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당신의 경쟁상대는 누구인가?
[교수칼럼]당신의 경쟁상대는 누구인가?
  • 정우현 약학과 교수
  • 승인 2016.09.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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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리우올림픽이 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막을 내렸다. 개최 전부터 바이러스 문제니 치안 문제니 불미스런 사건 사고가 우려됐지만 다행히도 큰 탈 없이 마무리된 것 같다. 필자는 여러 가지 이슈 중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자육상 800m 대표로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캐스터 세메냐 선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세메냐는 사실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육상 800m 경기에 18세의 나이에 처음 등장해 월등한 실력을 자랑하며 금메달을 땄을 때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여자 선수라기에는 너무 우람한 체격, 중저음의 목소리, 수염 난 듯한 턱 등으로 인해 성별 논란이 끊이지 않다가 결국 비인간적이라는 이유로 폐지됐던 성판별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검사 결과 외부 생식기는 정상적인 여성으로 보였지만 난소와 자궁이 없었고 몸속에서 고환이 발견됐다. 운동능력을 높여주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반 여성보다 3배나 높았는데 이는 안드로젠 불감증후군으로 인한 성분화 장애 때문으로 밝혀졌다. 여자경기 출전 자격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인위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인권문제로 이슈화될 수 있어서인지 당시 메달을 박탈하거나 출전 정지 등의 징계는 없었고, IOC는 오히려 같은 증상의 환자들이 출전할 수 있도록 대회 규정을 변경하기까지 했다. 세메냐는 이후 2011년 대구 세계육상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에도 출전했으나 각각 은메달에 그쳤다. 이후 언론은 다시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 역시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법일까.

  그녀는 여성일까, 남성일까? 아니면 별도로 제3의 성으로 분류해야 할까? 그녀는 외부 생식기는 여성, 전체적인 외모는 남성과 여성의 중간, 유전적으로는 Y염색체를 가진 완전한 남성이다. 체내에서 남성 호르몬이 완벽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녀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 남성 호르몬을 받아 남성의 성징을 나타내게 하는 호르몬 수용체가 망가져 여성처럼 보인다는 사실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억울하다. 그녀와 함께 경기해야 하는 다른 여자 선수들은 체격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는 남자 선수와 경쟁하는 느낌일 것이고 여태껏 온전한 여성의 몸과 마음을 갖고 살아왔던 그녀는 원치 않는 성정체성공개와 함께 모든 사람에게 발가벗겨진느낌으로 경기마다 심리적으로 위축돼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경우처럼 호르몬 수용체가 온전하지 못한 경우라면 발달된 근육과 뛰어난 경기력이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 때문이라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성분화 장애를 가진 환자들은 신체적으로 열등하고 균형이 잡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녀가 10만 명당 2명꼴로 발병하는 이러한 희귀 질환을 이용해 부당하게 성공하려 했다고 볼 것인가? 그것이 그녀가 노력 끝에 발견해 낸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누군가와 공정히 경쟁하기 위해 어떠한 자격을 가져야 하는 걸까? 남자는 남자와, 여자는 여자와 따로 모아 경쟁하는 것이 공정한 걸까? 매번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재고 일정 범위 내에 있는 사람들만 모아서 경쟁하게 하면 더 공정할까? 요즘 한국사회에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이성 혐오의 문제는 어떨까? 이성을 조력자로 이해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닌가. 동성, 혹은 이성과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여기에 제3의 성까지 견제해야 하는 것은 피곤한 짐을 하나 더 짊어지는 일로 비칠는지도 모르겠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기에는 우리가 너무나 피로한 사회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대학 학생들이 여대에 다니고 있다는 장점을 잘 살려 활용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지지 않도록 관련 사회문제에 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플라톤의 책 <향연>에는 태초에 만들어진 사람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자웅동체였으며, 이 완벽한 인간을 시기한 제우스가 둘로 쪼개놓아 나누어진 남자와 여자는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평생 서로를 그리워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남자와 여자는, 혹은 각각의 동성은 경쟁상대가 아니라 더 온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관계여야 한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다시 금메달을 딴 세메냐는 어쩌면 보통의 남자와 여자보다 더 온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토록 질투 어린 시선을 받았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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