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oo로 외치다
Me Too로 외치다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8.04.16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야 말할 수 있다

 

  Me Too. 2006년, 미국의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이하 버크)가 유색 인종 여성과 아이들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는 캠페인에 나서며 내세운 말이다. 1997년에 버크는 어린 소녀로부터 성적으로 학대받은 경험을 듣고충격에 휩싸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가 트라우마로 남았던 버크는 성범죄 피해자를 마주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거듭된 고민 끝에 버크는 피해자가 느끼는 수치심과 절망에 공감하며 그들의 슬픔과 고통을 더는 일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너와 함께 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즈’는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동종업계 종사자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여러 배우가 그의 성추행을 연이어 폭로했고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때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를 통해 미투 운동을 제안했다. SNS에 성폭력 피해를 털어놓고 연대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를 약 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리트윗했고 8만여 명이 넘는 사람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에 많은 이가 줄줄이 물러났고 미투 운동은 연예계뿐 아니라 각종 계열로 뻗어 나가 전 세계로 퍼졌다. 
  
  이후 지난 1월 8일,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수많은 배우가 검은색 의상을 입어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시사주간지 ‘타임’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용감하게 폭로한 불특정 다수인 ‘침묵을 깬 사람들’을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면서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드러나는 검은 뿌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던 미투 운동이 우리나라에서도 이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에 자신의 성추행 피해를 밝히는 글을 게시했고, JTBC에서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검찰청 내 성추문이 드러났다. 이에 많은 이들이 분노를표했으며 해당 사건은 한동안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대검찰청은 해당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했다. 이 사건은 수많은 폭로의 시발점이 돼 우리나라에서도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박하영(정치외교 2) 학우(이하 박 학우)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미투 운동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와 해당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2월 6일, JTBC는최영미 시인과 인터뷰하면서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게재된 최영미 시인의 작품 ‘괴물’을 소개하며 고은 시인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고은 시인은 단국대학교 석좌 교수직을 자진 사임했다.


  어디에도 ‘괴물’은 있다
  언론 보도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미투 운동은 피해자들의 자발적 폭로로 이어졌다. 이윤택 연극연출가의 성폭력 의혹은 미투 운동을 가속했다. 이어 이름만 대면 알만한 배우들의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 3월 6일 방영된 MBC <PD수첩>에서 김기덕 영화감독의 성추문 실태를 폭로하면서 영화계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뿐만 아니라 정치계, 종교계 등 다양한 곳에서 각종 폭로가 쏟아지면서 모두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계로 번져간 미투 운동에서 처음으로 지목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이하 안 전 지사)다. 지난 3월 5일,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가 안 전 지사를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했다. 이에 안 전 지사는 “성관계는 있었으나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했으나 악화되는 여론 속에서 결국 본인의 SNS 계정에 과실을 인정하는 글을 올려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일체의 정치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잠재적 가해자를 자처하나요?
  몇몇 남성은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성범죄에 주목하기보다 자신이 성범죄 사건에 연루될까 두렵다며 ‘펜스룰’을 주장한다. 펜스룰이란 미국의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가 과거 “아내 외의 여자와 단둘이 있는 것을 피한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됐다. 이는 남성이 성범죄자로 몰리지 않기 위해 여성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다.

  이에 지난달 8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자신의 SNS에 펜스룰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서 그는 “당황한 일부 관리직 혹은 남성 직원이 예방책이랍시고 채용이나 업무 등에 여성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불법적 행위들을 한다”며 “이는 그들이 여성 가까이에 있으면서 성폭력을 해왔고 할 수 있는 잠재적 성범죄자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페이스북 최고 운영 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역시 펜스룰이 여성에게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6일, 그는 본인의 SNS에 “남성이 여성 동료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피하는 것이 직장 성희롱을 해결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면, 여성이 더 불리해질 것”이라며 “이는 여성이 직장에서 갖는 기회를 줄어들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이 본질인가
  일각에서 미투 운동이 변질됐다는 목소리가 있다. 우선 미투 운동에 ‘꽃뱀 프레임’을 씌우는 이가 있다. 지난달 14일, 동덕여자대학교에서 하일지 교수(이하 하 교수)가 강의 도중 소설 <동백꽃>을 해설하면서 “점순이가 총각을 성폭행한 것”이라며 “소설 속 화자인 ‘나’도 미투를 해야겠네”라고 말했다. 이어 하 교수는 느닷없이 안 전 지사를 고소한 비서를 언급했다. 하 교수는 “피해자가 알고 보니 이혼녀”라며 “처녀는 통상 성관계를 할 때 심리적으로 두렵거나 낯설거나 해 거부하는 성향이 있으나 이혼녀는 처녀와 성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하는 게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미투 운동이 정치적 공작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지난달 9일 방영된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방송인 김어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던 중 “안희정에서 봉도사(정봉주 전 의원)까지. 이명박 각하가 막 사라지고 있다.”며 “제가 공작을 경고했다. 그 이유는 미투를 공작으로 이용하고 싶은 자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지원(22. 여) 씨는 “가해자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기 전에 피해자가 고발한 사건의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학우는 “미투 운동은 이념이나 이데올로기, 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에 대한 문제다”며 “이를 정치적 공작이나 꽃뱀 프레임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투 운동에서 지목된 이가 자신의 가해 사실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가며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하 정 전 의원)이 성추행 의혹을 받았으나 780장의 사진을 증거로 내세우며 자신이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자회견에서 정 전 의원은 “느낌이 저를 정치적으로 저격하는 것 같다”며 “정치적 의도가 가득하고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에 정 전 의원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미투 폭로자를 의심하는 여론이 생겨났다. 그러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여성이 사건을 입증하는 각종 자료를 공개하면서 여론이 바뀌었다. 그러자 정 전 의원은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자숙하겠다고 했다. 그의 거짓 해명으로 피해자가 두 번 죽는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이에 미투시민행동은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 사실을 덮기 위해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상황이 나타난다”며 “이로써 미투 운동이 폄훼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대학 사회학과 김은정 교수는 “어느 운동이 일어나든 반대하는 움직임은 있다”며 “다만 이에 대해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응할지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반감을 갖지 않고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나 논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투 운동이 시작된 지 두 달이 넘었다. 이제야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도래했고 깊게 자리 잡혀있던 검은 뿌리가 속속들이 드러났다. 하지만 미투 운동에 특정 프레임을 씌우며 그 본질을 흐려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미투 운동. 그 본질을 안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누구든 알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8
  • 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연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한상권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나재연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