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라
국가보안법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라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4.09.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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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진정으로 국가안보를 지키고 있을까

1. 국가보안법 황당사건

군에 갔다 감옥간 대학생

 사회학과를 다니다 휴학하고 군대에 간 학생이 있었다. 신병훈련을 받으면서 쉬는 시간에 ‘분단의 책임은 미국에게 있다’,‘우리에게 더 큰 위협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일지도 모른다.’ 등의 얘기를 동기 훈련생들과 했다. 자대배치를 받은 얼마 후 이 학생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고향집을 뒤진 수사관들이 가져간 사회학 전공서적들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이 되었다. 항소심 끝에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군에 입대했다가 말 한마디로 징역을 살고 올 봄 출소해서 다시 대학에 다니고 있다.

간첩이 된 디자이너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던 40대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어린 딸과 부인이 보는 앞에서 수갑이 채워져 대공분실로 끌려갔다. 일본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 사람은 조선장학회(일본으로 공부하러 온 한국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장학재단으로 조총련과 거류민단이 공동으로 운영한다)의 장학금을 받았는데 그 조선장학회의 조총련계 인사와 ‘회합통신’한 간첩이라는 혐의였다. 학군단 동기이자 현역 장교인 친구2명(이 사건 이후 한 계급 특진했다)이 고발을 했고, 2년간 도청과 미행한 자료를 재판의 증거로 내놓았다.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180여일 만에 출소해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딸은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고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 결국 항소심에서 간첩혐의는 무죄로 판결이 났다. 천신만고 끝에 간첩혐의는 벗었지만 직장도 잃고 가족도, 친구도 잃었다.

2. 국가보안법은 국가안보를 지키는가? 

 위의 두 사례는 최근 2~3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어떤 이들은 국가보안법으로 피해를 받는 국민이 전체의 몇%나 되겠냐며 국가보안법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반대로 묻고 싶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국가보안법으로 피해를 입어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할 것인가?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천명이 넘어 구치소가 부족하던 시절에 그들은 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하지 않았던가?

 어떤 이들은 국가보안법은 국가안보의 최후의 보루라고 말한다. 국가보안법은 진정으로 국가안보를 지키고 있을까? 위 사례의 두 사람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감옥에 가두어야 마땅한 인물들이었을까? 국가보안법은 무엇을 위해 무고한 학생과 직장인을 잡아들였을까? 그래서 국가보안법은 무엇을 얻었을까? 국가보안법이 국가안보의 최후의 보루라고 말하는 이들은 어째서 국보법이 안보의 최후의 보루인지 스스로 구체적으로 증명해야만 한다.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피해자 수가 몇 명인가는 국보법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국보법이 우리사회와 우리들 사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국보법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국보법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말 한마디, 책 한 권으로도 사람을 감옥으로 보낸다. 정권에 반대하거나 북한에 호의적이거나 심지어 북한의 주장과 유사한 주장을 하는 것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이 된다. 그렇게 56년동안 국보법의 감시속에서 살아온 국민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북은 뿔 달린 악마들이 사는 집단으로 여기고, 공산주의는 범접해서도 안되고, 빨강색을 사용하는 것조차 꺼리는 극단적인 흑백논리에 젖어 세상을 설명하는 많은 이야기들중의 반쪽만 있는 줄 알고 살아가게 되었다.

 대학에 다니는 자식을 둔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데모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혹시 데모를 하더라도 앞장서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하게 되었다. 우리사회에서 부당한 권력과 관행에 대해 비판하는 개인은 어김없이 모진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을 부모님 세대는 생활속에서 체험했기 때문이다. 정권에 대한 비판을 하거나 정권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가 되었고 다양한 생각들은 숨죽이며 숨어버렸다.

3. 국가보안법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좌익세력을 억압하여 정권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이승만정권의 의도로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56년동안 끊임없이 국민의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질식시켜왔다. 유엔 인권위원회등 국제 사회 역시 ‘아무리 남북한의 특수상황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국가보안법의 존재는 인권 보장과 양립할 수 없다’고 한국 정부에 개폐를 권고한 일이 있다. 국가보안법 문제는 피해자 숫자를 따지거나 적용과정의 인권침해를 줄이거나 법 조항 몇 글자를 고치는 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56년간 누적되어온 문제들과 단절하고 인권과 민주주의의 신장을 바란다면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자유민주주의를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고 여기는 사람 역시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마땅하다.

<민주화 실천 가족운동 협의회 간사 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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