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표면의 약 6%, 우리 곁의 습지
지구표면의 약 6%, 우리 곁의 습지
  • 환경운동연합 손성희
  • 승인 2004.06.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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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표면의 약 6%, 우리 곁의 습지


환경운동연합 손성희


‘습지’라고 하고 하면 어떤 곳을 먼저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닷물이 빠져 드넓게 들어난 갯벌이나 몸이 빠져들 것 같은 걸쭉한 느낌의 늪지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라 인정될 만큼 넓고 수많은 생명이 다양하게 어울어지는 곳이고, 우리나라의 람사사이트 등록 1, 2호가 모두 늪이기 때문이다. 갯벌과 늪은 각각 연안습지와 내륙습지로 구분되고, 이들은 해양수산부와 환경부에 의해 관리되어지고 있다.

하지만 ‘습지’는 갯벌과 늪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습지’라고 느끼지 못할 뿐 주변 곳곳에 습지가 있다. 1971년 이란 람사에서 채택되어 람사협약이라 불리는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은 물새의 서식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협약이지만 습지에 대한 정의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광범위한 부분까지 습지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습지보전법에서 습지는 ‘담수(민물), 기수(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물) 또는 염수(바닷물)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람사협약에서는 이에 더 나아가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변형되거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곳도 습지에 포함시키고 있다. 즉, 강과 호수, 해안의 석호, 갯벌, 망그로브지역, 이탄지뿐만 아니라 산호초까지 포함된다. 그 이외에도 농경지, 저수지, 염전, 하수관계이용농장 그리고 운하도 포함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심을 조금 벗어나면 볼 수 있는 논, 어느 도시나 있는 강과 하천, 학교에 있는 조그만 연못도 습지에 속해있는 것이다.

습지는 툰드라지역에서 열대우림지역까지 거의 모든 나라에 존재하는 생태계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세계보존모니터링센터(World Conservation Monitoring Center)에 따르면, 지구 표면적의 약 5억 7천만 헤타르의 면적이 습지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면적은 지구표면적의 약 6%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디에나 있는 습지를 왜 국제사회는 일찍부터 관심을 가지고 보전하려했을까?

인간은 공기와 물과 같이 인간 생활에 필수적이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습지 또한 마찬가지라 하겠다. 지난 6000년 동안 강가의 계곡과 평야가 인간 문명의 바탕이 되어왔다. 또한 다양한 습지 생태계는 인간 사회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바탕이 되었다. 이는 물과 습지가 얼마나 인간생활의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문명의 바탕이 된 습지는 산업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파괴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넓은 땅의 확보라는 명목으로 대규모로 간척되어 사라져버렸다. 이는 습지 생태계를 기반으로 형성된 수많은 생명체들의 소멸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얼마 전 군산 내 옥구염전이 50여 년의 소금생산을 멈추고, 툭 터진 넒은 벌판인 곳을 양식장으로 만든다고 둑을 쌓으며 파헤쳐 놓은 사건이 있었다. 옥구염전은 번식지인 시베리아에서 월동지인 호주까지 수천 Km에서 1만 Km 이상을 이동하는 물새류인 도요?물떼새가 많게는 50만 마리 이상이 휴식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이러한 곳을 아무런 의식없이 우리는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50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는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또 우리나라 람사사이트 등록 2호인 우포늪은 안정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창녕군에서 안정성을 거론하며 콘크리트 블록을 제방에 쌓으려 했다. 이 또한 습지라는 생태계의 정확한 이해없이 이루어진 인간의 횡포였다.

습지의 기능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물을 저장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오염물질을 걸러내주며 수많은 생명체가 산란하고 성장하여 인간에게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내어주고, 다양한 문화가 만들어졌으며, 안식을 주는 곳. 그곳이 바로 습지이다.

습지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 작은 연못, 산 속의 개울, 농경지, 작은 시냇물 이 모두가 습지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습지를 알고 보전하려고 한다면 멀리 우포늪이나 대암산용늪, 서해안의 갯벌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주변의 습지를 알고 이해하는 것, 그리고 우리 삶으로 끌어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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