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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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5.2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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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정부가 단순히 이라크인 포로에 대한 학대를 방임한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고문과 학대를 지시했음이 드러났다. 이미 쿠바 관타나모에서 미국방부와 법무부가 사전협의아래 알카에다 포로들에 대해 20여가지 고문방식을 직접 시달하며 고문을 주도했으며, 이같은 방침이 이라크 수용소에도 그대로 전달되었다는 게 언론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고문과 학대가 이번에 문제가 된 아브 그라이브 수용소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 이라크 전역의 수용소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되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토록 분명한 사실과 증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번 사건이 미국의 정책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변하면서, 몇몇 관련 병사를 처벌하는 선에서 사건을 얼버무리고 있다. 심지어 “이라크 인들이 민주주의 사회라고 해도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고 실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민주주의’에 대해 훈수까지 하고 나섰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이번 사건에 분개하고 전쟁의 참혹함에 슬퍼하는 모든 이라크 인들이 아무래도 뭔가 모르는 작자들이라는 식이다. 점령을 위한 적극적인 수단으로 학대와 고문을 지시한 당사자들이 몇몇 관련 병사들과 이라크인 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자신의 죄만을 묻지 말라는 식이다.

 이처럼 ‘미국식 가치’를 내세우면서 인권과 민주주의 자신의 입맛대로 가공했던 장면이 비단 오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 자신이 저지른 범죄조차 ‘인도주의’로 포장하고, 그래서 “미국은 범죄에서 자유롭다”는 스스로의 확신을 부단히도 공인 받기 위해 노력한 게 미국 정부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몇 해 전 국제형사재판소의 기능을 무력화하고자 했던 미국의 여러 시도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법정에 기소하여 심판 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상설국제재판소이다.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을 많은 이들이 반겼던 이유도 이처럼 전범을 단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국제적 기준이 만들어졌다는 점에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미국정부는 “미국인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기소를 면책하는 특권”을 주장하기도 했고, “미국인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인도하지 못하게 하는 불처벌협정”을 각국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국제형사재판소에 대한 로마규정에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의 비준을 내내 미뤄오다가 급기야 서명자체를 철회하면서 국제형사재판소에 대한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었다. 로마규정이 명시하고 있는 집단살해죄,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의 여러 항목에,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고 1년여간 이라크를 점령하면서 저지른 여러 범죄들이 해당됨에도 책임자를 기소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단죄받아야 할 범죄는 수두룩한데, 정작 단죄받아야할 당사자들은 단죄 받지 않는 이 기이한 현실.

 이번 사건이 몇몇 하급병사들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덮혀서는 안된다. 부시를 비롯한 미국 정부의 고위관료들은 명백히 국제인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전범’들이다. 청산되지 못한 역사는 또다른 왜곡된 역사를 만들뿐이다. 그래서 전범들을 단죄하기 위해 우리의 지혜와 노력을 다하는 것이, 오늘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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