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정보 공시제'와 덕성의 향방
(사설)'대학정보 공시제'와 덕성의 향방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4.09.14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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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사태 이후 한국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담론은 ‘구조조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회 각 부문에서 진행된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비효율적이고 낡은 가치와 전통이 폐기되고 ‘효율성’과 ‘경쟁력’이 새로운 가치로 부상하였다. 동시에 구조조정으로 초래된 고통과 희생은 사회, 정치적 갈등과 혼란의 진원이 되었다.

 구조조정의 열풍은 교육부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특히, 백화점식으로 모든 학과를 갖추어 몸집을 늘리고 대학재정의 상당부분을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던 많은 대학들에게 구조조정은 뼈를 깎는 자기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대학신설과 입학정원 증대를 방만하게 허용해준 정부의 실책을 한탄할 여유조차 없는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뒤뚱거리는 대학들의 발 빠른 행보를 재촉하기 위하여 교육부는 급기야 지난 8월 31일 ‘대학구조개혁방안’을 발표하여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잡아당겼다.

 이 시안에 따르면 2009년까지 9만 5천명의 대입정원이 축소되고 교수 1인당 학생수가 24명(사립대)으로 줄어들게 된다. 2002년 전임교수 1인당 학생수가 36.95명인 우리 대학의 경우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2009년까지 76명의 교수를 충원하거나 1860여명의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느 쪽을 택하든 감당하기 힘든 재정난에 직면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더구나 이번 시안은 모든 대학이 모집 단위별 신입생 충원율, 교수 1인당 학생수, 졸업생 취업률, 시간강사 비율, 예·결산 내역 등을 공개하는 ‘대학정보공시제’의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대학수요자인 학생, 학부모, 기업 등이 학교선택이나 학교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자료의 공개는 우리의 벌거벗은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일로 재정난보다도 훨씬 심각한 대학존립의 위기까지 몰고 올 소지를 안고 있다.

 이러한 교육부의 시안에 비추어볼 때 대학당국이 최근 강행한 학칙개정은 구조조정의 정신을 왜곡한 개악이라 할 수 있다. 개정된 학칙은 새로운 교육이념과 경영진단의 결과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의견수렴 과정에서 보여준 비민주적이고 부도덕한 행태로 대학당국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나아가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경쟁력 있는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을 신설학과에 낭비하고, 각 학과의 교수 충원율을 높일 수 있는 토대인 교양학부를 학생이 없는 단과대학으로 승격함으로써 경쟁력을 더욱 저하시킨 개정 학칙은 덕성의 위기를 앞당길 자충수가 될 것이다.

 여타 부문에서 진행된 구조조정의 경험에서 우리는 구성원의 합의와 참여가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임을 배웠다. 과거의 교훈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학자와 교육자이기를 포기하고 자기 기반 확충에 혈안이 된 근시안적 행정가이기를 고집하는 대학당국이 어떻게 교육주체를 자처할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덕성의 발전을 위한 큰 틀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고 그에 따라 덕성이 갖고 있는 물적, 인적 자원을 재배분하기 위한 투명하고 열린 논의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학당국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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