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trance), 황홀경에 물들다.
트랜스(trance), 황홀경에 물들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04.06.10 0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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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은 그 어떤 말보다도 글보다도 인간 자신의 내면을 아름답고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난에 찌든, 배고픈 삶에서도 한바탕 벌어지는 각설이 타령과 같이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한편 어느 순간에는 각박하고도 부조리한 세상에 온몸으로 저항의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춤을 추고 나면 온 몸을 흥건이 적시는 땀, 그땀으로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지난 28일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홍대 앞에는 삼삼오오 짝은 지어 몰려있는 남녀로 가득했다. 개성있는 옷차림에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이들은 춤을 추기 위해 바로 이곳, 홍대에 모인 것이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이면 열리는 클럽데이는 한 곳의 가격으로 20여군데의 클럽을 모두 돌아다니며 즐길 수 있는 날로 이날만큼은 모두가 일상을 잊고, 혹은 일상에서의 나 자신을 잊고 Cluber(클러버)라는 또 다른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예전에는 소수 매니아만의 전유물이었던 클럽 문화는 이렇게 '클럽데이'라는 작은 축제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도 가까운 놀이 문화로 다까올 수 있었다. 클럽은 우선 가격에 부담이 없고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와 음악을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래도 아직은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언더문화'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매력을 주고 있다. 또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도 성인이라는 전제 외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을 뿐더러 옷차람 또한 츄리닝부터 정장까지 다양하니 아무런 부담없이 즐길 수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클럽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완전한 '자신만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갖고 있다. 클럽에서 추는 춤은 철저히 자신만의 춤으로 이는 유행하고 있는 가수의 춤을 일률적으로 추는 댄스나 파트너와의 호흡이 중요한 탱고, 블루스와 같은 춤과는 다르다. 유행의 흐름을 알 필요도 없이 리듬에 온 몸을 맡긴 채 자기 자신의 느낌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클럽은 여느 놀이 문화와는 달리 집단이나 타자와의 관계 지향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오로지 자신만의 느낌과 몸짓으로 춤을 즐기는 개인을 위한 문화 공간이다. 따라서 이는 그 무엇보다 '자기만족'의 가치를 우선시 하는 20~30대 계층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만족시켜주는 요소로 작용된다. 음악과 춤, 그리고 움직일 수 있는 내 몸까지 이 세박자만 갖춰지면 내가 주체가 되는 나만의, 나만을 위한 문화가 완성되니 말이다. 웹진 아하프레스의 최순지씨는 "사람들은 클럽에서 춤을 추다 보면 도달할 수 있는 경지, 트랜스(trance)상태에 이르게 된다"며 "자기 감정에 도취하여 무아지경이 되는 이 단계에서 타인과의 교류가 필요없는 극도의 개인주의 형태를 드러내게 되는 것"이라 말한 뒤 클럽 문화에 있어 이러한 개인주의적 성향의 원인으로 '트랜스(trance)'를 지목했따.

 세벽 네시, 클럽데이를 찾은 사람들이 모두 빠져 나간 뒤 홍대 앞은 마치 마법에서 풀린 신데렐레아와 같은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과 화려한 조명 그리고 귓가를 울리는 음악은 사라지고 없고 다시 일상의 반복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 몸의 유쾌한 일탈은 그 일상을 사랑갈 수 있는 힘의 에너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루종일 책상에, 혹은 텔레비젼에, 컴퓨터에 메어 있는 몸을 한번 이리저리 움직여 보자. 내 몸을 움직이는 순간 어쩌면 내 영혼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홍대클럽을 허하라!> 클럽데이가 열리는 금요일, 악천우라는 나쁜 날씨에도 불구하고 춤을 추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은 새벽까지 끊이지 않았다. 몇몇 인기 있는 클럽은 들어가기 위해 그 밖에까지 줄을 길게 늘어설 정도이니 클럽의 대중화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클럽의 부흥에도 불구하고 최근 홍대 클럽은 그 존재 자체에 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시의 클럽 NB 단속에 이어 다시 경찰이 클럽 마트마타와 NB에서의 춤을 단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속의 발단은 얼마전 발생한 신촌에서의 주한 미군의 난동으로 외국인이 많이 찾는 홍대 클럽이 주한미군들의 주무대로 지목받게 되면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클럽협회 측은 "대개의 클럽들은 미군 범죄와 문화환경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이명박 시장의 당선자 공약에 클럽문화 활성화를 위한 홍대 문화지구 지정 추진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부서에서는 홍대 앞 클럽을 무허가 유흥주점으로 규정하는 것 또한 문제 삼았다. 따라서 이에 대해 클럽문화협회와 공간 문화센터, 홍익상인연합회는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국회와 연계하여 클럽의 제도화를 위한 제도 개선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한편 클럽의 입구 한쪽에는 '홍대앞 클럽을 허하라'라는 서명운동이 펼쳐졌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였다. 어떤 이유로라도 음악과 춤을 불법시하는 것은 행정의 문제를 떠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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