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역사의 원동력
여성은 역사의 원동력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4.09.1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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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센티만 낮았어도 세계의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라는 파스칼의 말보다는, 그녀가 외국어에 능통했고 외교적 수완이 뛰어났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 학생들은 오랫동안 승자, 즉 남성들에 의해 씌여진 역사에 익숙해져 왔기 때문에 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흥미로운 일인지 잘 모르는 듯하다. “역사 속에 과연 여성이 존재하는가?”는 강의 첫날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과연 존재한다면 여성들에게 전환점이 된 역사적 사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그러면 학생들은 제일 먼저,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여성 참정권을 생각해 낸다. 그리고 난 후에는 잠시 침묵이 흐른다.

 여성의 역사 강의는 그동안 학생들이 배워 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역사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이 강의에서는 여성의 자궁역사를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담론들을 분석한다. 고대 철학자들은 여성의 몸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 말들을 해 왔으며, 또한 여성의 몸이 얼마나 오랫동안 정치적 권력 싸움의 장이 되어왔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인간에게 문예부흥을 가져다주었다고 배워왔던 르네상스가 또, 한편으로는 마녀사냥을 통해 수많은 여성들을 희생시킨 광기의 시대였음을 파헤쳐 본다. 더불어, 로댕의 그림자에 가리어져 천재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체 정신병원에서 죽어가야 했던 까미유 끌로델과 같은 여성을 역사 속으로 다시 불러들여 얘기를 들어본다. 물론 이 모든 역사적 해석의 중심에는 “여성들”이 있다.

 학생들은 과제를 통해서 수업 중에는 직접 다루지 못했던 한국 여성의 역사를 접하게 된다. 우리 할머니 세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술사(Oral History)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혹은역사적으로 뛰어난 여성들과의 가상 인터뷰를 통해 그 시대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해 보기도 한다. 또한, 여성사 박물관, 명성황후 생가, 또는 나눔의 집 등을 직접 방문해 한국 여성에 관한 역사탐구의 기회를 갖는다.

 역사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한다고 볼 때, 여성의 역사 또한 남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 더 나아가서는 바로 나 자신의 역사인 것이다. “여성들은 항상 삶의 중심에서 생각해 왔고 역사의 원동력이 되어왔다”고 주장한 여성사학자 메리 비어드(Mary Beard)의 말처럼, 이 강의를 통해서 우리 덕성인들도 자기인생에 있어 주인의식을 갖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또한, 극단에 치우치기보다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모든 현상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과거 여성들의 삶의 흔적을 통해 보다 현명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를 또한 기대해 본다.

(본교 교양학부 교수 이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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