이 우리를 좋은 엄마가 되지 못 하게 만든다며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그래서 내가 희생하든 가족이 희생하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도 내 영역이 패션 쪽 이어서 그런 일이 좀 덜 했던 것 같아요.” 이어 그녀는 세상이 여자로 나를 볼 때 남들보다 더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얼굴엔 미소를 가슴엔 칼을, 칼을 나에게 들이댄다는 것은 상대방에겐 웃으며 대하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철저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여자로서 이길 수 있는 거죠. 제가 더 열심히 하고 잘하는데 남자한테 질 이유가 없잖아요.”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그녀의 새로운 도전
  삼십 년 동안 패션업계에 몸담았던 그녀는 작년 소셜커머스 온라인 회사 ‘쿠팡’으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오프라인에 있다가 온라인 회사로 오기로 결심한 첫 계기는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예요. 당시 전화만 하는 용도였던 핸드폰이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인터넷도 할 수 있게 된 걸 보고 충격을 받았죠. 이젠 옷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핸드폰 때문에 오프라인의 패션 업계가 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신 동문은 새로운 시장을 공부하기 위해 2007년에 무작정 미국으로 갔다. “저는 더는 고객이 잘 만든 옷만 원하지 않는다고, 대신 새로운 유통구조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IT와 패션이 만나면 유통구조가 완전히 바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유통구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회사를 다니며 미국 시장을 공부했죠. 귀국 후 들어간 회사는 저에게 좋은 옷, 예쁜 옷만을 필요로 했지만 저는 계속 온라인과 패션 산업을 결합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온라인 기업인 쿠팡에서 패션 쪽 전문가를 찾는다는 걸 알고 들어오게 된 거죠.”

  그녀는 이제 패션과 온라인을 잇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업계로 올 때 사실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어요. 패션 업계가 요즘 굉장히 힘들거든요. 아직 패션 업계들이 온라인을 못 쫓아가는 것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내가 디딤돌이 돼야겠다고 생각해요. 몇 년 뒤에는 은퇴도 해야 하니까, 패션이나 뷰티 쪽 회사에 컨설팅을 해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주 작은 회사에는 무료로 해줄 수도 있고요. 패션과 온라인이 만날 수 있도록 중간자의 역할을 하려고 해요.”

  변화를 두려워 말고
  도전해라, 즐겨라!
  신 동문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고 존재하고 있는 세상이 다가 아니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 존재하는 것에서 미래를 찾죠. 직업을 찾을 때는 기존에 있는 직업에서 찾고요. 변호사도 좋고 대기업도 좋고 공무원도 좋지만 우리 모두가 공무원이 될 수는 없잖아요. 또 언젠가는 이런 직업이 없는 세상이 올 수도 있어요. 그러니 현재는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내 비전과 목표는 오지 않을 다른 시장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어야 돼요. 현재의 직업에 충실하되 앞으로 변화할 세상을 생각하면서 지금 하는 일과 오지 않을 세상을 직결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중요해요.”

  그녀는 우리사회의 리더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세상을 궁금해하라”고 전했다. “리더가 되려면 세상 변화에 누구보다 적응이 빨라야 돼요. 그러기 위해선 항상 궁금증을 갖고 있어야 하죠. 궁금하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좋아하게 돼요. 다른 것들과 내 분야를 융합해보면서 변화를 즐기세요. ‘왜 그럴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전화기와 음악이 결합이 되는데 패션도 결합하면 안 돼?’처럼 궁금증을 갖고 내 분야에 계속 적용해보는 거예요. 절대 한 분야만 바라보지 말고 자신의 궁금증을 변화하는 세상에 적용하다 보면 남들보다 빠르게 그 세상에 적응할 수 있어요. 그러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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