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NO BRA’야
나, ‘NO BRA’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8.03.20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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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주체는 나야 나!

 

  tvN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극중 인물인 우수지는 브래지어가 답답하다고 느껴 노브라로 회사에 출근하곤 했다. 이 모습을 본 남자 동료들은 우수지의 노브라에 관심을 가지며 성희롱 발언을 내뱉었다. 이뿐만 아니라 우수지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모습을 확인하고자 술수를 부리기도 했다. 관심을 받고자 혹은 성적으로 어필하기 위해서 노브라를 한 게 아니다. 단지 내가 답답해서 택한 노브라로 왜 불쾌한 시선을 받아야만 할까? 내 몸의 주체는 나인데 내 몸이 왜 속박당해야만 할까?

 


 

▲ 출처/Redbubble
▲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해외 사이트 ‘Redbubble’에서 판매 중인 티셔츠다. 출처/Redbubble


  현대판 전족,
  브래지어

  오늘날 대부분 여성은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부터 브래지어를 꼭 착용해왔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 의류산업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한국 여성의 비율은 97.7%에 달한다. 하지만 몇몇 여성들은 브래지어를 착용할 때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노브라일 때 받을 질타가 두려워 브래지어를 꼭 착용한다. A 씨는 “예전부터 브래지어가 가슴을 조여와 늘 불편하다고 느꼈고 집중력을 요하는 일을 할 때면 브래지어가 더욱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생 때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공부하다 보면 브래지어가 나를 옥죄는 기분이 들어 브래지어를 풀고 공부를 했다”고 덧붙였다. 신지연(23. 여) 씨 역시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바로 브래지어를 벗어 던질 정도로 브래지어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걸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단지 심리적인 요인에서 기인한 건 아니다. 온스타일에서 방영됐던 프로그램 <바디액츄얼리>에서 전문의는 “브래지어를 계속 착용하면 혈액과 림프 순환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브래지어의 와이어가 젖샘에 직접적인 압박을 주면 호르몬에 변화가 생겨 생리불순이나 식욕 변화 등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한 SBS 스페셜 <브래지어 하고 계세요?> 편에서 제작진은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착용했을 때와 착용하지 않았을 때의 혈류흐름도와 체온을 체크했다. 이때 브래지어를 착용한 여성의 혈류흐름도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30%나 감소했고 적어도 1도에서 최대 3도 이상 체온이 높아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에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된다는 건 몇몇 여성들만의 심리적인 이유가 아니다’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숨통을 조이는
  코르셋

  브래지어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꼭 착용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각자의 신체적 특징에 따라 브래지어가 꼭 필요한 여성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들도 많다. 즉,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규정된 시선 때문에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여성이 많다. 우선 사회적으로 선호하는 여성의 가슴 크기나 모양을 충족시키기 위해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여성이 있다. 평소 자신의 가슴 크기에 대해 불만이 있는 B 씨는 “외출할 때마다 브래지어를 꼭 착용하고 있긴 하지만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가 훨씬 편하다”며 “그럼에도 브래지어를 꼭 착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슴 크기를 보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이 큰 여성을 선호하는 분위기 속에 있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가슴이 큰 걸 선호하게 됐고 나는 가슴에 대한 자신감이 낮아져 브래지어로 이를 감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신의 가슴을 보정하려는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성들은 노브라를 택했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돌아올 날카로운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노브라를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A 씨는 “노브라가 편하지만 두꺼운 옷을 입을 때만 노브라를 한다”며 “얇은 옷을 입을 때 노브라를 한다면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볼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유두는 남들에게 비쳐서는 안 되는 신체 부위라는 인식이 뿌리 깊이 자리잡혀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남성의 유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제이 활동가는 “우리사회는 여성의 가슴, 엉덩이에 집착적으로 관심을 보이면서도 막상 여성이 이를 드러내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며 “이로써 여성의 몸을 통제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은 자신의 몸의 주체가 돼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면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사회적 시선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EBS에서 방영한 ‘까칠남녀’에서 손희정 문화평론가 역시 “여성의 몸은 늘 시선의 대상이 되다보니 여성이 브래지어를 착용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 여성의 상체를 검열하는 사회를 지적하며 여성의 사진에 남성의 유두 사진을 합성한 모습이다. 출처/쿠키뉴스


  당신이 생각하는
  예의가 무엇입니까

  2016년 5월,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 멤버였던 설리가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에 노브라로 셀카를 올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설리가 게재한 사진에 쏠렸다. 일부 네티즌은 이에 불쾌감을 표하며 ‘경솔한 행동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설리는 SNS에서 너무 튀려고 하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냈다. 만약 남성 연예인의 유두가 비춰진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됐다면 관심조차 받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여성’의 유두가 비춰졌다는 이유로 설리는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로써 사회가 여성의 유두를 신체 일부가 아닌 시선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여성들이 노브라를 했을 때 받는 불편한 시선은 연예인들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페이스북의 특정 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서는 한 남학생이 특정 여학생이 노브라로 학교를 다니는 걸 유심히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 여학생에게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켜달라는 당부(?)의 글을 올렸다.

  이처럼 여성들이 노브라로 외출했을 때 받는 시선은 매우 무섭다. 여성의 유두는 감춰야 하는 신체 부위라는 인식이 만연한 지금, 노브라는 사회가 강요하는 ‘예의’에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브라를 성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로 네이버에 ‘노브라’를 검색하면 그린인터넷 캠페인에 따라 연령 확인이 된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문장이 가장 위에 뜬다. 이에 제이 활동가는 “여성의 몸 자체를 성적으로 인식하는 데서 나온 문제다”고 말했다.


  노브라,
  필수가 아닌 선택

  하지만 브래지어 착용을 고집하는 여성들이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노브라를 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옳지 않다. 몇몇 여성들은 신체적인 이유로 노브라가 오히려 불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C 씨는 “브래지어를 했을 때가 노브라일 때보다 편하다”며 “오히려 노브라일 때 유두가 옷에 닿는 느낌이 불쾌해서 집에서도 브래지어를 착용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까지 노브라를 강요할 필요는 절대 없다. 노브라는 여성의 몸을 좀 더 편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고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제이 씨는 “노브라는 여성에게 주어진 선택지를 넓혀가는 방법일 뿐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출처/여성신문

 

 

▲ 지난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개최된 ‘페미니즘 문화제’에서 여성 몸 해방을 응원하는 단체 ‘언니미티드’가 ‘브라보관소’를 차린 모습이다. 출처/여성신문


  My body
  My choice

  노브라가 예의 없다고 규정된 사회에서 여성들은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유두를 감춰야 하고 사회가 원하는 가슴의 모양과 크기를 유지해야 한다. 즉, 여성의 몸은 통제받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서조차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여성들은 사회에 자리잡혀있는 잘못된 인식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5년 8월, 미국에서 ‘프리 더 니플(Free The Nipple)’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남성의 상체가 드러나는 건 허용하면서 여성의 상체에 대해선 검열하는 사회를 지적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에 몇몇 여성들은 프리 더 니플에 해시태그를 달며 자신의 사진에 남성의 유두 사진을 합성해 SNS에 올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개최된 페미니즘 문화제에서 여성 몸 해방을 응원하는 단체 ‘언니미티드’가 청계광장 한복판에 ‘브라보관소’를 차렸다. 당시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브라보관소에서 브래지어를 벗고 행사를 즐겼다. 또한 지난해 4월, 서울 광화문광장 한가운데서 1천 명이 넘는 여성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이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페미니즘은 젖꼭지가 당당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라는 피켓이었다.

  이로써 지금 당장 여성의 몸에 대한 시선이 거둬질 거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서조차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사회적 시선에 따라 자신의 몸을 얽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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