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반짝이는 옷으로 갈아입다
이불, 반짝이는 옷으로 갈아입다
  • 김지향 기자
  • 승인 2004.11.06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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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이불의 전시회

 이불,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데뷔 직후 알몸에 감은 체인을 끊는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고 보여주거나 전시장에 실제 생선을 매달아 놓아 관객에게 썪은 냄새까지 선사하던 그녀가 뭔가 달라진 모습으로 변신했다. 다시 돌아온 그녀의 두 손에 들려있는 것은 무거운 체인이나 썪은 생선이 아닌, 아름답기 그지없는 실크와 자개 그리고 구슬로, ‘여전사’라 불리던 종전의 이미지를 과감히 벗었다. 그녀가 이와 같이 반짝거리는 장식적 재료를 사용한 작품을 국내에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세 발로 서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살구빛 무언가를 마주하게 된다. 짐승인지 곤충인지 아니면 SF영화에 나오는 괴물인지 그 형태를 알 수 없는 몸체는 매끄러운 피부를 자랑하며 크리스탈과 구슬로 만들어진 내장덩어리를 쏟아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물이 괴물과 같은 알아보기 힘든 형상을 하고 있음에도 아름답고 신비롭다는 느낌을 준다. 아직 제목조차 붙여지지 않았기에 보는 사람 저마다의 독특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이 전시물은 그 알 수 없는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을 한참동안 붙잡고 있었다. 1층 전시장 외에도 전시장 곳곳에서 이불만의 개성 있는 작품들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지하 전시장에는 물감으로 그린 평면 회화작품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반짝이는 구슬과 크리스탈을 촘촘히 엮어 허공에 매달아 놓은 작품이 마치 샹들리에처럼 화려하게 빛난다. 1층과 2층의 벽면에 걸려있는 강렬한 빨간 색과 은은한 상아색의 자개위로 정교한 구슬 수공을 한 작품은 조명과 시각에 따라 그 색이 다채롭게 변해 가히 아름답다는 찬사를 이끌어낸다.
 

 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당당하게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녀. 이제는 페미니스트로서의 면모보다는 좀 더 아름답고 여성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녀의 유쾌한 변화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독특하고 다양한 활동을 기대해본다. 지난 10월 1일부터 시작한 이번 전시회는 피케이엠 갤러리에서 11월 12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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