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이라크 파병철회 범국민대회에 취재를 다녀왔다. 여느 집회들과 비슷하겠거니 하고 찾아간 집회에서 나는 정말 예기치 않은 상황을 목격 했다. 시민들을 향해 소방호수로 물을 뿌려대고 소화기 분말을 분사하면서 시민들이 던진 물병들을 되던지는 전경들의 모습을. 그 가운데 시민들 선봉대에서 피 흘리며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대부분의 시민이 소화기분말을 마시고 기침을 해댔다. 그렇게 계속되는 전경들의 폭력진압에 시민들의 행진은 결국 저지되고 말았다.
이런 폭력진압 자체도 나에게는 충격이었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폭력진압을 하는 전경들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였다. 전남대 선창훈(화학공학?3)학우는 “서로의 입장이 다른 것이니까 전경들도 어쩔 수 없다”라며, 민주노총 통일 선봉대 이정희(41)씨 역시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다”면서 오히려 전경들의 태도를 이해한다는 것이었다.
시민들의 이런 반응은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내가 서로 입장이 다른 두 측을 너무 시민 쪽에서만 바라봐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오래전부터 심한 폭력으로 진압당해 온 시민들이 이제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시대에 이런 폭력진압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그 집회에서 본 시민들은 정부라는 권력을 업은 전경들 앞에서 한없이 약한 약자였다. 이처럼 국가가 권력의 힘을 통해서 국민들을 약자로 몰아넣는 경우는 허다하다. 지금은 시민이 국가의 권력과 힘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 국가는 시민들을 일방적인 폭력으로 제압하는 권력을 버리고 국민들의 소리에 수용하는 포용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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