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통해 거대한 감옥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미디어를 통해 거대한 감옥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 배은정 기자
  • 승인 2004.05.22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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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등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냉대 받고, 차별받는 노동자들이 많다. 이들은 투쟁으로 비정규직의 차별철폐와 정규직화를 외치고, 이주노동자의 강제추방저지 그리고 장애인 노동자의 일자리 창출에 목소리를 높인다. 급기야 단식농성, 분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이어지는 이들의 투쟁은 단순히 몇 푼 더 받고자 벌이는 사기극은 아니다. 이 땅의 국민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생존권마저 보장되지 않는 자들의 마지막 외침이자 몸부림인 것이다.

 여기, 이들의 투쟁 대열에 합류한 또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감옥의 인권 보장을 외치는 전과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제까지 장애인·이주노동자·비정규직·여성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에 대해서는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져 왔으나, 감옥안의 수용자들의 인권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에 지난 21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와 아트큐브 두 곳에서 ‘감옥의 인권’이라는 주제로 인권운동사랑방이 주최하는 제 8회 인권영화제가 열렸다. 오는 26일까지 개최되는 제 8회 인권영화제는 우리 사회에서 천대받고, 피맺힌 절규로 끝나는 것처럼, 소수 사람들의 이야기 거리로 전락해버린 여러 나라사람들의 인권에 대한 내용을 보다 생생한 영상으로 표현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 청송감호소에서도 사회보호법 보장을 외치며 감옥안의 많은 수용자들이 단식농성을 벌였다. 전과자라는 이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은 감옥에 갈 만한 죄를 짓는 것과 동시에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권리는 한두 가지 포기하는 것은 각오 할 일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출소해서도 전과자임을 드러내는 주민등록상의 빨간 줄 두개로 제대로 된 일자리도 얻지 못하는 등,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돌아올 곳이 감옥밖에 없다면 몇 가지 기본권만의 포기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전체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제기간 동안 총 40여 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가운데 감옥의 인권을 다루는 영화는 5편으로, 실제 교도소 수용자들의 모습을 다큐 형식으로 찍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사실적인 감옥안에서의 수용자들의 생활은 낯선것이기에 오히려 현실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범죄자들이 수용된 사전적인 의미의 감옥을 다룬 것 외에 일상생활에서 함축적으로 감옥이라 일컫는 상황을 표현한 영화도 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샤샤 감독이 만든 ‘마이애미 모델: FTAA 반대 투쟁’은 최근 미주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rea of the Americas )저지 목적으로 FTAA 독립미디어 센터를 설립한 각 지역 활동가들이 지난 11월 마이애미의 FTAA 반대투쟁의 숨 가쁜 현장을 포착한 영화이다. 영화 상영에 앞서 샤샤 감독은 “부익부 빈익빈을 조장하는 신자유주의야 말로 전 세계 사람들의 감옥이나 다름없다.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감옥으로부터 탈출해야 하며, 나는 미디어를 통해 거대한 감옥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라며 비트박스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말해 약간의 긴장감마저 맴돌았던 2백 여명의 관람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영화를 통해 감옥안의 인권 또는 감옥이라 불릴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접한 관람객들은 상영 내내 세계 곳곳의 열악한 인권 현실을 확인하며 눈물로 소리 없는 탄성을 대신했다. 불법체류자, 장애인, 감옥, 여성, 이주 노동자 등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현실에 관람객들은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 활동가 유혜영씨는 “영화가 그들과 소통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길 바라고 실천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며 일상생활에서의 실천이 더욱 중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인권 영화제의 특별 프로그램으로 감옥 모형 체험관, 감옥 상식 테스트, ‘인권 먹고 쑥쑥 커!’ 나무 등을 전시해 참여를 희망하는 관객들에 한해 모형세트에서 수감체험을 할 수 있으며, 감옥에 대한 테스트를 통해 상식과 편견 지수를 알아 볼 수 있고 영화를 보고 느낀 소감을 열매로 만들어 나무에 달 수 있는 등 다채로운 부대 행사가 인권 영화제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비록 전문 영화제처럼 화려하고, 진행에 있어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가슴 따뜻한 수화나 문자통역 등 훈훈한 상영장 분위기는 영화가 관람객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음을 더 없이 분명히 보여준다. 영상을 통하여 인권의식을 확산시킨다는 영화제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과 더불어 상업성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무료상영의 원칙을 지난 8년간 꾸준히 지켜왔다는 인권 영화제, ‘2004 제 8회 인권영화제’도 어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영화를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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