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흠집내기'보다 중요한 것
성매매특별법 '흠집내기'보다 중요한 것
  • 여성주의 저널 일다 문이정민 기
  • 승인 2004.10.0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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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언론 보도, 문제있다

 사례1. 9월 23일 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자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라는 집창지역(사창가 밀집지역)에서 성매매업주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언론들은 “강압적인 감금행위가 없다”, “성매매 여성들도 자발적으로 시위를 하겠다고 나섰다”, “생계를 위해 단속을 유예해 달라”는 등 시위에 나온 포주들의 이야기를 아무런 논평 없이 실었다.

 사례2. 10월 2일 토요일 새벽.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던 22세의 성매매 피해여성이 자신이 거처하던 자취방에서 전기줄로 목을 매고 자살했다. 이 여성은 돈을 벌기 위해 한 안마시술소에 들어갔으나 보증채무를 지도록 강요받고, 성매매 행위를 강요받았다. 업소를 벗어나길 간절히 원했던 이 여성은 “눈에 띄면 보이는 대로 죽여버리겠다”는 업주의 협박에 두려움에 떨다가 자살했다.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보고, 성매매 업주와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둔 성매매특별법은 그 시행에 돌입하면서부터 사회를 온통 떠들썩하게 했다. 그러나 성매매 피해여성이 자취방에서 두려움에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속에서 언론이 주목한 것은 단지 ‘포주’들의 입장이었다. 피해여성이 스스로 성산업 구조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빈곤한 현실, 온갖 착취와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벗어날 수 없었던 성매매의 질긴 고리는 외면해버린 것이다.

 많은 경우 성매매 된 여성들은 청소년 시기에 성 산업에 유입된다. 청소년 시기에 집을 나온 여성들은 마땅히 잘 곳도, 일할 곳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의식주’를 해결해준다는 포주들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든 현실이 된다. 그리고 늘어난 빚의 착취구조에 발이 묶이고, 감금상태에서 불에 타죽고 나서야 주검으로 확인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군산화재참사사건, 그리고 업주에 협박으로 인한 성매매 피해여성의 자살은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추진된 성매매특별법의 취지는 매우 중요하다. 성매매 여성들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로 인해 피해 받는 여성들이 존재한다는 현실인식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지금껏 성매매여성들이 업주로부터 폭력과 협박에 시달리면서도 신고를 꺼렸던 이유는 여성을 옭아매는 ‘선불금’으로 인해 오히려 피해여성이 ‘사기죄’로 고소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매매특별법에서는 이에 대한 예방조항을 만들어 선불금을 무효화시켰으며, ‘성매매 피해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기본적으로 ‘여자가 장사 한다’가 아닌 ‘여자를 장사 한다’는 인식전환 아래 포주나 알선자에 대한 처벌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여성의 ‘자발/비자발’ 여부를 따져 성매매여성들에게 혐의를 두기 보다는 빈곤의 구조 속에 놓인 여성의 상황을 고려해 ‘피해자’의 지위를 인정해 법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다.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침해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 자체의 존재만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법 집행’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검찰, 경찰의 법 해석과 집행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점에 언론의 중요한 역할은 “역사와 인간의 본성” 운운하며 ‘성매매 집중단속 문제 있다’ (연합시론, 2004-09-24)거나 “사창가 없앤다고 성매매 없어지나?”(주간조선, 2004-10-04) 식으로 성매매특별법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취지에 맞게 법이 제대로 실행되고 집행될 수 있는 방향과 대안들을 고민하고 담아내는 것이다.

 시위에 나선 성매매여성들을 선정적으로 다루면서 이를 섣불리 ‘성매매 합법화’ 주장으로 읽거나 성매매특별법의 폐단으로만 부각시키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거리에 나선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요구와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는 자세다.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함께 포주들과 함께 거리시위에 나선 여성들은 ‘생존권’을 외치고 있다. 이는 언론에서 호도하듯 ‘성을 자유롭게 팔게 해 달라’는 요구도, 포주들의 입장처럼 ‘돈을 벌기 위해 사창가 단속을 유예해 달라’는 주장도 아니다. 말 그대로 ‘먹고 살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탈성매매 여성들에게 살 공간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구체적인 시스템 마련 등 법 시행과 동시에 심각하게 고려돼야 할 현실적 과제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초기인 지금, 언론에게 요구되는 것은 ‘성매매 근절이 가능한지, 아닌지’와 같은 막연한 탁상공론을 여과 없이 뱉어내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성 산업 속에 놓여있는 성매매여성의 ‘피해’에 대해 이해하고 해결해나가려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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