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형님'이 말하는 의리
백미러-'형님'이 말하는 의리
  • 배은정 기자
  • 승인 2004.10.0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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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80년대 홍콩 무협 액션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80년대 홍콩 무협 영화들은 맨손으로 상대방을 때려눕히고 그것으로 모자라 권총으로 피범벅이 된 얼굴을 화면 가득 비추는 것으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흔히 보스 혹은 차기 보스로 지목된 자들을, 피를 보면서까지 싸우게 만들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보스의 여자를 탐내는 쪼무래기 조직원을 혼내주기 위해서, 또는 보스의 행적에 불만을 품은 반란 세력을 잠재우기 위해서 등 이유를 대자면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이 싸움의 끝은 꼭 ‘의리’로 시작해 ‘의리’로 귀결된다는 데 있다.

 여기 세계적인 보스를 자청하고 나선 나라가 있으니 바로 미국이다. 세계 평화와 질서 수호라는 명목상의 대외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대단한 ‘의리’라도 되는 모양 포장해, 미국의 정책을 따를 것을 각국에게 반 강요한다. 실제로는 자국의 이익 도모를 위해 끝나지 않는 전쟁을 하면서 말이다. 돈 많고 힘 좋은 미국을 향한 각국의 ‘의리’지키기는 눈물겹기까지 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라크 파병으로 한차례 홍역을 겪기도 했었던 우리 정부가 이번에는 미국의 북한인권법 입법에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며 미국에 대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난 5일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남북관계 등 한반도 문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하원을 통과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신장과 궁핍한 북한 주민 지원, 탈북자 보호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년 2천 4백만 달러 한도의 지출 승인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체제를 바꾸고자 재정·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압살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 관계의 경색관계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정부는 7월 일부 법안이 미상원 통과 사실을 알았음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또한 그 이후에도 남·북 관계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결정에 미국과 대화의 통로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냉정한 국제 사회에서 살아 남기위해 우리는 막강한 경제력과 외교력을 가진 강대국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술인지 물인지 제대로 분간도 못하고 접시에 코를 박는다면 곤란하다. 북한인권법에 대해 겉으로 미국은 세계평화와 북한인권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북핵문제가 미국인들의 최대 국가안보 과제의 하나로 부각된 이상 북한인권법은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밖에 보여 지지 않는다. 한국정부가 한반도 정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응 정책으로 한반도의 영역을 확고히 하는데 주력해야 할 때다. 때로는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의리’를 위해 보스를 건드려 볼 수도 있다. 지레 겁먹고 보스의 행적을 지켜보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영원한 시다바리 밖에 되지 못할 것이다.

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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