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수완?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수완?
  • 승인 2004.06.0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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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수완?

나카후지 히로히코 한일정책연구소 정책연구원 본교 정치학과 '근현대일본정부와 정치'담당

이 거친 것으로 유명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상이 이전에 고이즈미 총리를 ‘괴짜’라고 부른 적이 있다. 국내외 정세를 정확히 판단해 행동하는 그의 정치적 수완은 역대의 어떤 총리에도 뒤지지 않는 명재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로 국내외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온 이 ‘괴짜’가 2001년 4월 26일에 총리에 취임한 이래 대체로 단명정권으로 끝나 온 일본의 총리로서는 드물게 장기정권의 양상을 제시해 왔다. 그렇다면 고이즈미 총리 정권운영의 비책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과거 수십 년 일본의 총리를 볼 때 고이즈미 총리만큼 국내외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온 총리는 없다. 일본의 총리라고 하면 국내적으로는 국민여론과 소속정당 사이에 끼어 난처하게 되어 존재감을 제시할 수 없고 또 국제적으로는 독자의 외교정책을 취할 수 없어 결국은 돈만 내면 다 된다는 식의 ‘수표외교’로 시종일관해 온 상태였다. 이러한 역대총리의 추태를 보아 온 일본국민에게 어떤 때는 국내외에서의 비난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해 행동으로 옮기는 고이즈미 총리의 리더십은 무엇보다도 신선하고 강력한 것이다. 이것은 고이즈미 내각의 지지율이 54.5%(2004년 5월 24일 현재)라는 높은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 고이즈미 총리의 리더십이 유감없이 발휘된 최근의 사례로서 이라크 파병문제에 관련된 일본인 인질사건과 북한에 의한 일본인 피랍피해자 가족의 자녀 귀국문제를 들 수 있다. 일본의 이라크 파병에 항의한 무장 테러집단이 일본 민간인 3명을 인질로 삼고 3일 이내에 자위대를 철수시키지 않을 경우 이들 3명을 처형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총리는 무장 테러집단 측의 요구를 완강히 거부해 이들 3명의 생명이 희생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위대를 철수시키지 않아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일본
의 국익을 지키려고 했다. 이 태도에는 최대야당인 민주당마저도 지지를 표명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무장 테러집단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이들 3명의 생명과 일본의 국익을 지켰는데, 고이즈미 총리는 정권발족 이래 맞이한 최대의 위기를 자신의 신념을 관철해 리더십을 최대한 발휘함으로써 훌륭히 벗어났다. 또한 고이즈미 총리는 5월 22일에 평양으로 날아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 끝에 일본인 피랍피해자 가족의 자녀 5명(당초는 8명의 예정)을 그 날로 일본에 데리고 돌아온다는 위업을 훌륭히 잘 해냈다. 피해자인 일국의 총리가 두 번이나 평양으로 날아감으로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체면을 세워 피랍피해자 가족의 자녀들을 데리고 돌아오고 북한을 금후의 북일교섭 무대에 끌어냈다는 것은 ‘고이즈미 외교’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피랍피해자 가족의 자녀 귀국문제는 이 시기에 있어 국제정치의 미묘한 움직임 속에서 일어난 북일 간의 정치적인 의도가 일치함으로써 이번에 진전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과거 수십 년에 걸쳐 보류되어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이즈미 총리의 등장 없이는 결코 여기까지 이를 수 없는 문제였다.

이 문제와 관련해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감히 한국정부에 고언을 하고자 한다. 한국에는 일본보다 훨씬 많은 북한에 의한 피랍피해자와 그 가족이 있다. 이 시점에서 노무현 정권은 이 문제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 정권을 이어 원칙적으로는 북한으로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의 일방적인 퍼주기식 햇볕정책은 그다지 북한에 의한 피랍문제 등 한국국민의 인권침해까지 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피랍피해자 가족의 마음은 일본의 피랍피해자 가족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가가 위기에 빠져 있을 때 강력한 리더십을 겸비한 ‘구세주’가 나타나면 국민은 그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찬반양론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도 그러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그 ‘구세주’가 ‘괴짜’일지라도 스스로의 정치생명을 걸고 전력으로 결단해 행동하는 모습에 국민은 깊은 감동을 받는다. 필자가 한국 땅에 살면서 고이즈미 총리의 다음 행동을 주목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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