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재판소의 판결, 문제있다
헌법 재판소의 판결, 문제있다
  • 대전대 법학부 김웅규
  • 승인 2004.11.0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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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판결

 지난 8월 21일 헌법재판소는 헌정사에 오랫동안 회자될 결정을 내렸다. 2003년 말 출석의원의 절대다수로 국회에서 의결되어 올해 4월 17일 발효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우리 헌법체계상 자명하고 전제된 불문의 관습헌법사항을 법률의 형식으로 변경하여 헌법 제130조에 근거한 국민의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다수의 헌법학자들이나 법률전문가들이 헌법소원의 제기요건인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 직접성, 현재성이 결여되어 헌법소원의 청구자체가 부적법하여 각하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을 뒤엎고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임을 선언하였다. 대학에서 헌법을 강의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결정으로 인하여 아쉬움을 느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관습헌법이란 학문적으로 볼 때 불문헌법을 일컫는 바 국가의 통치질서나 국가와 국민과의 관계를 명문의 법규정으로 정하지 않고 불문의 헌법적 관행에 의하여 규율하는 것을 말한다. 불문헌법은 성문헌법의 상대개념이므로 우리나라는 성문헌법체계를 따르고 있는 이상 헌법재판소가 주장하는 관습헌법은 헌법관습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헌법국가에서는 관습법과 같은 불문법은 보충적 효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원칙이다. 성문헌법의 특징은 최고법규범으로서 모든 국가권력을 구속하는 강한 힘을 보유하는 것인데 이는 국민주권의 명시적 의사가 특정한 헌법제정·개정절차를 거쳐서 수렴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유래하였다. 헌법전에서 명시되지 않아도, 또는 엄격한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명문헌법규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헌법관습법의 인정, 다시 말하면 국회가 제정한 법률보다 상위의 효력을 가지는 헌법관습법을 헌법재판소가 인정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의민주주의나 권력분립의 원리와 충돌할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국가의 정체성을 이루는 헌법사항이자 관습헌법의 중요한 사항이라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로서 600여년 동안의 오랜 전통으로 내려온 계속적 관행(계속성), 중간에 바뀌어진 일이 없었던 사실(항상성), 모든 국민의 명확한 잠재적 인식(명료성), 국민의 추정적 승인(국민적 합의)을 들고 있다. 그러나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우리 나라의 헌법내용의 핵심사항이냐는 또한 의문스러운 사실이다. 관습헌법이라고 표현한 헌법관습법의 등장은 앞으로 그 기준과 내용을 둘러싸고 상당한 법리적 논쟁을 겪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헌법은 다른 법률과는 달리 국가생활 전반에 관한 사항을 총체적으로 규정하는 규범이므로 간결성, 미완성, 추상성, 불확정성, 개방성의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구조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헌법은 다른 법규범과는 달리 해석을 통한 보완이나 법규범을 통한 구체적 형성의 요청이 상시 존재한다. 판단해 본다면, 법리해석이라는 사법적 기능을 본질로 하고 정치적 기능을 더불어 가지는 헌법재판소는 헌법 자체가 자율성을 인정하는 사항(의회의 행위)나 헌법이 엄격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 않는 고도의 정책 결정적 행정부의 행위에 대하여서는 최대한 존중하여야 하는 헌법적 한계를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진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명제는 바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국민은 일단 수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1988년 창설된 이후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통치질서와 원리,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고의 규범인 헌법을 우리 나라의 헌정사에서 살아 숨쉬게 하는 중대한 역할을 하여왔음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개인이나 일부 소수자의 자의적 지배나 폭력적 지배를 종식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법치주의는 존재해야 하고 준수되어야 하며 역사의 흐름 속에 우리는 더욱 성숙되어가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 입법부는 최종적 헌법해석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수도이전행위의 목적의 정당성에 대한 위헌결정이 아니라 국가정책결정 과정에서의 국민적 합의수렴의 노력이 충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절차의 위헌성을 지적한 것이 본질이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본질에 배치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국토균형발전의 헌법상 의무를 다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도록 정부와 국회는 지속적인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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