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서 한다는데 법이 왜 난리야"
"내가 좋아서 한다는데 법이 왜 난리야"
  • 배은정 기자
  • 승인 2004.11.06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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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텍사스촌을 가다

<글을 실으면서>
미리 기획되어 있는 주제이기는 했지만, 때마침 9월 23일 ‘성매매 특별법’의 시행에 따라 한층 더 강화된 단속 탓에 취재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집창촌은 단속을 피해 영업중지 상태여서 그곳 종사자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고, 서비스업종이라는 다양하고 넓은 범위로 포장되어 있는 곳이 많아 취재하기에 난감했다. 특히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는 것이 그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데 장애가 되는 듯 했다. 

 11월 1일 오전, 대표적인 집창촌인 ‘미아리 텍사스촌’을 가보기로 했다. 조그만 가게와 노점상들이 즐비한 좁은 골목길을 쭉 따라올라가니 일렬로 줄지어 있는 집창촌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업을 하지 않는 낮임에도 불구하고 그곳 주변의 삭막함이 느껴졌다. 간간히 몇 대의 차가 지나다니고, 그곳을 오고 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상점을 제외하고는 마치 죽은 도시를 보는 듯 했다. 성매매 여성을 만나기 위해 조심스레 가게문을 두드렸다.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린 끝에 가게 주인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고, 요즘은 단속 때문에 일이 없으니 돌아가라며 문을 닫았다. 아마 기자를 일자리를 구하러 온 여성으로 알았으리라. 재차 문을 두드려 사정을 설명하고, 취재요청을 했더니 대뜸 화부터 낸다. 매번 기자들이 찾아 올 때마다 업주들의 입장을 밝히고 이해를 구했지만, 언론에서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업주들의 강요에 못이겨 생존권 보장에 대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원해서 하고 있는 일이며, 업주들이 조금이라도 야박하게 굴면 오히려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큰소리를 치는 상황이라 언론에서 보도되는 악덕업주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자의 취재 요청에 응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할 수 없어, 그러면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라도 만나게 해달라는 기자의 하소연 끝에 두명의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무료한 표정으로 처음 마주한 그들의 얼굴에서 내 또래 친구들의 얼굴이 겹쳐졌다. 겉모습만 보면 멋부리기 좋아하고 수다떨기 좋아하는 내 주위 여대생의 모습과 같았다. 그러나 기자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냉담했고 거칠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는데 나라에서 법으로 막는 게 말이 되요?”라며 질문도 하기 전에 톡 쏘아부쳤다. 그동안의 생활이 어땠냐는 질문에 “당신 같은 사람들은 죽어도 우리를 이해 못해. 어떻게 우리를 이해하겠다는 거냐?”라며 말나온 김에 직접 경험해야 한다면서 기자의 손목을 잡고 가게 안으로 잡아끌었다. 갑작스런 그들의 행동에 놀란 기자는 이러지 말고 말로 하자고 그들을 설득했고, 그 사이 몇 차례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겨우 잡혔던 손목을 빼내고 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 찬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 한켠이 서늘해져 왔다. 우리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다른 한곳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현실과 이제껏 수많은 언론에서 이른바 ‘윤락녀’로 난도질당했을 생각을 하니 그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한달이 지났다. 그동안 성매매 여성들은 ‘행복추구권’이란 단어가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며, 성매매 합법화를 요구해 왔다. 여성단체들은 악덕업주로부터 여성들을 구해내고 위해서 성매매 특별법을 시행을 추진했다. 그러나 도리어 성매매 종사자들은 이제는 악덕업주도 거의 없을 뿐더러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며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 기자가 만나본 두명의 성매매 여성들도 “많은 여성단체들이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고맙지만, 우리는 이 일로 돈을 벌어야 한다. 결코 이 일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대체 이들의 판이한 주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양 극단 사이에서 경찰조차 성매매 인정을 요구하는 여성을 과연 성매매 피해여성으로 봐야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도 그럴것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서는 여성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여성단체에서 무조건 성매매 여성은 ‘피해자’ 남성은 ‘가해자’개념으로 보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들의 이러한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성매매는 무조건 없애야 한다’라는 명분에 쫓겨 대책없이 법 시행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더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성매매 여성들의 현장 상황을 체감해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성매매 특별법이 악덕업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단기적으로 일단은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여성단체와 성매매 여성들간의 엇갈리는 주장으로 사실상 성매매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다. 성매매 여성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성매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성매매 산업에서 빠져나와 성매매 여성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체계적인 지원과 시스템이 마련되면 되지 않겠는가. 대책방안도 제대로 마련해 놓지 않고 법이 시행되고 나서야 대책을 궁리하는 지금의 상황은 이치에 맞지 않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성매매 여성들이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구분하는 것보다 그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점을 무엇보다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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