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여성일까, 남성일까? 아니면 별도로 제3의 성으로 분류해야 할까? 그녀는 외부 생식기는 여성, 전체적인 외모는 남성과 여성의 중간, 유전적으로는 Y염색체를 가진 완전한 남성이다. 체내에서 남성 호르몬이 완벽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녀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 남성 호르몬을 받아 남성의 성징을 나타내게 하는 호르몬 수용체가 망가져 여성처럼 보인다는 사실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억울하다. 그녀와 함께 경기해야 하는 다른 여자 선수들은 체격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는 남자 선수와 경쟁하는 느낌일 것이고 여태껏 온전한 여성의 몸과 마음을 갖고 살아왔던 그녀는 원치 않는 성정체성공개와 함께 모든 사람에게 발가벗겨진느낌으로 경기마다 심리적으로 위축돼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경우처럼 호르몬 수용체가 온전하지 못한 경우라면 발달된 근육과 뛰어난 경기력이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 때문이라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성분화 장애를 가진 환자들은 신체적으로 열등하고 균형이 잡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녀가 10만 명당 2명꼴로 발병하는 이러한 희귀 질환을 이용해 부당하게 성공하려 했다고 볼 것인가? 그것이 그녀가 노력 끝에 발견해 낸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누군가와 공정히 경쟁하기 위해 어떠한 자격을 가져야 하는 걸까? 남자는 남자와, 여자는 여자와 따로 모아 경쟁하는 것이 공정한 걸까? 매번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재고 일정 범위 내에 있는 사람들만 모아서 경쟁하게 하면 더 공정할까? 요즘 한국사회에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이성 혐오의 문제는 어떨까? 이성을 조력자로 이해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닌가. 동성, 혹은 이성과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여기에 제3의 성까지 견제해야 하는 것은 피곤한 짐을 하나 더 짊어지는 일로 비칠는지도 모르겠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기에는 우리가 너무나 피로한 사회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대학 학생들이 여대에 다니고 있다는 장점을 잘 살려 활용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지지 않도록 관련 사회문제에 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플라톤의 책 <향연>에는 태초에 만들어진 사람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자웅동체였으며, 이 완벽한 인간을 시기한 제우스가 둘로 쪼개놓아 나누어진 남자와 여자는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평생 서로를 그리워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남자와 여자는, 혹은 각각의 동성은 경쟁상대가 아니라 더 온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관계여야 한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다시 금메달을 딴 세메냐는 어쩌면 보통의 남자와 여자보다 더 온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토록 질투 어린 시선을 받았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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