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합의없는 개혁은 없다
(백미러) 합의없는 개혁은 없다
  • 박선미 기자
  • 승인 2004.09.14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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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가 무엇인가 ‘변화’하고 ‘개혁’하기에 앞서, 제일 먼저 전제되어야 할 조건은 바로 ‘여론수렴’일 것이다. 이것은 얼마 전 반대 여론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던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있어서도 잘 알 수 있다.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있어서도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명백하다.

 얼마 전 ‘학칙개정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우리학교도 정계만큼이나 시끌시끌해졌다. 총학생회는 강의실 곳곳에 학칙개정안을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교수들 중 일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교내에 ‘신상전 총장과 이해동 이사장은 퇴진하라’라는 현수막을 걸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유게시판에는 신설 전공에 대해 반대하는 학우들의 성토의 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우리학교는 분규 학교라는 이미지가 존재하는 만큼, 어느 누구도 학교 안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구성원들이 학칙 개정안에 대해 강한 반대의 입장을 보이는 것은 개혁의 전제 조건인 의견수렴과정이 불충분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학교 당국은 학우들을 대상으로 ‘변화의 시작 2004/2005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나름대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며 억울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우들의 입장에선 학칙개정안이 통과되고 난 지금에서야 그 결과물을 단순히 ‘통보’ 받았을 뿐이다. 왜냐하면 설명회에는 단지 10명 안팎의 학우들만이 참석했고, 설명회 이후 학교당국은 본교 홈페이지에 학칙개정안에 대한 내용을 게재하면서 변경의 사유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의견을 받는다만 명시하였다. 따라서 이는 학생들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쳤다고 보기 힘들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수들의 의견수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양교직학부와 컴퓨터 공학부의 대학 승격’이라는 사항은 방학 이후 있었던 교무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으로하계 방학전 있었던 전체 교수회의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전체 교수회의에서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고 협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당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이사회에 학칙개정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학교 당국이 제대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학내 구성원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여론 수렴이나 구성원들의 합의가 없는 학교 ‘개혁’이란 있을 수 없다. 일방통행을 하다가는 언젠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을 부수면서까지 전진하겠다는 것은 정말 무모한 짓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은 벽을 부수는데 드는 시간과 돈, 노력을 낭비하는 대신 돌아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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