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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으로 성폭력 없는 세상을 꿈꾸다
<엄마와 나>로 주목받았던 손경이 소장을 만나다
2017년 09월 18일 (월) 16:41:17 손정아 기자, 정지원 기자 sonjunga5323@, jjwon981002@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닷페이스’에 <엄마와 나>라는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엄마와 아들이 함께 섹스, 야동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여기서 ‘엄마’로 출연했던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장은 성교육 강사다. 성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 그를 만나봤다.

 
 


  닷페이스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최근 사건을 위주로 강의를 하다 보니 콘텐츠도 개발하고 뉴스도 봐요. 우연히 페이스북 페이지 ‘닷페이스’를 보게 됐는데 영상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그 영상을 다운로드해서 강의할 때 사용하려 했죠. 그런데 아들이 영상을 사용하려면 영상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닷페이스 운영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닷페이스 운영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지인이라면서 대신 물어봐 준다고 했어요. 며칠 후에 닷페이스에서 연락이 왔어요. 닷페이스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모든 영상을 사용해도 된다고요.

  닷페이스 운영자는 저와 아들이 성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봐요. 그래서 ‘엄마와 아들의 성에 대한 자유로운 대화’라는 주제로 영상을 만들자고 한 거죠. 저는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지 모르고 영상을 마음대로 쓰기 위해 출연을 좋게 받아들였어요.

   
닷페이스 <엄마와 나>에서 손경이 소장과 그의 아들 손상민 씨가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닷페이스>


  닷페이스에 출연하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엄마와 나> 영상을 게재한 후에 팬사인회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 만났던 한 여학생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그 아이는 기독교를 믿고 있어서 부모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대요. 그런데 <엄마와 나> 영상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어떻게 여자가 자위 이야기를 할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처럼 아직도 성에 대해서 숨겨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엄마와 나> 영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아이와 어른 사이에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아이들은 어른들과 소통하기를 원하더라고요. 몇몇은 영상을 보고 저와 같은 부모가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죠.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른으로서의 미안함도 느끼고 아이들의 열린 마음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언제부터 아들과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했나요?
  아들이 6살 때부터 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아이가 4살 정도 되면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에게 한글이나 기본적인 수학을 가르쳐 주잖아요. 그런 것을 가르치듯이 당연히 성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작은 굉장히 평범했죠. 그때부터 저도 성을 배웠고 배운 것을 아들에게 가르쳐주면서 자연스럽게 성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어요.

   


  닷페이스 외에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나요?
  방송에는 여러 번 출연했어요. EBS에서 ‘성폭행 피해자’ 인터뷰를 했던 게 첫 촬영이었죠. 이 방송이 나가면 제가 성폭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남들이 알아볼까 봐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 싫었어요. 너무 무서웠거든요. 그 순간 아들이 제게 용기를 줬어요. “엄마 지금 당당하게 살고 있잖아. 모자이크가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나 믿고 가봐.” 아들이 준 용기에 힘입어 이름도 공개하고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았죠. 촬영한 후 3일 동안 악몽을 꿨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 방송에 별 반응이 없었어요. 물론 저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갔죠. 이 방송 외에도 10년 넘게 방송 활동을 했는데 사람들은 대부분의 성교육 방송에 무관심했어요. 그런데 닷페이스는 예상외로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더라고요.


  성교육 강사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아들이 어렸을 때 백화점에서 근무했어요. 그러다 보니 아들이 쉬는 주말에는 제가 일을 하고 아들이 유치원을 가는 평일에는 제가 쉬게 됐죠.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백화점을 그만두고 아들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부모교육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부모교육에는 영어, 창의력, 논술, 자기계발, 성 등의 과목이 있었어요. 여러 과목 중에 ‘성’에 대한 강의를 먼저 접했어요. 그렇게 1년동안 공부하다가 성과 관련된 자격증을 따게 됐죠. 이렇게 성교육 강사의 길로 접어들게 됐어요.


  첫 성교육 강의는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16년 전에 일산구청에서 성교육 순회강사를 모집했어요. 그때 이력서를 냈고 순회강사가 됐죠. 그렇게 저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 앞에서 첫 강의를 하게 됐어요. 처음이어서 그런지 무섭고 떨렸지만 솔직하게 강의했어요. 그렇게 45분의 강의가 끝나고 아이들은 제게 “목소리가 좋아요”, “다른 성교육보다 좋았어요” 등 좋은 말을 많이 해줬어요. 그 모습을 순회강사들의 점수를 매기던 구청 직원이 봤어요. 저는 다행히 좋은 점수를 얻어 2년간 고양시에서 순회강사로 활동했죠.


  성교육 강사로서 전환점을 맞았던 계기가 있나요?
  제가 강의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을 때 일이에요. 한 초등학교에서 성교육 강의를 하는데 한 아이가 손을 들어서 “선생님, 저 아빠한테 성폭행 당한 적이 있어요”라고 말했어요. 저는 너무 놀라서 그 아이에게 손을 내리라고 했죠. 강의가 끝난 후에 그 아이가 저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그렇게 강의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자신의 이야기를 왜 듣지 않았냐고 하면서요. 그 말을 듣고 저는 그 아이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했어요.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때 저는 그 아이와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져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약속을 했어요.

  그 아이가 제게 부탁했던 것 중에 하나가 ‘통계’대로 가르쳐달라는 거였어요. 대체로 성교육 강사들은 강의를 할 때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가르쳐요. 그런데 통계를 보면 성폭행은 낯선 사람보다 친족에게서 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이후로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고민에 빠져 몇 개월 동안 힘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성교육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죠.


  종종 아들과 함께 강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나 학부모 강의를 할 때 가끔 아들과 같이 강의를 해요. 대학생인 아들과 또래인 사람들은 혼자 강의할 때보다 아들과 함께 강의를 할 때 더욱 공감하는 것 같아요. 또 저희가 한부모 가정이에요. 그래서 고아원에서 강의를 할 때 아들과 함께 강의를 하면 한부모 가정의 아이도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죠. 저도 아들과 함께 강의를 하면 외롭지 않아서 좋아요.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먼저 성에 대한 긍정과 부정을 모두 가르쳐야 하는데 한 쪽에 너무 치우쳐서 가르치고 있어요. 좋은 사람과 좋은 장소에서 하는 성행위는 좋은 거예요. 올바르지 않은 장소에서 허락 없이 하는 성행위는 나쁜 거죠. 이렇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모두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나라 성교육은 너무 한쪽에 치우쳐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워요.

  또 다른 문제는 교육청에서 성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교육의 우선순위에서 성교육의 예산은 너무 적어요. 강의료를 적게 주다 보니 학교에서는 성교육 강사를 섭외하지 못하고, 결국 보건 선생님이 전문가 대신 성교육을 하게 되죠. 그런데 보건 선생님은 보건과 관련된 분야를 배우다 보니 성교육 강사들이 가르치는 내용과는 다르게 보건과 관련한 강의를 하게 되죠. 결국 학생들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게 되는 거예요.


  강의할 때 꼭 하는 말씀이 있으신가요?
  제가 강의를 하면서 꼭 하는 말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어른으로서 미안하다”예요. 어른도 완벽하지 않아요. 그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싫은 건 싫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줘야 해요. 두 번째로는 “제발 죽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요”라는 말을 해요. 이 이야기를 할 때면 제 진심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강의를 듣던 사람들이 많이 울더라고요. 마지막으로는 “가해자가 없으면 피해자도 없다”예요.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 없는 교육을 해요. ‘늦게 다니지 마라’, ‘짧은 치마를 입지 마라’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가해자가 없으면 피해자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가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각자 갖고 있는 상처를 고민하고 해결하려 노력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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