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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갈 곳 없는 밤과 휴일
취약시간대 의료 공백에 놓인 국민
2018년 04월 16일 (월) 14:05:08 나재연 njen530207@
  물건을 사러 들른 편의점에서 한구석에 진열된 ‘약’을 본 적 있는가?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일반의약품 중 일부를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게했다. 이에 약국이 멀거나, 늦은 시간이라 약국이닫았을 때 많은 사람이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편리하게 구매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꾸준히 편의점 의약품 판매의 위험성이 거론되고 있다. 편의점 의약품은 무엇이며, 왜 위험한 걸까?

  
 
우리 삶에 스며든 편의점 의약품
  
우리나라는 2012년 11월부터 편의점 의약품 판매 제도를 도입해 △감기약 △소화제 △해열진통제 △파스 등 13개 품목의 안전상비의약품(이하 안전상비약)을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약국이 닫는 심야와 휴일에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편의점에서 일부 안전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실제로 편의점 의약품 판매 제도가 시행되고 안전상비약의 판매는 급증해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5 완제의 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약의 매출액은 △2013년 154억 원△2014년 199억 원 △2015년 239억 원으로 3년간 매출이 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 1월, 보건복지부는 제6차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편의점 의약품 판매 품목에 △제산제(위산 분비를 줄이는 약) △지사제(설사를 멎게 하는 약)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질환을 완화하는 약) △화상연고 등을 추가하자는논의를 제기했다. 국민의 약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편의점 의약품 판매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해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편의성과 함께 얻은 다양한 부작용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구매하면 자신도 모르게 각종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조사한 안전상비약13개 품목의 공급량과 부작용 보고결과를 제시했다. 또한 이를 분석한 결과 특정 안전상비약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면서 해당 약의 부작용 보고 건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2012년에는 124건이던 해당 약품의 부작용 보고 건수가 2016년에 368건으로 약 3배 증가한 것이다. 대한약사회 최헌수 홍보정책국장(이하 최 국장)은 “편의점에서 약을 구입하면 약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져 부작용에 많이 노출될 수 있다”며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국민을 위험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안전상비약이다.
 

  또한 안전상비약이라는 명칭이 무책임한 소비를 유발한다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최 국장은 “안전상비약이란 안전하게 갖고 있다가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약이라는 뜻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편의점에서 약을 살 때는 전문가와 상담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해서 약을 먹어야 한다”며 “의료 인력과 상담할 수 없고,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약은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최 국장은 “약을 식품처럼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데다가 이름에 ‘안전’이란 단어가 들어가니 의약품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무너진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편의점 의약품 판매 제도는 입법 취지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 국장은 “편의점 의약품 판매는 심야와 휴일의 의료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다”며 “그러나 편의점에서 13개 품목의 안전상비약을 파는 것만으로는 취약시간대 의료불편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취약시간대 의료불편을해소하기 위한 정책들
   현재 편의점 의약품 판매 제도 외에도 심야와 휴일의 의료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사회는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달빛어린이병원’과 ‘달빛어린이약국’이다. 2014년에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달빛어린이병원은 심야와 휴일에도 운영하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이다. 소아 경증 환자들이 대형병원의 응급실을 찾지 않아도 되며 전문 의료진에게 진찰받을 수 있어 이용자 사이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달빛어린이병원 외에도 대한약사회가 취약시간대에 운영하는 약국이 있다. 심야까지 혹은 24시간 운영하는 ‘공공 심야 약국’과 공휴일과 휴일에도 운영하는 ‘365일 약국’ 등이다. 최 국장은 “대한약사회에서 시간당 수당을 지급해 차별화된 약국을 운영했다”며 “이는 국민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한 시범운영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국장은 “그러나 약국은 근본적으로 자영업이기 때문에 약국에 부담을 주는 이러한 제도로는 취약시간대 의료 공백을 해결 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보다 지속 가능한 제도를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이 누릴 수 있는 더 나은 의료 혜택을 위해
   최 국장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의 품목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취약시간대에 국민에게 적절한 의료혜택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약시간대에 지속 가능한 의료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공중보건의·약사 제도’를 제안했다. 최 국장은 “공중보건의·약사 제도는 지역 보건소를 의료거점으로 삼아 심야에 의료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다”며 “이를 통해 국민에게 실질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역 보건소를 이용해 심야와 휴일의 의료 공백을 해결하는 것이다.
  최 국장이 이러한 제도를 제안하는 것은 현재 편의점 의약품 판매 제도로는 국민의 취약시간대 의료불편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며,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를 찾기 위해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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