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또 다른 약자
우리사회의 또 다른 약자
  • 김민정 기자
  • 승인 2004.06.0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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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영화 ‘칼라퍼플’의 원작자인 흑인 여성작가 엘리스 워커가 우리나라를 방한했다. 퓰리처상을 받은 유명작명가인 동시에 여성·민권 운동에도 앞장 선 그녀는 흑인여성페미니즘운동인 우머니즘(womanism)의 주창자이기도 하다. 우머니즘(womanism),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이 단어는 흑인 여성 페미니즘 운동을 뜻한다. 따라서 중·상층 백인 여성 중심의 페미니즘에서 벗어나 제 3세계 유색인종 여성들의 여권신장을 대변하는 이 단어에는 여성과 유색인종이라는 두 사회적 약자가 등장하게 된다. 성별과 피부색, 이 둘은 개인의 선택이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어느 한 개인을 평가하는데 그 어느 기준보다 엄격히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에 따라 강자, 약자를 나누어 계급을 형성하는 사회·문화적 횡포는 오늘날 대한민국에도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단일민족과 가부장적 사회라는 특징을 가진 우리나라는 피부색과 성별에 따른 그 기준이 여느 백인 사회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도 절대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지나친 민족주의가 이주 노동자의 차별·학대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한편, 호주제로 대표되는 가부장적 사회는 ‘여성’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경우, 우리 사회에서 그들의 피부색은 곧 그들의 가치가 되어 버린다. 똑 같은 일을, 오히려 한국인 보다 오래 하더라도 그들이 받는 월급은 한국인의 절반이다. 때론 이유 없이 행해지는 폭력과 욕설에도 그들은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 나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그들이 분명 우리와 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다르다’의 개념이 아닌 ‘틀리다’의 개념으로 적용되어 우리와 다른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여성 문제 역시 ‘호주제 폐지’라는 커다란 산을 넘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가부장적  제도의 폐해는 같은 가족간에도 서열이 존재하는 또 하나의 계급 사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남 · 녀의 성차별은 여성 노동자 70%가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낳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직 외에 여성이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찾기란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일요일 대학로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한 집회가 열렸고 얼마 전 뉴스에는 재혼한 처의 자식을 자신의 호적에 올리기 위해 거짓 실종신고를 한 뒤 다시 출생신고를 한 양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이 방영되었다. 더 이상 여성, 그리고 유색인종이라는 이름의 그 어떤 사회적 약자도 존재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변해야 할 우리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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